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제13회 와인 컨슈머(Wine Consumer) 리포트에 대한 보고서

까브드맹 2011. 11. 28. 06:00

와인 컨슈머 리포트 배너

1.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음회의 주제

지난 2011년 11월 23일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진행된 '제13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음회'에 다녀왔습니다.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음회는 전국적인 와인 전문기업인 와인나라에서 수입사들과 협조하여 매달 새로운 주제로 진행하는 시음회입니다. 시음 대상이 되는 와인들이 대부분 5만 원 이하의 중저가 와인이기 때문에, 여기서 우수한 품질로 입상한 와인들을 주변의 마트나 와인 소매점에서 큰 부담 없이 사서 쉽게 마셔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음회의 장점이죠. 훌륭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도 병당 수십 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그저 바라만 볼 뿐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운 값 비싼 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음회보다 일반 와인 애호가들에게 훨씬 실용적이라는 겁니다.

이번까지 진행된 와인나라 컨슈머 리포트의 주제를 살펴보면 이 시음회가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더 확실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1회] 2만 원대 이탈리아 와인 TOP 10
[제2회] 1~2만 원대 미국 와인 TOP 10
[제3회] 2만 원대 프랑스 와인 TOP 10
[제4회] 1~2만 원대 스페인, 아르헨티나 와인 TOP 10
[제5회] 1~2만 원대 호주 와인 TOP 10
[제6회] 3~4만 원대 칠레 와인 TOP 10
[제7회] 1~9만 원대 스파클링 와인 TOP 10
[제8회] 3~4만 원대 신세계 화이트 와인 TOP 10
[제9회] 3~9만 원대 이탈리아 토스카나 레드와인 TOP 10
[제10회] 3~4만 원대 최고의 프랑스 보르도 와인 TOP 10
[제11회]3~4만 원대 프랑스 론 vs 스페인 레드 와인 TOP10
[제12회] 2011 컨슈머 최종 결산 'best wine of the year'

어떤 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감이 팍팍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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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음 평가단의 구성

와인 컨슈머 리포트의 시음 평가단은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와인업계에서 종사 중인 와인 전문가와 현직 소믈리에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 또 하나는 일반 와인 소비자인 애호가 그룹이죠. 전문가 그룹에는 아무나 참여할 수 없지만, 애호가 그룹은 참가비 1만 원을 내고 사전에 신청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음회에 저는 애호가 그룹으로 참석했습니다.

3. 시음회 풍경

시음회는 오후 2시부터 시작했지만, 시작 시간이 딱 정해진 것은 아니고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시음 시간에 언제든지 편한 대로 찾아가 자유롭게 시음을 하면 됩니다. 저는 조금 여유를 두고 집에서 출발했지만, 강남역에 내린 후 출구를 헷갈려 대각선 방향의 반대편 출구로 나오는 바람에 한참을 헤매었답니다. 그러다 다시 전철역으로 들어가 제 방향인 7번 출구로 나와 시음회장에 도착한 장소는 딱 오후 2시!

 

 

시음회장엔 사람들이 별로 없더군요. 평일인 데다가 와인이라지만 대낮부터 낮술을 해야 한다는데 부담 때문에 사람들의 참석이 저조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야 물론 조용한 가운데 차분히 시음을 할 수 있어서 좋았죠.

입구에 설치된 각종 행사 배너
(입구에 설치된 각종 행사 배너. 와인 컨슈머 리포트 배너도 보입니다.)

이번 시음회의 주제는 1~2만 원대 칠레 레드 와인이었습니다. 와인을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프랑스나 이태리 와인을 선호하는 제 입장에선 다소 아쉬움이 있더군요. 그래도 101종이나 되는 와인들이 주욱 늘어선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기쁘면서 또 한 편으론 이걸 언제 다 시음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결한 테이블에 주~욱 늘어선 와인들
(연결한 테이블에 주~욱 늘어선 와인들입니다)

와인들은 모두 검은 주머니로 감싸져 있어 어느 와이너리에서 어떤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지 알 수 없도록 해놓았습니다. 편견 없는 검증을 위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죠.

와인 번호 표시

모두 101종입니다.

시음용 버킷의 모습

두 줄로 늘어선 와인 사이에 군데군데 시음하고 남은 와인을 버릴 수 있는 버킷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종종 시음이 끝날 무렵에는 이 버킷에 와인이 가득 채워지곤 하지요.

 

 

사용하는 잔은 국제적인 와인 시음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ISO잔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뿐만 아니라 시음해야 할 와인이 많아서 1인당 1잔만 사용할 수 있죠. 준비를 해야 하는 주최 측의 어려움은 이해가지만, 그래도 되도록 정확한 시음을 하고 싶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부분입니다.

시음 평가지

평가지입니다. 와인이 101종이나 되다 보니 아주 두툼하더군요. 이걸 다 채워 넣는 것도 장난이 아니지요. 하지만 꼭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시음에만 열중할 뿐, 평가지는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죠. 저는 1번부터 101번까지 다 시음한 후 빠짐없이 작성했습니다. 시음 평가 항목은 색, 향, 맛, 품질 4가지였고, 마지막에 전체적인 평을 서술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연말 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과 갈비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는 항목도 있더군요.

 

 

4. 시음용 안주

시음 중간중간에 배를 채우고 입안에 남는 와인향을 정리하기 위해 간단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간단한 와인 안주로 대표적인 음식인 올리브. 이건 흰 것이고 붉은 올리브도 나왔습니다. 맛은 짭짤~

그린 올리브

그리고 빵입니다. 빵은 배를 채우기에도 좋지만 입 안에 남는 와인의 맛과 향을 지우기에도 좋죠.

시음용 빵

그 외에 이태리산 파르미자노(Parmigiano) 치즈와 방울토마토 등이 나왔습니다. 저도 시음 중간중간에 이 음식들을 먹으며 출출한 배도 채우고 지친 혀도 달래줬습니다.

 

 

5. 소감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시음은 4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색 보고 향 맡고 마신 후, 입안에서 돌려보고 뱉어내는 식으로 거의 기계적인 시음을 했기 때문에 간신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시간 여유를 두고 천천히 시음을 했다면, 중간에 지치거나 취해서 시음을 다 끝낼 수 없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국제적인 시음회에서도 수많은 와인들이 출품되기 때문에 한 종류의 와인에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변명입니다).

총 101종의 와인들은 대부분 가격에 적합한 품질을 지니고 있었지만, 약 20종 가령의 와인은 가격을 웃도는 꽤 우수한 향과 맛, 그리고 질감을 지니고 있더군요. 그리고 약 10여 종의 와인은 달달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 아직 와인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쉽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시음을 다 끝낸 다음, 마음에 들었던 와인 몇 잔을 맘 편히 마신 후 시음 평가지를 제출하고 나왔습니다. 시음을 끝내고 나오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와인을 좋아하지만 아직 와인을 다양하게 드셔보지 못한 분이라면 와인 컨슈머 리포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이렇게 다양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란 정말 흔치 않거든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마신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지역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각국의 와인 특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시음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또 와인을 공부할 생각 없이 맘 편하게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도 적은 돈으로 많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주량이 넘치도록 마셔서 추태를 부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죠?

그동안의 결과 발표 날짜를 볼 때 이번 컨슈머 리포트에 대한 평가는 아마 다음 달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그때 결과가 나오면 상위에 입상한 와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그리고 와인 컨슈머 리포트는 12월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말에 각종 망년회나 행사로 바쁘시겠지만, 시간을 내셔서 한 번 참석해 보세요. 적은 돈으로 많은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