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르메네르
한때 잊힌 품종이었다가 재발견되어 화려하게 부활한 까르메네르(Carmenère)는 오늘날 칠레의 대표적인 포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의 와이너리에서 글로벌한 레드 와인 포도 품종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쉬라즈(Syrah/Shiraz)의 세 품종을 사용해 와인을 만드는데, 칠레 와이너리에서는 여기에 더해 까르메네르 와인이 꼭 들어가 있곤 하지요.
까르메네르 품종의 대표적인 향으로는 과일 향 외에 매콤하고 스파이시한 향과 풋풋한 허브향이 있는데, 이 두 가지 향이 잘 어우러져 표현되는 향이 피망(Green Pepper) 향입니다. 바로 녹색 피망 향과 비슷한 내음이 나게 되지요. 고급 와인이면 향긋한 피망 향이 붉은 과일 향이나 담배 향 등과 어우러져 아주 멋지게 피어오르지만, 저가 와인이면 피망 향만 도드라지고, 제대로 익은 피망이 아닌 설익은 피망에서 풍기는 풋내가 심해서 마치 이른 봄의 나무줄기에서 나오는 것 같은 비릿한 내음이 와인의 향을 지배합니다.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 속한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서 재배한 까르메네르 100%로 만든 비냐 타라파카 까르메네르는 이러한 저가 까르메네르 와인의 특징을 보여줬습니다.
2. 와인 시음기
오픈하면 코에 와 닿는 첫 향기는 김치 같은 시큼한 냄새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풋 익은 과일 향이 나는데, 맛을 보면 쓰면서도 단 복합적인 풍미입니다. 색은 검붉은 색으로 아주 짙지요. 이윽고 식물의 줄기에서 나는 풋내가 많이 나기 시작합니다. 즉, 파란 피망 향이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거죠. 입에 닿는 첫 느낌은 부드러운 질감에 탄닌도 가벼워서 마시기 무난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풋사과, 아니 풋포도라는 느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풋과일 맛은 여전하지만, 슬슬 쓴맛보다 단맛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와인의 백 레이블에는 신선한 허브향과 자두 향이 난다고 했지만, 역시 풋내가 지배적이네요. 쓴맛이 아직은 좀 남아있으나 전체적으로 질감이 매우 부드러워지고, 점차 단맛이 느껴지면서 과일 향이 솔솔 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풋내나던 향은 이제 제법 그윽한 커피 향으로 변해서 올라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잘 자란 나무 향이 나오고, 부드러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적당히 퍼져 나옵니다.
칠레 와인이지만, 오픈 후 적어도 20분간 브리딩(Breathing) 한 후 마시길 권합니다. 물론 까르메네르 특유의 피망 향을 즐기려는 분은 바로 드셔도 상관없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의 맛과 향은 가격과 비교하면 꽤 매력적입니다. 저가의 까르메네르 품종을 알기 위해 한 번쯤 시음해볼 만한 재미난 와인이라 생각됩니다.
순대 볶음, 깻잎이 들어간 음식, 매콤하면서 스파이시한 요리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09년 11월 3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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