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곱창이 생각날 땐 - 후안 길 모나스트렐 12 메세스

까브드맹 2013. 6. 20. 06:00

얼마 전에 형과 함께 동네 언덕 너머 곱창구이집에서 곱창과 대창을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집이 서울에서 소문이 자자한 곱창구이집이더라고요. 저는 집 근처인 데다 그만한 집이 드물어서 자주 갔었던 것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곱창을 먹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와인이 아니라 소맥을 곁들였다는 겁니다. 곱창뿐만 아니라 술이 매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한적한 가게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곳이라 쉽게 와인을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곱창과 와인을 함께 먹은 적이 없었어도 다른 곳에선 곱창에 와인을 곁들여 마셔본 적이 있었습니다.

곱창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풍미가 강한 육류이므로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이겠죠? 레드 와인 중에도 파워가 있고 탄닌이 풍부한 녀석이 잘 어울리겠고요. 많은 분이 즐겨 마시는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 와인도 잘 맞겠지만, 개인적으로 곱창과 먹을 때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모나스트렐(Monastrell)로 만든 와인입니다.

보데가스 후안 길은 후안 길 기메네즈(Juan Gil Giménez)가 스페인 남동부의 후미야(Jumilla)에서 1916년에 문을 연 이래 4대 97년 동안 와인을 생산해 온 역사 깊은 와이너리입니다. 모나스트렐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탁월한 와인을 만드는 와인 생산자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가격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죠. 후안 길의 와인 중 국내에서 잘 알려진 것으로는 후안 길 모나스트렐 12 메세스(Juan Gil Monastrell 12 Meses)를 들 수 있습니다. 흔히 후안 길 실버 레이블이라고 부르는 이 와인은 검붉은 과일과 오크, 나뭇진의 향을 강하게 풍겨서 진한 풍미를 지닌 곱창에 밀리지 않는 맛을 보여주죠. 또 매끄럽고 탄탄한 구조는 곱창의 질긴 질감과 어울리는 식감을 맛보게 해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올라오는 밀키(milky)한 풍미와 커피 향도 매력적이죠.

소비자 가격은 5만 원 정도입니다. 다소 비싸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와인이죠. 소고기 등심에 먹어도 좋으니 휴일 저녁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고기를 구우면서 마시면 즐거운 한때가 될 겁니다.

(2013년 4월 3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