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불과 한 해 차이인데 많이 다른, 그래도 맛있는 - Domaine du Clos des Fées Vieilles Vignes Rouge 2010

까브드맹 2020. 7. 7. 17:03

Domaine du Clos des Fées Vieilles Vignes Rouge 2010

도멘 뒤 끌로 데 페(Domaine du Clos des Fées)의 비에이 비뉴 루즈(Vieilles Vignes Rouge) 2010은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 의 랑그독-루시용(Languedoc-Roussillon)에 있는 꼬뜨 뒤 루시용(Côtes du Roussillon) AOC에서 재배한 그르나슈(Grenache)와 까리냥(Carignan), 시라(Syrah)로 만든 AOC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랑그독-루시용의 황량한 고산 지대에 있는 도멘 뒤 끌로 데 페는 소믈리에로 와인과 인연을 맺은 비젤(Bizeul)씨가 세웠습니다.

소박한 레스토랑 주인과 와인과 미식에 관한 수습 작가로도 활동했던 비젤이 인생의 전환점에 이르렀을 때 그가 와인을 민들어야 하는 이유가 점점 뚜렷해졌습니다. 1997년 비젤은 큰 꿈을 품고 꼬뜨 뒤 루시용 빌라지(Côtes du Roussillon Villages) AOC에 도멘 뒤 끌로 데 페를 설립했죠. "Clos"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포도밭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며, "Fée"는 마법을 가진 신화 속의 존재를 뜻합니다. 르 끌로 데 페(Le Clos des Fees)는 "요정들이 살았던 포도밭"이란 뜻으로 매우 고립되고 거칠지만, 아름답고 낭만적인 장소이기에 붙인 이름이죠.

꼬뜨 뒤 루시용 빌라지 AOC는 꼬뜨 뒤 루시용 AOC의 북쪽 절반에 해당하는 곳으로 피레네 산맥의 산기슭입니다. 서에서 동으로 아글리(Agly) 강이 흐르며, 강 주변의 계곡은 경사가 심해서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을 갖췄습니다. 오로지 레드 와인만 생산하며 꼬뜨 뒤 루시용 AOC보다 와인 생산 조건이 더 까다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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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젤은 오랜 시간 동안 황무지를 일구면서 돌을 골라냈고, 말을 이용해서 고랑을 내었습니다. 고생 끝에 끌로 데 페의 7개 포도밭이 만들어졌고, 까리냥과 시라, 무흐베드르(Mourvèdre), 그르나슈 누아 등의 포도가 다양한 풍미와 다른 깊이를 갖고 자랍니다. 끌로 데 페의 7개 포도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뱅그로(Vingrau) :해발 350m의 고산지대로 석회질 석회암으로 이뤄진 가파른 경사면에 서리에 의해 부서진 칼슘 입자가 섞인 점토가 깔려 있습니다.

② 또따벨(Tautavel) : 쟁기와 말똥을 사용한 유기농법으로 가꾸는 포도밭으로 오래된 까리냥 포도가 자랍니다. 샤토네프 뒤 빠프(Châteaneuf-du-Pape)에서 볼 수 있는 둥근 호박돌이 붉은 점토 토양에 많이 섞여 있습니다.

③ 모리(Maury) :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백악기에 형성된 편암 이회토는 포도가 깊게 뿌리내릴 수 있는 얕은 검은 토양을 생성합니다. 그르나슈 누아와 시라가 잘 자랍니다.

④ 깔스(Calce) : 1940년 후반까지 철광석을 캐냈던 폐광이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서 점토와 석회암 위에 깔린 검붉은 색을 띤 혈암과 운모편암에는 철분이 풍부합니다.

 

 

⑤ 레스퀘르드(Lesquerde) : 초기 고생대 혼성암질 편마암(migmatitic gneiss)과 선캄브리시대의 화강편마암(Precambrian gneiss), 순수 화강암 등으로 이뤄져서 연필심 풍미가 나오는 멋지고 매콤한 시라 포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

⑥ 오포(Opoul) : 매년 250일 이상 바람이 부는 석회암 고원으로 노인들은 그르나슈 블랑(Grenache Blanc) 재배를 선호했습니다. 100년이 넘은 포도들은 오랜 수명과 품질로 그분들의 직관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⑦ 에스피라 드 래글리(Espira de l’Agly) : 타히티 해변처럼 보이는 검은 토양 위에서 시라 포도는 깊숙이 뿌리내리고 안정되게 물과 양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7개의 떼루아에서 형성된 포도의 다양한 풍미가 미묘하면서 복합미 넘치는 와인을 만들어주기에 와인 평론가들은 도멘 뒤 끌로 데 페의 와인들을 "오묘한 와인", "마법 같은 와인"으로 부르기도 하죠.

 

 

2. 와인 양조

도멘 뒤 끌로 데 페의 비에이 비뉴 루즈(Vieilles Vignes rouge)는 50~100년 된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그르나슈 50%에 까리냥 35%, 시라 15%를 섞어서 만듭니다.

포도가 무르익었을 때 따서 줄기를 제거하고 상한 포도알을 골라낸 후 냉장 트럭에 실어서 양조장으로 보내죠. 양조장에 도착한 포도는 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옮겨지고, 과일 맛과 향이 살아나도록 짧게 저온 침용(cold maceration)합니다. 그 후 20~25일 동안 천천히 색소와 탄닌을 뽑아내면서 알코올 발효합니다.

발효가 끝나면 한두 번 사용한 중고 오크통과 시멘트 탱크에 넣고 12개월 간 숙성한 다음 탱크에서 2개월 동안 앙금을 가라앉힌 후 병에 담습니다. 

탄닌이 부드러워서 영(young)할 때 마셔도 좋지만, 생산자의 얘기로는 적어도 3년이 지나야 잠재력을 완전히 보여준다고 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Domaine du Clos des Fées Vieilles Vignes Rouge 2010의 색

진한 루비색입니다.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과 나무, 백후추 향이 나옵니다. 2009 빈티지와 비교하면 단조롭지만 깨끗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슬슬 가죽과 흙 같은 숙성 향이 올라옵니다.

탄탄하고 매끄러운 탄닌이 훌륭하고, 강건한 구조는 빈틈이 없습니다. 드라이하면서 검은 과일의 산미가 풍성합니다. 검은 베리류 과일의 풍미와 대패로 깎은 듯 매끈한 나무 느낌이 있습니다. 매콤하고 풋풋한 향신료 풍미와 싱그러운 허브 풍미도 느껴집니다. 알코올 기운은 알맞아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여운은 길고 검은 과일과 나무 등의 풍미가 남습니다.

 

 

매끄러운 탄닌과 풍성한 산미, 14%이면서도 거세지 않은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2009 빈티지보다 맛과 향이 단조로운 건 아쉽지만, 그만큼 깔끔하게 느껴집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스테이크와 구이를 비롯한 양고기와 소고기 요리, 양고기 스튜, 오향장육 같은 차가운 고기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와 육류를 토핑 한 피자,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6월 1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