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문인 중에는 술을 좋아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분들의 작품 중 몇 가지를 올려봅니다.
첫 편은 우리나라 가사 문학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장진주사(將進酒辭)"입니다.
<장진주사>
한 잔(盞)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그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어설픈 해석)
한 잔 마시구려. 또 한 잔 마시구려.
꽃을 꺾어 셈을 하며 끝없이 끝없이 마시구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줄로 메어서 가나, 술이 달린 비단 만장(輓章)을 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약나무 숲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하얀 달, 굵은 눈, 회오리 바람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고 할까?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휘파람 불며 (뛰놀 때), 뉘우친들 어떻게 하겠는가?
이 시를 읽노라면 한 자 더할 수도 없고, 한 자 뺄 수도 없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별로 길지 않은 분량에 왜 술을 마시며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잘 나타나 있죠.
네, 그렇습니다. 가난뱅이든 부자든 죽은 후에는 누구도 술 한잔을 하자고 할 리 없고, 할 수도 없죠. 그저 무덤 속에 싸늘히 누워서 사라져갈 뿐입니다. 그러니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사랑하는 친구나 애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자주 보내는 게 어떨까요? 그 자리가 꼭 술자리가 아니어도 말입니다.
꽃을 꺾는 것은 자연보호에 어긋나니까 다이어리에 꽃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셈하면서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