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운두라가의 대중적이고 저렴한 와인 - Undurraga Varietal Cabernet Sauvignon 2009

1. 와인 양조 과정

와이너리에서는 아무 포도나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지 않습니다. 와인 양조에 쓰는 포도는 상처 없이 잘 익어야 하므로 와이너리에서는 품질 좋은 포도를 얻으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죠. 너무 오래된 포도나무는 뽑아내고 새 포도나무를 심어서 포도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만한 수령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며 포도나무마다 적은 숫자의 포도송이에 영양분이 집중되도록 매년 필요 없는 포도를 솎아내거나 가지치기를 해줍니다. 햇볕을 잘 받고 바람도 잘 통하도록 포도 줄기의 자리를 조절하고 잎을 잘라내는 등의 작업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포도송이가 무르거나 썩지 않고 잘 익도록 하죠.

이런 작업으로 좋은 포도를 수확해도 그 포도를 바로 와인 양조에 쓰진 않습니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서 포도 농사를 지어도 그중에는 상처 입은 것, 덜 익은 것, 벌레 먹은 것 등등 어딘가 상태가 좋지 않은 포도가 있기 마련이죠. 만약 문제 있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발효조 안에 든 와인 전체의 풍미를 망칠 수 있으므로 "선별 선반(Selection Table)"이라는 곳에 수확한 포도를 올려놓고 상태가 안 좋은 포도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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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거쳐 잘 익은 최고의 포도알만 사용해서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와인을 양조하죠. 그러면 선별되지 못한 나머지 포도알은 어떻게 되느냐? 그냥 버리느냐? 그렇지는 않죠. 선별되지 못한 포도 중에서 와인 양조에 별다른 문제없는 포도는 아래 등급의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또 아직은 어린나무에서 열려서 농축된 맛이 떨어지는 포도도 더 아래 등급의 와인을 양조할 때 쓰게 되죠.

이런 식으로 와이너리의 여러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는 품질과 수령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어 다양한 등급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 각각 사용됩니다. 프랑스 보르도의 샤토(Chateau)들은 가장 좋은 포도로 샤토를 대표하는 "그랑 뱅(Grand Vin)"을 만들고, 다음 품질의 포도로 세컨드 와인(Second Wine)을 만들곤 합니다. 더 낮은 품질의 포도로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보르도 와인을 만들죠.

 

 

칠레의 와이너리들은 이러한 분류가 매우 잘 되어있습니다. 대개 가장 낮은 품질의 포도로 '버라이어탈(Varietal)'이라는 표시가 붙는 와인을 만듭니다. 버라이어탈 와인은 한 가지 품종으로 만들었을 뿐 와이너리가 소유한 곳곳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일이 많습니다. 대개 과일 향이 풍부하고 마시기 편하지만, 무게감이 떨어지고 개성 없는 와인으로 칠레에서 재배하는 다양한 품종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입맛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죠. 바라이어탈 와인은 식사 때 반주로 곁들이거나 친구와 가볍게 한잔할 때 마시거나 때때로 목욕할 때 입욕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소주나 막걸리 정도의 취급을 받는 와인들이죠. 아래의 표는 칠레의 유명 와이너리인 운두라가(Undurraga), 산타 헬레나(Santa Helena),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에서 생산하는 버라이어탈 와인의 종류를 표시한 것입니다.

회사	운두라가	산타 헬레나	콘차 이 토로
까베르네 소비뇽	○	○	○
메를로	○	○	○
시라	-	○	○
까르메네르	○	○	○
샤르도네	○	○	○
소비뇽 블랑	○	○	○
로제	○	○	○
게부르츠트라미너	○	-	-
레이트 하베스트	-	-	○

표에 나와 있듯 운두라가의 버라이어탈 와인 시리즈는 모두 7종으로 생산됩니다. 맛은 산타 헬레나나 콘차 이 토로의 버라이어탈 와인과 비슷한데, 조금 더 질감 있는 맛을 느낄 수 있죠. 국내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 까르메네르,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의 5종 와인이 수입되었으며, 로제와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인기가 별로라서 그런지 보이지 않습니다. 운두라가에서는 이 와인과 비슷한 가격의 '라조(Lazo)'라는 와인도 생산했는데, 홈페이지에 나오지 않은 걸 보면 지금은 생산을 중단한 것 같습니다. 산타 헬레나와 콘차 이 토로의 동급 와인에 관한 시음기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2. 와인의 맛과 향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의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드는 운두라가 버라이어탈 까베르네 소비뇽은 맑고 깨끗한 빛을 띠며 테두리 부분은 보라색과 진홍색의 중간색입니다. 칠레 와인치곤 색이 짙지 않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잔의 받침 부분이 살짝 보입니다. 향은 단순하며 발산하는 힘도 평범합니다.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이 나며 후반부에는 라즈베리 향도 조금 나옵니다. 소나무와 후추, 초콜릿 등의 향도 맡을 수 있지만, 고급스럽지 않고 조금 싸구려 느낌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상당히 지난 후에도 향이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이 와인의 장점입니다.

중간보다 조금 가벼운 무게감을 가졌고 탄닌의 떫은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힘도 평범하고 단순합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산도가 제법 강합니다. 주로 나타나는 풍미는 붉은 과일 쪽인데 첫맛은 무난하고 뒷맛도 깔끔합니다. 저가 와인에서 흔히 나타나는 씁쓸한 맛은 없군요. 가격과 맞는 평범하고 대중적인 와인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파스타나 피자와 함께 즐기면 좋습니다. 특별한 매력은 없지만, 별달리 꼬집을 만한 단점도 없이 무난합니다. 비슷한 가격의 다른 칠레 와인처럼 여운은 길지도 깊지도 않습니다.

향과 질감, 맛, 여운의 네 요소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적당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요리, 양 갈비, 돼지고기를 사용한 중국 음식, 그릴에 구운 닭고기 요리, 미트 소스를 얹은 파스타와 피자 같은 요리를 안주로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미흡한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16일 시음했습니다.

[칠레] 붉은 과일의 풍미가 강한 대중적인 와인 - Santa Helena Varietal Cabernet Sauvignon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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