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세련된 향기의 편안한 세컨드 와인 - Blason d’Aussieres 2005

까브드맹 2010. 10. 25. 09:31

블라종 도시에르 2005

1. 블라종 도시에르(Blason d’Aussieres)

블라종 도시에르는 랑그독(Languedoc) 지방의 꼬르비에르(Corbieres) 지역에 있는 샤토 도시에르(Chateau d'Aussieres)의 세컨드 와인입니다. 샤토 도시에르는 보르도 메독 지역의 1등급 그랑 크뤼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s)의 소유주인 로칠드 남작(Barons de Rothschild)이 남부 프랑스에 세계 최고의 포도원을 설립하려고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을 최적의 떼루와를 찾아다닌 끝에 발견한 곳입니다. "세계 최고의 포도원"이라는 남작의 희망은 샤토 도시에르를 발견하면서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죠.

샤토 도시에르의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고,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120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며 뛰어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말에 필록세라(Phylloxera vastatrix)에게 피해를 보고 두 번의 세계 전쟁을 거치면서 샤토 도시에르 포도원은 황폐해졌습니다. 결국, 당시 사라졌던 수많은 포도원처럼 샤토 도시에르도 사람들에게 잊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남작이 샤토 도시에르를 인수한 다음 샤토를 복구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양조팀이 참여해 뛰어난 와인을 만들면서 샤토 도시에르는 점차 옛 명성을 되찾았고, 지금은 남부 프랑스 와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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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종 도시에르는 샤토 도시에르와 다른 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합니다. 세컨드 와인이라고 하지만 때때로 샤토 도시에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포도를 선별하고, 단위당 생산량이 더 적을 때도 있을 만큼 품질에 공을 들이죠. 블라종 도시에르는 중후한 볼륨감보다 편안한 맛을 추구하는데, 와인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생산지의 떼루아를 반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라피트의 양조팀은 블라종 도시에르를 "잘 익고, 신선하며, 경쾌한 다육질(mature, fresh, supple, and fleshy)"의 와인으로 생산한다고 합니다.

와인에 들어가는 품종은 시라(Syrah) 50%에 그르나슈(Grenache) 20%, 무르베드르(Mourvedre) 20%, 까리냥(Carignan) 10%로 프랑스 남쪽의 와인 생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렌딩입니다. 숙성은 전체 와인의 80%를 발효조에서, 나머지 20%를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진행해 과일 풍미와 신선한 질감을 강조합니다. 연평균 생산량은 15,000 상자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색은 맑고 깨끗하며 짙고 투명한 루비색으로 영롱합니다. 역시 프랑스 와인답게 깨끗하고 세련된 향기를 풍성하게 뿜어냅니다. 라즈베리나 서양 자두 같은 붉은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향신료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라미 냄새 같은 짠 내가 조금 나는 것이 독특하군요.

진하지 않고 가벼운, 라이트에 가까운 미디엄 바디 정도의 무게감입니다. 살짝 떫은맛이 있으나 느끼기 힘들 정도라서 마시기 편합니다. 가벼운 스타일로 진한 느낌도 풍부한 느낌도 없이 평이합니다. 매우 드라이하고 두드러지는 산미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신다면 좋겠지만 와인 자체의 맛만 느낀다면 너무 건조합니다. 특히 산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당도와 탄닌의 볼륨감이 없어서 신맛을 싫어하는 분은 자칫 날카롭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여운의 깊이는 평범하지만 길이는 그래도 긴 편입니다. 대체로 조화를 이루지만 산미가 두드러져서 각 요소 사이의 균형에서 오는 깊이와 감동은 느끼기 힘들군요.

레드 와인 소스를 조금 얹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치즈 토핑을 많이 얹은 피자, 양 갈비, 소고기구이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2010년 10월 21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