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통 로칠드 - 샤토 린쉬 바쥬

까브드맹 2013. 4. 11. 05:55

얼마 전 IT 업계에서 재미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명품 노트북 중 하나인 맥북에어와 똑같은 모습이면서 가격은 거의 절반가인 노트북이 출현한 것이죠.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일명 '인민에어'라고 불리는 '한성 SPARQ U33X'가 바로 그 노트북입니다. 

이 제품은 맥북에어와 성능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겉모습은 사과 마크 대신 별 마크를 달고 있는 것만 제외하곤 99% 이상 똑같습니다. 그래서 맥북에어를 사고 싶지만 돈이 없거나, OSX 대신에 윈도우를 사용해야만 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판매되고 있답니다.

(맥북에어가 아닌 인민에어입니다. https://namu.wiki/w/인민에어)

이 노트북을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와인이 있습니다. 가격이 수십~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샤토 무통 로칠드에는 못 미치지만, 매우 뛰어난 맛과 향이 나면서도 10~2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는 샤토 린쉬 바쥬(Chateau Lynch-Bages)가 바로 그 와인입니다. 

많은 와인 애호가가 실속 있는 가격에 추억으로 남을 만한 훌륭한 품질을 가진 이 와인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통 로칠드"라고 부르며 사랑해왔죠. 로버트 파커는 린쉬 바쥬를 보르도 내에서 가격 대비 최고급 와인이라고 평할 정도입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요즘, 벗들과 함께 샤토 무통 로칠드 대신 서민들의 무통 로칠드라도 마시며 행복한 순간을 맛보고 싶습니다. 

(2013. 1. 9일 작성되어 와인비전(winevision.kr)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