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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긴 숙성 끝에 훌륭하게 만들어진 균형 잡힌 맛 - Château de Malle 1982

까브드맹 2024. 6. 26. 21:13

Château de Malle 1982

소테른 크뤼 클라쎄(1855 Sauternes Cru Classes)의 2등급(Deuxièmes Crus) 와인인 샤토 드 말(Château de Malle) 1982는 프랑스 보르도의 소테른 AOC에 있는 프레이냑(Preignac) 마을에서 노블 롯(Noble Rot)에 걸린 포도로 만든 스위트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샤토 드 말의 역사

샤토 드 말은 소테른에서 준정상급 와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샤토 중 하나입니다. 17세기 양식의 훌륭하고 장엄한 샤토 건물이 있으며, 한때 샤토 디껨(Château d'Yquem)과 샤토 드 파르그(Château de Fargues)를 소유한 뤼르 살리스 가문의 일원이 주인이기도 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1785년에 소유주가 부르나젤 가문으로 바뀌었고, 지금도 샤토의 주인은 부르나젤 가문입니다.

1855년 파리 국제 박람회(1855 Exposition Universelle de Paris)를 개최하면서 프랑스 정부는 자국의 명품인 보르도 와인을 출품하기 위하여 오-메독(Haut-Medoc)과 그라브(Grave)의 레드 와인과 소테른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 중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와인들을 선정하여 그랑 크뤼(Grand Cru)라는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이때 소테른의 21개 샤토가 소테른 크뤼 클라쎄(1855 Sauternes Cru Classes)로 선정되었습니다. 훗날 6개 샤토가 2개, 또는 3개로 분할되어 현재는 27개 샤토가 소테른 크뤼 클라쎄로 분류되고 있죠. 샤토 드 말은 이때 2등급으로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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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프랑스 정부는 샤토 드 말의 건물과 포도밭의 가치를 인정하여 역사 유적으로 지정했습니다. 설령 건축물에 관심이 전혀 없더라도 와인만큼은 마셔볼 가치가 있다고 미국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R. 파커 Jr. 은 말합니다.

샤토 드 말은 소테른에서 가장 우아한 와인 중 하나로 꼽히며, 가끔 가벼운 느낌이 드는 빈티지도 있지만, "최근 빈티지들은(좀 더 절제되고 정제된 소테른 스타일) 대단히 잘 만들었다."라고 평가받습니다.

샤토 드 말은 포도밭의 반 이상이 그라브(Grave) AOC 쪽으로 걸쳐 있습니다. 그곳에선 스위트 화이트 와인이 아니라 드라이 와인을 생산하죠. 샤토 드 말의 그라브 AOC 화이트 와인인 M 드 말(M de Malle)과 그라브 AOC 레드 와인인 샤토 드 카르다이앙(Château de Cardaillan) 역시 좋은 맛과 향을 가진 와인으로 인정받습니다.

 

2. 샤토 드 말의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샤토 드 말의 면적은 약 27헥타르이며, 재배 품종의 비율은 세미용(Sémillon) 70%,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27%, 무스카델(Muscadelle) 3%입니다. 1헥타르당 포도나무를 6,200그루씩 심고, 나무의 평균 나이는 30~40년입니다.

평균 수확량은 1헥타르당 2,000리터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귀부현상으로 인해 포도가 쪼그라들었으니 당연히 적죠.

수확한 귀부 포도를 압착해서 뽑아낸 포도즙을 10시간가량 저온에 둬서 과일 풍미가 살아나도록 합니다. 저온 침용이 끝난 포도즙을 오크통에 넣고 알코올 발효와 숙성을 모두 진행합니다.

숙성 기간은 18개월이며, 매년 오크통의 1/3을 새것으로 갈아줍니다. 숙성이 끝나면 찌꺼기를 걸러내고 앙금을 제거한 후 블렌딩해서 병에 담아줍니다.

매년 생산량은 50,000병입니다. 마시기 좋은 시기는 생산 후 5~15년 사이이지만, 보관 환경에 따라 더 오래 숙성할 수 있죠. 이번에 시음한 1982 빈티지가 좋은 사례죠.

세컨드 와인으로 매년 25,000병을 생산하는 샤토 드 생트 엘렌(Château de Sainte-Helene)이 있습니다.

 

3. 샤토 드 말의 맛과 향

연한 호박색입니다. 처음엔 밀랍 향이 주로 나옵니다. 슬슬 꿀 냄새를 살짝 풍기고 달콤한 향신료 향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이윽고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말린 노란 과일 향이 퍼지고, 아주 달콤하고 구수한 누룩 향이 올라옵니다.

매우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탄력적입니다. 묵직한 풀바디 와인이지만 맛에선 활달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달콤한 맛에 풍부한 산미가 발랄한 느낌을 줍니다. 말린 열대 과일과 설탕이나 꿀로 졸인 모과의 달콤한 맛, 꿀과 밀랍의 풍미가 가득합니다. 단맛과 신맛의 산뜻한 조화가 아주 좋군요. 기운이 아주 강하면서 기분 좋고 향긋합니다.

마신 후 여운이 길게 이어지고, 입에 남는 풍미도 매우 복합적입니다. 말린 노란 과일과 마말레이드 잼, 꿀 등의 느낌이 남습니다.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당분과 풍부한 산미, 알맞은 알코올 기운이 만드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긴 숙성 끝에 훌륭하게 균형 잡힌 맛이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6년 7월 15일 시음했습니다.

 

4. 어울리는 음식

일반적으로 소테른 같은 스위트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로는 로크포르(Roquefort)나 고르곤졸라(Gorgonzola) 같은 블루치즈를 꼽습니다. 블루치즈의 짠맛과 소테른의 단맛이 단짠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죠. 감칠맛과 짭짤한 맛이 나는 거위 간인 푸아 그라도 전통적인 페어링입니다.

블루치즈 가격 비교

그 외에 단맛과 어울리는 음식이라면 소테른과 좋은 궁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과 로스트 치킨도 좋고, 시트러스 소스를 사용한 오리 요리나 레몬 탕수육처럼 신맛과 단맛이 함께 한 음식도 잘 어울리죠.

단맛은 매운맛을 줄여주기 때문에 매운 향신료를 사용한 중식이나 동남아 음식도 좋은 안주가 됩니다.

생크림 케이크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마시면 기억에 남는 후식이 될 겁니다.

 

<참고 자료>

1. 로버트 파커 저, 손진호 외 역,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 서울 : (주)바롬웍스, 2007

2. 영문 위키피디아 1855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 항목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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