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젤-자르-루버(Mosel-Saar-Ruwer)
와인 라벨에 적힌 모젤-자르-루버는 독일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독일 트리어(Trier)시 부근의 모젤(Mosel), 자르(Saar), 루버(Ruwer)강이 흐르는 지역인데, 지금은 간단하게 '모젤'로 지역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국내에서 많은 분이 사랑하는 마주앙 모젤도 이곳의 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OEM 방식으로 들여온 것이죠. 모젤 지역의 재배 면적은 2004년 기준으로 총 9,266헥타르에 달하며 독일 와인 생산량의 9.7%를 차지합니다. 생산량만 따지면 독일 생산지 중 5위이지만, 이곳 와인의 뛰어난 품질 때문에 라인가우(Rheingau)와 함께 독일 와인의 2대 산지로 일컬어지는 곳입니다.
모젤 지역의 적포도 재배지는 매우 작습니다. 적포도는 일반적으로 청포도보다 추위에 약해서 북쪽으로 갈수록 재배가 어렵고, 모젤은 독일의 와인 산지 중에서 북쪽에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근의 아르(Ahr) 지역이 좀 더 북쪽인데도 슈패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재배지가 전체 재배지의 61.5%에 이르는 것을 보면, 모젤에서 적포도 재배 비율이 매우 미미한 것은 오래전부터 최고의 화이트 품종인 리슬링(Riesling)을 많이 재배해 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레드 와인 붐에 함께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으므로 모젤에서도 적포도의 재배 지역이 점차 늘어날 거로 생각됩니다.
2. 마르쿠스 몰리터 트라바허 쉴로스베르그 2004
마르쿠스 몰리터 트라바허 쉴로스베르그 2004는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을 맛보기 힘든 모젤 지역에서 날라 온 귀한 손님입니다. 슈패트부르군더 100%로 만든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 콸리타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테) 등급 와인이죠.
와인 색은 맑고 깨끗하며 테두리 부근까지 색이 일정한 편입니다. 달착지근한 과일 향이 우아하게 퍼지며, 깔끔한 맛이 여성적입니다. 질감은 탄탄하며 여운도 상당히 긴 편입니다. 이 와인을 시음하는 자리에서 부르고뉴의 쥬브레-샹베르땅와 함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전체 참석자의 80%가량이 마르쿠스 몰리터 트라바허 쉴로스베르그을 선택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독일 레드 와인이란 편견을 거두고 이 와인을 시음해본다면 결코 부르고뉴 와인에 뒤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쥬브레-샹베르땅이라고 하더라도 도멘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최자가 "쥬브레-샹베르땅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면 쥬브레-샹베르땅 판매에 타격이 간다"라고 농담으로 얘기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설픈 도멘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향이 확 달라지는데, 아가씨에서 귀부인으로 변하듯 좀 더 농후하고 우아한 향이 나옵니다. 그러니 시음하실 때는 천천히 마실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좀 재미있는 향이 나오는데, 달콤한 델리만쥬향이 퍼져 나오더군요. 델리만쥬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마셔보시기 바랍니다.
레어나 미디엄 레어로 잘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 비프 부르기뇽, 상큼한 소스를 얹은 닭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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