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청주] 우리 음식에 잘 어울리는 뛰어난 맛과 향을 갖춘 - 화랑(花郞)

까브드맹 2011. 2. 13. 09:00

● 생산 지역 : 한국 > 경상북도 > 경주

● 재료 : 찹쌀 100%

● 어울리는 음식 : 불고기, 생선전, 육전 같은 한식 요리나 버섯 요리, 생선회 등.

화랑은 경주법주를 생산하는 경주법주주식회사에서 만드는 청주입니다. 양질의 국산 찹쌀 100%에 자체 생산한 전통 누룩만 사용해서 만들죠. 일본식 누룩인 입국(粒麴)은 쓰지 않습니다. 15도 이하의 저온에서 약 90일간 발효한 후 10도 이하에서 60일 이상 숙성해서 만들며 국내 주류회사의 청주중에선 "설화"와 함께 가장 고급으로 평가받습니다.

화랑은 2007년 국세청 주관 주류 품평회에서 대한민국 명품주로 선정되었고, 2008년 OECD 장관 회의에서도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어 프리미엄 청주로서 널리 이름을 알렸습니다. 또 2010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주류품평회 라이스 와인(Rice Wine) 부문에서 우리나라 술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수상해서 제품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인정받았죠. 2010년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화랑은 또다시 만찬 건배주로 선정되어 그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병의 백 레이블에 '2010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주류품평회 금메달 수상'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어떤 분은 현재 판매하는 경주법주의 맛이 예전 같지 않고 화랑의 술맛이 초창기 경주법주의 맛과 같다고 합니다. 사실인지는 제가 옛날에 판매했던 경주법주를 마셔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일견 수긍이 가는 것은 현재의 경주법주가 일본식 누룩인 입국을 써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경주 율동 손씨, 교동 최씨, 양동 이씨 세 가문의 도움을 받아서 전통 양조법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경주법주에 입국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반면 화랑은 입국을 전혀 쓰지 않고 전통 누룩만 쓴다고 하니 이쪽이 경주법주의 원형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경주법주주식회사에서 재료비는 날로 올라가는데 가격을 올릴 수 없으니까 예전의 경주법주와 같은 방식으로 화랑을 만들고, 기존의 경주법주는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생산 단가를 낮춰서 생산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옛날 경주법주와 비교해서 현재 나오는 경주법주의 맛이 떨어지는지, 화랑에서 옛날 경주법주의 맛이 나는지는 세 종류의 술을 함께 갖다 놓고 마셔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화되기 마련이고 당시에 시음 노트를 적어놓은 분도 없을 테니까요. 또 오랫동안 보관하기 힘든 청주의 특성상 옛날 경주법주가 변질되지 않고 보관되어 있을 리도 없겠고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예전에 경주법주를 마신 후 가졌던 좋은 인상을 지금은 화랑을 통해서 느낀다는 것이며, 그만큼 화랑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겁니다. 


확실히 화랑은 뛰어난 품질의 청주로 일본에서 수입되는 어지간한 사케와 비교해도 맛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고급 사케 중에선 맛과 향이 강한 우리나라의 일부 요리에 눌려서 제 풍미를 살리지 못하는 술이 많지만, 화랑은 이런 요리와 함께해도 맛과 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격을 고려해보면 더욱 이익이라고 할 수 있죠. 재미있는 것은 주세법상 화랑은 '청주(淸酒)'가 아니라 '약주(藥酒)'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세법에선 청주의 기준을 ’쌀만 갖고 빚은 맑은 양조주'로 정해 놓았으며 여기에 양조용 알코올인 '주정'을 넣는 것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은 일본식 청주인 사케와 거의 같은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청주는 밀가루나 통밀로 만드는 밀 누룩을 넣는 일이 많은데, 밀 누룩을 써서 술을 만들면 쌀 100%로 만든 것이 아니라서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됩니다. 대한민국 술을 일본식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이런 웃지 못할 일은 우리 술에 관한 이해가 없는 공무원들이 일본의 법률을 본떠서 주세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되는데요, 한시바삐 우리 전통주의 기준에 따라 주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주로 분류된다고 해서 세금을 더 적게 붙이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아주 밝고 옅은 볏짚 색입니다. 다른 국산 청주와 비교해 색이 더 진하군요. 알코올 향이 약간 올라오면서 쌀로 만든 술 특유의 달짝지근한 향이 느껴집니다. 누룩 향도 약간 있고요. 시간이 지나면 상큼한 사과와 잘 익은 배향이 나옵니다. 일반 청주에서 풍기는 조잡하고 비린 향이 아닌 좀 더 깨끗한 향을 보여주는군요.

약간 진득하면서 매끄럽습니다. 아무래도 찹쌀로 만들었기에 다른 청주보다 좀 더 진하고 무겁네요. 와인 잔에 따르고 잔을 돌렸을 때 잔을 타고 흐르는 방울도 어지간한 풀 바디 와인 못지않게 천천히 흘러내립니다.

맛은 진하며 잡스러운 맛 없이 깨끗합니다. 단맛이 조금 나는데 과일의 단맛이 아니라 곡물에서 우러나온 단맛이며 옅게 희석한 물엿 같은 느낌입니다. 적당한 단맛에 더해진 약간의 산미는 입안을 자극하고 침이 샘솟게 해줍니다. 알코올 13%이지만, 같은 도수의 와인보다 입안에 닿는 느낌은 더 강렬하군요. 시간이 지나면 산미가 조금 더 강해지면서 당도와 딱 적당한 선에서 균형을 이루는데, 이때 맛이 가장 좋고 느낌도 풍부합니다. 그러니 조금 천천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 잔과 전통 잔을 모두 사용해서 마셔보니 전통 잔 쪽이 맛과 느낌에서 더 낫습니다. 와인 잔은 향과 맛이 너무 진하게 느껴져서 질리는데, 전통 잔은 풍미를 적당한 정도로 느낄 수 있게 해주네요. 역시 술에 어울리는 잔은 허투루 발달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듭니다. 여운은 제법 길게 느껴지지만, 깊이 없이 얕고 길게 이어집니다. 당도와 산도, 풍미 등등 여러 요소가 조화를 잘 이루며 좋은 맛을 냅니다. 향이 조금만 더 발달했다면 상당히 빼어난 수작이 되었을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375mL 1병에 4천 원 후반대의 가격이니 와인으로 치면 9천 원 이하의 가격입니다. 이 정도면 어설픈 와인을 마시느니 화랑을 사 마시는 게 훨씬 낫죠. 이 정도 품질이라면 적어도 2만 원대 와인과 견줄 만 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청주입니다. 2011년 2월 12일 시음했습니다.

○ 국산 청주 시음기 글 목록

1.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 백화수복(白花壽福)

2. 오랫동안 국가 공인 대표 청주 - 경주법주(慶州法酒)

3. 동급 최저 가격으로 심심한 맛과 향이 개성인 - 경주법주천수(慶州法酒天壽)

4. 종묘제례에 쓰이는 본격 국산 전통 청주 - 국순당 예담(禮談)

5. 천년을 이어온 전통 양조법인 백하주법으로 만든 - 배상면주가 차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