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가격도 맛도 무난하고 부담 없는 - Piccini Chianti DOCG Orange Label 2008

까브드맹 2010. 7. 29. 10:44

피치니 끼안티 DOCG 오렌지 레이블 2008

1. 끼안티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생산하는 끼안티 DOCG 와인은 명색이 이탈리아 와인의 최고 등급인데도 1만 원 초반부터 20만 원 후반까지 매우 다양한 가격대를 가졌습니다. 끼안티 DOCG의 가격대가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 토스카나 끼안티 지역에서

정해진 품종을 가꾸어

법에 따른 방법으로 만들기만 하면

끼안티 DOCG라는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법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끼안티 DOCG라고 해도 품질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로 다르게 되는 거죠. 어떤 와인은 향은 그럴 듯해도 맛이 거칠고 형편없으며, 어떤 와인은 복합적이고 훌륭한 향과 함께 비단처럼 부드럽고 잼처럼 진하며 감동적인 맛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와인 품질이 가격에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거죠. 기껏 비싼 돈을 주고 샀더니 맛도 향도 그저 그럴 수 있고, 가볍게 마시려고 산 것이 생각보다 훌륭할 수도 있죠. 그래서 끼안티 DOCG를 고를 때는 마치 제비뽑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고른 끼안티 DOCG 와인은 어떤 맛일까? 돈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맛일까? 아니면 이번엔 꽝일까?"

사실 수입사에서 일차 시음한 후 수입하며, 도매상이나 와인샵에서도 시음한 후에 고객에게 판매하므로 정말 형편없는 끼안티 DOCG가 팔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술도 음식이고, 음식은 사람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므로 다양한 캐릭터와 가격대를 가진 끼안티 DOCG는 오늘도 고를 때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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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치니 끼안티 오렌지 레이블 DOCG

피치니 끼안티 DOCG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있는 피치니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대중적인 끼안티 DOCG 와인입니다. 2008빈티지는 산지오베제(Sangiovese) 95%에 칠리에지올로(Ciliegiolo) 5%를 섞어서 만들었는데 1만 원대 초반의 가격을 고려하면 꽤 가성비 좋은 와인이죠. 온통 오렌지빛의 예쁜 레이블이 엄숙하기보다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실제로 맛도 그런 느낌입니다.

달고 상큼한 서양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 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포도잼 향이 은근히 코를 치며 올라옵니다. 붉은 베리류 과일의 산뜻한 향이 특징인데 이것은 5%가량 섞인 '칠리에지올로(Ciliegiolo)'라는 포도 때문에 나는 것이랍니다. 아마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서 향을 위해 넣는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비슷한 역할을 하나 봅니다. 나머지 95%의 품종은 역시 산지오베제입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무줄기나 잎에서 맡을 수 있는 풋풋한 향도 올라옵니다.

새콤하고 단 풍미에 가벼운 탄닌이 느껴지는 것이 중저가 끼안티 DOCG 와인에서 종종 맛볼 수 있는 맛입니다. 처음엔 탄닌이 살짝 거칠지만 약한 편이라서 점차 부드러워지고, 둥글둥글한 산도와 중간 정도의 무게감 덕분에 발랄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습니다.

파스타나 피자 같은 밀가루 음식과 어울리고 돼지고기를 넣은 녹두 빈대떡과 파전, 삼계탕과 닭백숙 같은 한식에도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