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순대나 곱창볶음에 어울리는 검은 고양이 -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까브드맹 2013. 4. 18. 05:57

1980년대에 신림동에서 새로운 서민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금에 찍어 먹기만 했던 순대에 갖가지 채소와 쫄면을 넣고 고추장으로 만든 소스를 부어서 철판에 볶은 "순대볶음"이 등장한 것이죠. 이 새로운 형태의 서민 음식은 돈이 없던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등장한 지 30년 가까이 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림동의 별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도 친구들이랑 신림동에 갔을 때 순대볶음을 종종 먹곤 했는데요, 와인을 마신 후론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궁금했습니다. 매콤한 양념에 향이 강한 깻잎이 잔뜩 들어간 음식이니 와인도 스파이시한 향이 나는 게 어울리겠죠? 순대볶음의 강한 맛에 눌리지 않도록 힘도 어느 정도 있는 와인이어야겠고요. 서민 음식인 순대볶음에 어울리도록 대중적인 와인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했던 와인은 칠레 산 페드로의 가또 니그로 까르메네르(Gato Negro Carmenere)입니다. 15,000원 정도의 대중적인 가격을 가진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붉은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풍미를 지녔습니다. 그냥 마시면 별로이지만 양념이 강한 순대볶음엔 참 잘 어울리더군요. 아마 양념을 많이 넣은 돼지곱창 볶음과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친구들과 순대나 곱창 볶음을 드실 일이 있다면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데려가는 것이 어떨까요? 

(2013.1.23일 작성되어 와인비전(winevision.kr)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