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떼루아와 포도 품종. 와인의 맛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까브드맹 2023. 1. 31. 22:10

떼루아와 포도 품종

떼루아와 포도 품종. 둘 다 와인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와인의 맛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요? 마주앙 공장장 출신 김준철 소믈리에님의 글을 참조하면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1. 떼루아(terroir)

와인을 마시다 보면 “떼루아”라는 단어를 듣게 됩니다. 떼루아의 사전적인 뜻은 토양(土壤), 토산(土産)입니다. 포도나무는 흙(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그 속의 성분을 흡수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햇빛을 통한 광합성과 물도 필요하죠.

 

흙마다 성분이 다르므로 포도에 축적되는 성분의 구성도 달라지며, 그 포도로 만드는 와인의 맛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약돌이 많은 흙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대체로 바디가 묵직하고 타닌이 많으며, 점토질이 많은 흙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 중엔 신맛이 많고 복합적인 것이 많습니다. 석회질이 많은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산도가 높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렇게 토양은 와인의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포도 재배에서 떼루아는 토지뿐만 아니라 포도 재배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연환경을 뜻합니다. 기후와 포도밭의 방향, 포도밭의 경사도, 포도밭을 둘러싼 숲과 강, 호수, 주변 동식물 등등 포도 재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떼루아를 이룹니다.

 

더 넓은 의미에서 떼루아는 지연 환경만 뜻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영향을 주는 여러 인위적인 환경, 예를 들어 포도 품종의 선택, 포도 재배 방법, 포도 수확량, 병충해 방제 방법, 포도 수확 시기와 수확법, 와인 양조법 등등 많은 것을 떼루아에 포함시킵니다. 떼루아의 의미가 이렇게 넓어지다 보니 와인의 품질과 맛을 이야기할 때 떼루아는 핵심적인 요소로 강조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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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도 품종

와인의 맛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포도 품종입니다. 포도 품종은 와인 맛과 특징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로 알려진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세계 각국의 와인 애호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포도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에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같은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보르도 블렌딩 레드 와인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전통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죠.

 

그런데 신대륙이 발견되고 와인 산업이 발전하면서 까베르네 소비뇽은 신세계 여러 나라로 퍼졌고, 그 나라에서 와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신세계에서 생산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보르도의 것과 향과 맛에서 조금 차이가 있으나 크게 보면 특성이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나파 밸리에서 생산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과 보르도에서 생산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떼루아가 많이 달라도 블랙커런트 향과 풍부한 탄닌이라는 전체적인 특성은 공통적입니다. 

 

떼루아가 달라도 품종의 특성이 많이 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는 포도의 DNA 때문입니다. 포도는 품종 별로 DNA가 조금씩 달라서 제각각 다른 맛과 향이 나옵니다. DNA는 같은 품종이라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재배되더라도 비슷한 맛과 향이 나오도록 만들어주죠. 다만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서 오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3. 와인 즐기기

와인의 맛과 향을 본다는 것은 포도 품종의 특징을 알아내고 떼루아에 따라 달라지는 섬세한 맛의 차이를 찾아내면서 이를 즐기는 걸 겁니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품종으로 만드는 블렌딩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나파 밸리에서 생산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맛은 프랑스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과 조금 다릅니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생산지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와인으로 인정받습니다. 마찬가지로 호주나 칠레에서 만드는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역시 프랑스의 것과 맛이 다르지만 떼루아의 특성을 가진 와인으로 인정하고 그 맛을 즐기는 것입니다.

 

포도 품종과 떼루아 중 어느 것이 와인의 맛에 더 중요한 요소일지는 사람마다 기준과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품종별로 와인 맛의 특징을 알도록 노력하고 그다음에 떼루아에 따른 차이점을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마주앙 공장장 출신 김준철 소믈리에의 와인 이야기 118 - 떼루아가 중요한가, 품종이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