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굴의 시간이 다 가기 전에 - 루이 막스 푸이 퓌세

까브드맹 2013. 6. 27. 06:00

'바다의 우유'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영양가가 높은 굴은 동서양 모두에서 맛있다고 인정하는 식자재입니다. 특유의 향과 물컹한 질감 때문에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많은 식도락가가 바닷냄새 가득한 굴 한 접시 먹을 생각에 입맛을 다시죠. 다양한 형태로 굴을 조리해서 먹지만, 개인적으론 싱싱한 굴을 날로 먹는 것과 쪄 먹는 게 제일 맛있더군요.

다만 굴은 산란기 때 독성이 있어서 이 시기엔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보리가 패기 시작하면 굴을 먹지 않았고, 일본에선 벚꽃이 지면, 서양에선 알파벳 R자가 빠진 달이 되면 굴을 먹지 않는다고 하죠. 그러고 보니 지금이 4월 초순, 이제 20여 일이 지나면 굴을 피해야 할 때가 되는군요.

서양에선 굴과 와인을 함께 먹는 일이 많습니다.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와인으로는 루아르강 하류에서 나오는 뮈스까데 와인과 부르고뉴 샤블리 지역의 샤르도네 와인을 꼽죠. 하지만 두 곳의 와인이 아니라도 잘 찾아보면 굴과 잘 맞는 화이트 와인이 꽤 있습니다.

부르고뉴 남단의 뿌이 퓌세 마을에서 나오는 샤르도네 와인은 풍미가 진해서 굴과 먹기엔 좀 강하지만, 때때로 신선한 맛과 향을 지녀서 굴과 잘 어울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루이 막스 뿌이 퓌세(Louis Max Pouilly Fuisse)입니다. 오래된 포도나무인 비에이 비뉴(Vieilles Vignes)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서 섬세하고 신선하면서 산뜻한 풍미를 지녔고 흰 꽃의 향을 풍기죠.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헤이즐넛과 구운 견과류 향이 나지만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은은해서 굴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답니다.

굴 시즌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신선한 굴 한 접시에 루이 막스 뿌이 퓌세 한잔하고 싶군요. 그리고 올가을에 다시 식탁 위에 올라올 신선하고 맛있는 굴을 기다리겠습니다.

(2013년 4월 10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