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무개성의 개성,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는 - Vina Graduca Bianco

까브드맹 2011. 1. 28. 09:07

비냐 그라듀카 비앙코

1. 비냐 그라듀카 비앙코

비냐 그라듀카 비앙코(Vina Graduca Bianco)는 아이렌(Airen) 포도로 만든 비노 데 메사(Vino de Mesa) 등급의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입니다. 신맛 나는 개성 없는 와인으로 그냥 마시면 별 볼 일 없습니다. 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맛이 좋은 것도 아니죠. 그렇지만 해산물 요리와 함께 마시기엔 아주 좋습니다. 함께 하는 음식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어지간한 음식에 두루 어울리거든요.

낙지젓처럼 매운 음식과 먹었을 때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맛을 끌어올리진 않았지만, 낙지젓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아서 비린 맛이나 쓴맛처럼 안 좋은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단지 낙지젓의 달콤 짭짤한 맛을 깨끗이 씻어줘서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해 주더군요. 역시 모든 와인은 자기 자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소주보다 낫고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맥주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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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연둣빛이 살짝 도는 밝은 황금빛입니다. 초반에 향은 거의 나지 않으며 나중에도 아주 옅은 배 향, 풋과일 향 정도만 있을 뿐입니다.

물처럼 가벼운 와인으로 무게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알코올 때문에 물보다 강한 느낌이 있을 뿐 "5% 부족할 때"처럼 가볍죠. 특별한 맛이랄까 개성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싱겁고 무게감이 없는 데다 산미도 약하고 약간 쌉쌀한 맛이 날 뿐이어서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습니다. 보통 와인은 탄닌과 무게감 때문에 목에 걸리는 게 있어서 원샷하기 힘든데, 이 와인은 한 병을 원샷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군요. 다만 마시고 난 후에 알코올 냄새가 조금 나오는 것이 흠입니다.

개성이 없어서 어지간한 음식에는 다 맞을 듯하며, 식물성 재료로 주로 사용한 한식에 곁들여 마셔도 좋을 겁니다. 여운은 역시 빠르게 사라집니다. 모든 요소가 "가벼움"이란 한 가지 방향으로 통일되어서 오히려 균형을 잘 갖춘 듯합니다.

흰살생선구이, 생선회, 문어 초회, 조개찜, 해산물 샐러드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E로 맛과 향이 보잘것없는 와인입니다. 2011년 1월 2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