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프스튜와 레드 와인
비프스튜와 레드 와인은 궁합이 맞는 조합입니다. 스튜의 따끈한 국물과 단백질, 염분이 탄닌을 부드럽게 해 주고 과일 향을 두드러지게 만들어 주죠. 와인의 신맛은 스튜의 기름진 맛을 씻어주고 위를 자극해서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렇지만 신맛이 강한 토마토 비프스튜를 먹을 땐 와인도 그만큼 산도가 높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토마토의 산도와 와인의 탄닌이 충돌해서 녹슨 깡통 같은 불쾌한 맛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토마토 비프스튜는 신맛이 강한 바롤로(Barolo) 와인과 마리아쥬를 이루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바롤로 와인은 대부분 7만 원 이상으로 값이 비싸고(물론 4~5만 원대의 바롤로도 있긴 합니다), 충분히 오래 숙성되지 않은 것은 코르크를 딴 후 맛과 향이 살아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적어도 3~4시간가량). 가격도 문제고, 미리 따두고 오래 기다리는 것도 불편합니다. 대신 바롤로와 같은 품종으로 만들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싼 다른 피에몬테 지역의 네비올로(Nebbiolo) 와인으로도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2. 마리오 지리발디 네비올로 달바 꼰카 도로(Mario Giribaldi Nebbiolo d’Alba Conca d’Oro) 2019
토마토 비프스튜와 함께 마신 와인은 마리오 지리발디 네비올로 달바 꼰카 도로 2019입니다. 생산자인 마리오 지리발디는 20세기 초에 설립된 후 3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어 왔고, 유기농법을 위해 2001년부터 밭을 정비하고 2004년에는 첫 인증을 받은 인물입니다.
와인에선 레드 체리와 레드 커런트, 말린 복분자 향과 젖은 나무 향을 풍기고 흙과 향신료, 민트, 타르 향도 나옵니다. 시간이 갈수록 라즈베리와 레드 체리 향이 또렷해집니다. 진하고 탄력적인 탄닌은 마신 후에 혀와 입에 자국을 남깁니다. 새콤하고 짜릿한 신맛과 레드 체리와 레드 커런트 같은 과일 풍미가 나오고 흙과 허브, 향신료 풍미도 느껴집니다. 동물성 풍미도 은근하네요. 여운에선 마른나무와 말린 산딸기, 허브 풍미가 길게 남습니다. 품종의 특성과 다채로운 느낌이 함께 하는 와인입니다.
저는 이번 마리아쥬를 맞출 때 와인을 따서 한 잔 따른 다음 고기를 20분 정도 소금과 후추에 재우고 30분 동안 스튜를 만든 후 촬영하고 나서 와인과 음식을 맞춰봤습니다. 대략 1시간 10분 정도 후에 마신 셈이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맛과 향이 열렸고, 다른 네비올로 와인이어도 2시간가량 열어두면 만족할 만큼 맛과 향이 열립니다.
토마토 비프스튜의 소고기와 익힌 채소를 한 스푼 입에 물고 와인을 마셔보니 스튜의 신맛과 와인의 새콤한 신맛이 조화를 이뤄 와인의 산미를 더 고급지게 만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스튜의 따끈하고 기름진 맛과 고기의 단백질, 염분이 와인의 탄닌을 부드럽게 해 주고 과일 맛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네요. 스튜만 먹으면 좀 느끼하고 지루하겠지만, 와인의 산미가 입맛을 돋우고 기름진 맛을 씻어줘서 계속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스튜에 적신 빵도 와인과 잘 어울리고 스튜와 와인 사이에서 중립적이고 다채로운 맛을 선사합니다.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들, 연인과 함께 토마토 비프스튜를 곁들인 네비올로 와인 한 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