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와인잔의 세계

까브드맹 2023. 5. 18. 07:00

와인을 마실 때 꼭 있어야 할 도구로는 와인 오프너가 1순위이지만(따야 마시죠~), 제대로 맛과 향을 느끼려면 꼭 필요한 것이 와인잔입니다. 와인은 소주잔으로 마실 수도 있고 밥공기에 따라 마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와인잔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와인은 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 향이 맛에 미치는 영향

눈을 가리고 코를 막은 다음 같은 크기로 썬 사과와 양파를 먹게 하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식감이 비슷하고 당분의 함량도 비슷하기 때문이죠. 인간이 느끼는 음식의 맛은 혀의 미뢰를 통한 감각뿐만 아니라 코에서 뇌까지 이어지는 사이의 공간인 비강(鼻腔)을 통해 느껴지는 향이 결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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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코감기에 심하게 걸려 향을 맡을 수 없을 때 와인을 마시면, 5천 원짜리 와인이나 10만 원짜리 와인이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향을 잘 맡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가 와인의 맛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큽니다. 따라서 와인 향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와인잔이 필요한 것이죠. 만약 와인을 소주잔으로 마신다면 따른 후에 향을 가둬 둘 공간이 없어서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고 해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2. 대표적인 와인잔의 종류

와인 잔의 종류
<대표적인 와인잔의 종류>

와인잔은 크게 나눠서 레드 와인잔과 그보다 작은 화이트 와인잔, 세로로 길쭉한 스파클링 와인잔이 있습니다. 잔의 모양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① 보르도(Bordeaux) 레드 와인잔은 튤립 형태로 생겼고, ② 부르고뉴(Bourgogne) 레드 와인잔은 좀 더 둥근 형태입니다. 끼안티(Chianti) 레드 와인잔은 보르도 잔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더 작습니다.

신선한 과일 풍미와 산도가 중요한 화이트 와인은 차갑게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이트 와인잔은 와인은 차갑게 두고 조금씩 잔에 따라 마시기 위해 레드 와인잔보다 작습니다. ④ 스파클링 와인잔이 세로로 긴 것은 탄산가스가 배출되는 표면적을 적게 하고, 거품이 올라가는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와인잔은 대형 마트나 다이소에서 살 수 있고, 쿠팡과 G마켓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떤 걸 사야 할까? 하고 찾아보면 고민이 많아집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3천 원짜리부터 하나에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와인잔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값비싼 고급 와인잔으로 마시면 와인의 좋은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값싼 잔이라고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주로 마시는 데일리 와인(daily wine)을 너무 크고 좋은 잔에 따르면 향이 금방 날아가 버려서 풍미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당장 좋은 잔을 살 필요는 없고, 적당한 가격에 필요한 와인잔만 있어도 즐겁게 마실 수 있죠. 비싸고 좋은 잔은 와인을 알아가면서 천천히 구매하셔도 됩니다.

먼저 레드 와인용 잔과 화이트 와인용 잔, 스파클링 와인용 잔을 함께 마시려는 사람 숫자에 맞춰 사두세요. 와인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마셔야 즐겁습니다.

잔을 살 때는 가격보다 크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의 제품 정보에는 대부분 용량이 표시됩니다.

• 레드 와인잔은 용량이 약 532~828㏄ 정도 되는 것이 좋습니다. 잔이 클수록 향이 잘 올라오지만, 식탁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관리하기도 어려우니 적당한 크기를 고르세요.

 

 

• 화이트 와인잔은 약 296~532㏄ 정도가 좋습니다. 이보다 큰 것은 별문제 없지만(적게 따르면 되니까요!), 작으면 와인을 따른 후에 향이 모일 공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스파클링 잔은 약 236~355㏄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평균적인 한 잔의 양인 148㏄를 따라도 와인 위로 향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남습니다.

• 만약 잔을 한 종류만 사야 한다면 480㏄ 정도의 중간 크기 잔을 사세요. 전 세계에 200명뿐인 마스터 소믈리에 중 한 명인 존 사보(John Szabo)가 자신의 저서인 《더미를 위한 와인 푸드 페어링》에서 사이즈로 레드와 화이트뿐만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과 디저트 와인에도 매우 알맞습니다.

3. 와인잔의 구조

와인잔의 구조

와인잔의 형태는 림(rim)이라고 부르는 와인잔의 입구 부분보다 잔의 불룩한 몸통 부분인 볼(bowl)이 넓어야 합니다. 그래야 잔 안에 향을 가둬 두기 좋습니다. 또한 스월링(Swirling)이라 부르는 잔 돌리기로 와인 향을 공기와 섞어 발산시킬 때 와인이 잔 밖으로 튀어 나갈 확률이 줄어듭니다.

잔의 두께는 얇을수록 좋고, 특히 림이 얇아야 합니다. 얇을수록 잘 깨지겠지만 사람의 입술과 와인 사이에 닿는 유리의 면적이 줄어들수록 와인 맛이 좋아집니다. “두툼한 림은 야구장의 외야석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라는 말처럼 림이 두꺼우면 맛이 둔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