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포르투갈] 사담 후세인이 창고에 쌓아두고 마셨다는 와인 - Mateus Rose

까브드맹 2011. 7. 29. 06:00

마테우스 로제

마테우스 로제(Mateus Rose)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르투갈산 와인입니다. 단맛이 약간 나는 약탄산(Frizzante) 로제 와인으로 페르난도 반 젤로 구에데스(Fernando van Zeller Guedes)가 1942년에 설립한 더 소그레쁘 비뉴(The Sogrape Vinhos) S.A에서 만들죠. 포르투갈의 토착 포도인 바가(Baga)와 루페테(Rufete), 띤따 바호카(Tinta Barroca), 뚜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로 만들며 등급은 비뉴 데 메사(Vinho de Mesa)입니다.

1. 마테우스 로제

마테우스 로제는 2차 세계 대전 말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해서 종전 후에 북미와 북유럽에서 와인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갔습니다. 두 시장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서 마테우스 생산량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급격히 증가했고, 1980년대에 마테우스 화이트도 나오면서 포르투갈산 테이블 와인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성장하죠. 생산량을 병으로 계산하면 매년 약 325만 병을 전 세계에 판매한 셈이라 하니 정말 놀랍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인 휴 존슨(Hugh Johnson)과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마테우스를 "레드도 화이트도 아니요, 스위트도 드라이도 아니며, 발포성도 비 발포성도 아닌 박쥐 같은 와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란세르(Lancers)라는 와인과 함께 20세기 중반의 포르투갈 외교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얘기하죠. 란세르 역시 포르투갈 와인으로 1942년에 J. M. 다 폰세카(J. M. da Fonseca winery)에서 탄생한 약 발포성의 미디엄 스위트 와인입니다. 1944년부터 판매해서 미국 와인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죠.

란세르 와인. 로제와 화이트가 있습니다.
(란세르 와인. 로제와 화이트가 있습니다. 병의 모양이 강장 백세주하고 비슷하죠? 이미지 출처 :  http://www.jmf.pt/index.php?id=137)

지금도 반 젤로 구에데스 가문이 경영하는 더 소그레쁘 비뉴 S.A 와이너리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와인 회사 중 하나입니다. 마테우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와이너리에서 아래처럼 다양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① 깔라브리가(Callabriga) ② 까사 뻬헤이링야(Casa Ferreirinha) ③ 꽁스땅티노(Constantino) ④ 뻬헤이하(Ferreira) ⑤ 핀까 플리시만(Finca Flichman) ⑥ 가젤라(Gazela) ⑦ 그라옹 바스꼬(Grão Vasco) ⑧ 에르다드 도 뼤소(Herdade do Peso) ⑨ 마테우스(Mateus) ⑩ 모흐가디오 다 또헤(Morgadio da Torre) ⑪ 오프리(Offley) ⑫ 뻬나 데 빠도(Pena de Pato) ⑬ 쁠라날토(Planalto) ⑭ 낀타 데 아제베도(Quinta de Azevedo) ⑮ 낀따 도 까르발라이스(Quinta dos Carvalhais) ⑯ 헤제르브 헨지(Reserve Range) ⑰ 호베츠송스(Robertson´s) ⑱ 샌드맨(Sandeman) ⑲ 떼라 프랑카(Terra Franca) ⑳ 빌라 헤지아(Vila Re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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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우스의 인기가 줄면서 더 소그레쁘 비뉴 S.A는 다른 지역의 판매를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 2002년에 재단장한 마테우스를 영국에서 판매했는데 19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고 신중하게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판매한 마테우스 와인은 이전 제품보다 단맛은 줄이고 탄산은 더 넣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달지 않은 와인을 좋아하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에 맞췄기 때문이죠. 그러나 특유의 좁은 병목을 가진 플라스크 모양의 병, 레이블에 그려진 빌라 헤알(Vila Real)의 바로크 양식 저택인 마테우스 궁전(Mateus Palace) 그림, 코르크 마개는 예전 제품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에는 마테우스 로제 뗌프라니요(Mateus Rose Tempranillo)를 생산하는데 마테우스 로제 오리지널보다 더 진한 핑크빛을 띱니다. 주요 판매 층은 20대이며 특히 젊은 여성을 목표로 한다는군요.

여담이지만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이 거주하던 왕궁의 귀중품 보관소에는 상당한 양의 마테우스 와인이 쌓여있었다고 합니다.

마테우스는 향신료를 많이 쓴 중국과 동남아 요리, 이탈리아 요리, 게살을 넣은 아보카도 토스트, 구운 토마토, 바비큐, 샐러드, 조개 요리에 어울립니다. 식전주로 그냥 마셔도 좋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일반적인 로제 와인보다 더 진하고 갈색빛이 약간 돕니다. 수출용 와인에는 탄산가스를 조금 넣는다더니 역시 탄산 방울이 잔에 맺히네요.

마테우스 로제의 색상

딸기와 산딸기 향이 나며 어렸을 때 먹었던 딸기 맛 감기 시럽의 냄새와 비슷한 향도 있습니다. 풋복숭아 향과 알코올 냄새도 약간 나옵니다.

질감은 생각보다 좀 거칠고 조잡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이지만, 제일 낮은 등급인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아마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다른 유럽 국가의 와인이 대부분 품질이 좋지 않았기에 상쾌하고 청량한 맛을 가진 마테우스가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정도 품질에 더 값싼 와인이 많죠.

탄산가스가 약간 있어서 청량한 기운이 돌며 생각보다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신맛이 조금 나고 살짝 씁쓸한 맛도 있습니다. 딸기와 산딸기 풍미가 있지만, 잘 익은 과일이 아니라 덜 익어서 식물성 풍미가 남아 있는 맛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1%로 약하고 입에서 느끼는 기운도 세지 않습니다. 마신 후에 남는 맛은 별로 깔끔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마실 만합니다. 여운은 그리 길지 않고 느낌도 썩 좋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의 향과 질감, 맛, 여운을 가졌습니다. 특히 구조감이 약해서 힘이 빠진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E+로 맛과 향이 보잘것없는 와인입니다. 2011년 6월 17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영문 위키피디아 마테우스 항목

3. 영문 위키피디아 란세르 항목

4. 더 소그레쁘 S.A 홈페이지

5. 란세르 와인 홈페이지

6.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