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 - Gato Negro Carmenere 2008

까브드맹 2009. 10. 31. 08:58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

1.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

와인을 마시다 보면 그 맛과 향을 종잡을 수 없는 와인들이 가끔 나오곤 합니다. '이 와인의 특징은 이것이다'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없는 와인들이죠. 그래서 마셔놓고도 좋은지 나쁜지, 다시 이걸 사서 마실지 안 마실지 결정을 못 내리게 되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나중에 다시 마셨을 때, 정말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 반대로 영~ 아니다 싶게 느껴질 때도 있곤 하죠.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서 수확한 까르메네르(Carmenère) 100%로 만드는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이 그런 경우의 와인이었습니다. 이 와인은 첫 잔을 마실 때부터 마지막 잔을 마실 때까지 맛과 향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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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처음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 마실 때 느낄 수 있었던 향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특별히 이렇다 할 향은 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와인잔을 입에 가져가 마셨을 때 아주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저가의 와인을 마실 때는 첫맛에 단맛이 느껴지고 끝 맛에 쓴맛이 느껴집니다. 이건 단맛을 느끼는 세포가 앞에 있고 쓴맛을 느끼는 세포가 뒤에 있는 혀의 구조 때문에 그런데요, 이 와인은 쓴맛이 먼저 오고 단맛이 뒤에 느껴지더군요. (으잉?) 단맛과 쓴맛의 양은 반반. 그리고 약간의 신맛이 있으나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입안에 자극을 주는 스파이시한 맛도 느껴졌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두고 지켜볼까 하는 생각에 와인을 그대로 두니 점차 두드러진 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우선 체리 향이 슬슬 피어오르고, 이어서 가벼운 후추 향과 피망 향이 퍼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 좋다라고 느끼는데, 이어서 나타난 향은 담배의 달콤한 향이 아니라 퀴퀴한 향이더군요. 또 훈향한 크랜베리의 향도 언뜻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맛은 부드러워지면서 본격적으로 단맛이 강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픈 후 20여 분이 지났을 때, 이제 쓴맛은 끝에 가서 잠깐 얼굴을 내밀 뿐,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질감에 은은한 단맛이 와인의 전체적인 맛을 지배하더군요. 향은 나무 향이 섞인 붉은 과일 향이 나오는데 전반적으로 단순한 느낌이었습니다. '오오... 점점 피어오르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좀 더 기다리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30분이 넘자 맛이 하강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그 힘을 잃어가더군요. 이제 향은 딸기젤리 향만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맛은 그 힘을 잃은 김빠진 와인 맛(?)이더군요. 저가의 칠레 와인치고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라고 느꼈던 설렘이 허무하게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사서 마실 건가요? 하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글쎄요'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고, 그럼 앞으로 안 사실 건가요? 하고 물어본다면 '한 번쯤 더 마셔보고 싶긴 한데...'라는 답변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순대 볶음 같은 양념이 강한 음식에 곁들여 마신다면? 1만 원 초반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생각해볼 때 한 번쯤 구매를 고려해볼 것 같긴 하군요.

소고기, 양고기, 순대 볶음, 향신료를 많이 넣은 소시지 등과 어울립니다. 2009년 10월 3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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