月下獨酌 (월하독작) 달 아래 혼잣술
이백(李白)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사이 놓인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해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행락은 모름지기 봄에 맞추었다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러워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서는 모두 같이 즐기고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진다.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길이 무정한 놀음 저들과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길...
당나라의 시성(詩聖)인 이백과 두보. 조선 시대의 조상들은 두보를 더 높게 평가했다지만, 저는 술에 관한 시만큼은 이백의 시를 따라올 수가 없다고 봅니다. 이백의 시를 읽노라면 절로 취흥이 살아나고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지죠. 벗이 없어도 달과 그림자를 벗 삼아 한잔할 수 있는 저 풍류.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럽다'는 부분은 정말 몇 번을 읽어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술 한잔 걸치고 위의 대목을 읽노라면 그 기분에 공감하실 것 같아요.
요즘 세상도 어지럽고 제 개인의 신상도 힘들지만, 장마철에 가끔 달이라도 떠준다면 한 잔 술 앞에 놓고 잠시 즐거움에 빠지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