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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남부의 청포도 세 품종이 만드는 독특하고 복합적인 맛 - i Capitani Faius 2016

까브드맹 2024. 7. 24. 12:00

i Capitani Faius 2016

이 카피타니(i Capitani)의 파이우스(Faius) 2016은 이탈리아 남부 깜빠니아(Campania)주에 있는 이르피니아(Irpinia) 지역에서 재배한 3종류의 청포도로 만든 개성 있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이 카피타니

이 카피타니는 19세기 후반에 깜빠니아주의 이르피니아 지역에 설립된 와이너리입니다. 초기엔 와이너리가 아닌 일반 농장이었고 1920년에 와이너리로 바뀌었죠.

이 카피타니의 설립자는 플로린도(Florindo)와 키리아코 체팔로(Ciriaco Cefalo) 형제입니다.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갔던 플로린도는 뉴욕의 건설 현장에서 수석 마스터로 일하면서 돈을 모았고,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12명의 자녀를 가진 동생 키리아코였죠. 두 사람은 땅을 구매했고 기리아코의 자녀들은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도와 척박한 땅을 이른 시일 내에 풍요로운 농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플로린도와 키리아코는 필록세라의 창궐로 무너진 와인 산업의 가능성을 엿보고 농장을 와이너리로 바꾼 후 품질 위주의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두 형제의 판단은 옳은 것으로 드러나 이 카피타니의 와인은 피에몬테(Piedmont)주와 프랑스로 판매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도 이 카피타니는 계속 훌륭한 와인을 생산했지만, 1970년대에 많은 젊은이가 농촌을 떠나면서 존속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에 창립자인 키리아코의 손자인 또 다른 키리아코가 와이너리를 부활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와이너리의 건물을 재건하기 위해 10년 이상 엔지니어로 일했고, 포도밭을 복원하고 새로운 양조 시설을 갖췄습니다.

새롭게 출발한 이 카피타니는 1997년에 레드 와인 2종과 화이트 와인 1종을, 2001년에 그레코 디 투포 세럼(Greco di Tufo Serum)과 타우라시 보스코 파이아노(Taurasi Bosco Faiano)를, 2005년에 피아노 디 아벨리노 가우디움(Fiano di Avellino Gaudium)을, 2007년에 팔랑기나 클라룸(Falanghina Clarum)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후에 알리아니코(Aglianico) 포도로 과글리오네(Guaglione)를 비롯한 3종의 알리아니코 와인을 만들면서 현재의 와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2. 파이우스의 사용 품종과 양조 과정

파이우스는 이르피니아 DOC의 대표적인 청포도인 피아노(Fiano)와 그레코(Greco), 팔랑기나(Falanghina)의 표현력을 가장 높게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강력한 구조와 시간에 따라 진화할 수 있는 상쾌한 미네랄의 전형적인 특성을 갖춘 와인으로 작은 오크통에서 이뤄진 6~8개월의 숙성과 청징(淸澄) 과정이 와인에 균형과 개성을 더해줬죠. 반복과 타협이 없는 이 카피타니의 와인 양조 철학이 집중된 와인으로 이 카피타니에 대한 자유롭고 웅장한 해석입니다.

와인에 사용한 포도는 해발 360m의 보스코 파이아노(Bosco Faiano) 포도원에 있는 네 구획의 포도밭에서 재배된 것입니다. 세 품종 중 피아노의 비율이 50%로 제일 높죠.

그레코와 팔랑기나 포도는 10월 초에 손으로 수확한 뒤 압착하고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피아노는 조금 늦게 10월 말에 약간 과숙된 상태에서 손으로 수확하여 사전 발효 숙성(pre-fermentation maturation)을 거친 다음 중간 크기의 새 오크통과 중고 오크통에서 토종 효모를 넣고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숙성은 발효에 사용한 효모 잔해와 함께 6~8개월 동안 이뤄졌습니다. 피아노는 주기적으로 효모 잔해를 휘저어주는 바토나쥬(batonages)를 해줬죠. 숙성 후에 세 품종의 와인을 섞어서 병에 담고 3개월 동안 안정시켰습니다.

파이우스는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나지만, 등급은 이르피니아 DOC가 아니라 아래 등급인 깜빠니아 비앙코(Campania Bianco) IGP입니다. 이르피니아 비앙코의 규정이

최소 50%의 피아노 and/or 그레코 + OANWG(Other Allowable Non-aromatic White Grapes)

이고 피아노가 50%라서 문제없을 것 같지만, 팔랑기나가 매우 복합적인 향을 가진 품종이라 이르피니아 DOC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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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농도의 레몬색입니다. 사과와 시트러스, 꽃 향 속에 휘발성 향과 날 견과류 향도 살며시 풍깁니다. 과일 향은 복숭아 향으로 바뀌고 바닐라와 밀크초콜릿 같은 달고 고소한 향도 퍼집니다.

미디엄과 풀 바디의 중간 정도 되는 묵직한 느낌입니다. 치밀한 구조가 매끄럽고 진한 맛을 만들어줍니다.

드라이하며 산도가 아주 높습니다. 우아하고 섬세하면서 약간 변칙적인 신맛이네요. 미네랄 느낌과 함께 노란 과일과 노란 꽃, 견과류 풍미가 먼저 나오고, 타임(thyme)과 살짝 그을린 나무, 커피콩 풍미가 어우러집니다. 마신 후엔 나무와 꽃, 커피콩, 견과류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드라이한 맛과 독특한 산미, 13.5%의 알코올이 서로 균형을 이룹니다. 세 가지 품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향과 풍미의 조화가 훌륭하군요.

마시기 좋은 온도는 11~12℃이며,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버섯 수프와 구운 생선, 닭과 같은 흰 살코기, 파이, 부드러운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닭고기와 소고기 샐러드, 닭백숙, 돼지고기 수육과 보쌈, 농어와 연어 스테이크, 훈제 연어, 감바스, 버터 감자구이, 닭고기와 매쉬 포테이토, 그라탱, 라자냐, 치즈피자, 까르보나라 파스타도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6월 24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이 카피타니 홈페이지 파이우스 항목

2. 이탈리아 와인 센트럴 Irpinia DOC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