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막걸리] 시음 대결! 서울 장수 월매 vs 배상면주가 대포

까브드맹 2010. 11. 8. 09:13

막걸리 비교 시음 두 번째입니다. 먼저 번엔 생막걸리인 서울 탁주 연합의 장수_長壽 생막걸리와 배혜정 누룩 도가의 부자_富者 생_生술을 비교 대상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살균탁주인 서울 탁주 연합의 월매_月梅 막걸리와 배상면주가의 대포 막걸리를 비교 시음했습니다.

살균탁주는 가열 등을 통해 막걸리 안의 효모를 전부 죽여서 만든 막걸리를 말합니다. 생막걸리와 살균탁주의 차이는 생맥주와 병맥주의 차이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굳이 효모를 죽여 살균탁주로 만드는 이유는 유통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생막걸리는 막걸리 안에 효모를 비롯한 각종 미생물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병입을 한 이후에도 계속 발효를 비롯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보관 온도가 높다던가 병 안으로 공기가 들어간다던가 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식초균에 의해 식초로 변질되지요. 그래서 보통 막걸리의 보존 기간은 냉장 보관시 제조일로부터 10일 정도입니다. 일부 막걸리의 경우 막걸리 안의 당을 조절한다던가, 병 뚜껑을 완전 밀폐한다던가 하여 유통 기간을 30일로 정도로 늘린 것도 있지만 생막걸리의 유통 기간은 보통 10일 정도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이렇게 유통 기간이 10일 정도로 되면, 가까운 지역으로 유통시킬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거리가 멀어져서 운송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거나 유통 절차가 복잡하면 보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또 유통된 이후에도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주문량을 조금이라도 잘못 예측하면 보존 기간까지 막걸리를 다 팔지 못하고 폐기 처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외로 수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되죠. 물론 수출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냉장 유통을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비용 문제 때문에 단가가 높은 와인조차도 냉장 유통을 안하는데 막걸리를 냉장 유통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게 살균탁주입니다. 비록 효모가 다 죽어서 생막걸리 고유의 맛을 100% 살릴 수는 없습니다만, 보존 기간이 제조일로부터 6개월로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유통상의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생막걸리는 빨리 팔아치워야 되고 다 팔지 못하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고급 용기를 사용하기 곤란하지만, 살균탁주는 소매점에서 장시간 진열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로 용기를 만드는 등 제품의 고급화를 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수출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살균탁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고 제품의 포장도 고급스러운 것들이 꽤 있습니다.

월매_月梅는 서울 탁주 연합에서 나오는 살균탁주입니다. 처음에는 장수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수입쌀로 만들었습니다만, 막걸리에 사용되는 쌀이 국산이냐 수입산이냐 하는 것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작년부터 100% 국내산 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라벨을 통해 월매의 성분을 파악해보면, 우선 국내산 백미가 90% 들어가고 이소말토 올리고당이 10% 들어갑니다. 이소말토 올리고당은 서울 탁주 연합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에 공통으로 들어가는데, 생막걸리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스파탐 0.0111%와 구연산 0.005%가 들어갑니다. 아스파탐으로 단 맛을 보강하고 구연산으로 산미를 가미한 것 같은데, 효모가 죽어서 발효에 따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살균탁주에 왜 아스파탐을 쓴 건지 모르겠군요. 알코올 농도는 6%.

대포 막걸리는 산사춘으로 유명한 배상면주가에서 만드는 살균탁주입니다. 100% 생쌀발효법을 내세우고 있는데, 보통 막걸리를 만들 때 쌀을 쪄서 발효를 하지만 생쌀발효법은 쌀을 찌지 않고 발효를 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더욱 부드럽고 깔끔해진다고 제조사에서는 얘기하는데, 그 외에도 생산 단계가 한 단계 줄어들어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도 있게 됩니다. 생쌀발효법은 배상면주가 뿐만 아니라 국순당에서도 사용되는 방법이며 백세주도 생쌀발효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원료로는 국내산 쌀 100%가 사용되고 있으며, 아스파탐은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게도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가 보통 6%인데 비해, 이건 7%입니다.


두 막걸리의 가격은 월매가 1,000ml에 1,700원 정도, 대포는 425ml에 1,400원 정도로 대포가 훨씬 더 비쌉니다. 이제 색상, 향, 맛(당도), 질감, 무게감, 여운의 각 항목 별로 두 막걸리를 비교 시음해 보겠습니다.

1. 색상

왼편이 서울 탁주 연합의 월매, 오른 편이 배상면주가 대포입니다. 월매가 색상이 조금 더 옅고 뽀얀 느낌이 덜 한 반면, 대포는 색상이 아주 뽀얗고 고우며 약간 붉은 기운이 돌면서 색상이 진합니다. 사진상으로도 오른편의 대포 막걸리 색상이 좀 더 진하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측면 사진. 대포는 색상에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잔을 돌렸을 때 벽에 붙는 앙금은 거의 비슷하지만 대포 쪽이 좀 더 입자가 곱습니다.

2. 향

월매는 생막걸리보다는 좀 더 막걸리향(?)이랄 수 있는 향이 진하게 납니다. 대포도 월매와 비슷한 향이 나지만 약간 더 진한 느낌입니다. 

3. 맛(당도)

월매는 생막걸리와 비슷한 정도의 당도에 살균탁주임에도 불구하고 탄산의 기운이 세게 느껴집니다. 어찌보면 약_弱 탄산 음료수와 같습니다. 생막걸리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을 느끼기 힘든데, 아마도 제품 컨셉을 생막걸리에 가까운 살균탁주로 잡은 것 같습니다. 탄산은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나중에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살균 과정에서 막걸리 안의 탄산은 100% 날아가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역시나 대포는 살균탁주답게 탄산의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월매보다 더 진하고 부드러우며 단맛의 느낌은 더 강하지만 월매가 탄산 음료수의 단 맛 같은 느낌이라면 대포는 더 고급스러운 단 맛이 납니다.

4. 질감

월매는 탄산이 들어가서 차갑고 날카로운 면이 있습니다. 반면에 대포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5. 무게감

무게감은 양쪽이 비슷하지만 대포가 조금 더 무게감이 있습니다. 월매가 위로 치솟는 느낌이라면 대포는 오르거나 가라앉지 않고 그 자리에서 수평으로 주욱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6. 여운

탄산 때문인지 월매 쪽이 여운이 더 길지만 톡 쏘면서 목 안을 자극하는 반면, 대포 쪽은 좀 더 그윽하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7. 총평

월매는 장수 생막걸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산이 들어 있어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가지지만 좀 날카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반면 대포는 살균탁주답게 탄산이 느껴지지 않고 부드러우며 그윽한 느낌이 있습니다. 차분하지만 가라앉지도 않으며 남들이 뭐라 하던 내 갈 길을 유유히 간다는 느낌입니다.

두 막걸리의 느낌과 이름을 비교해보면 월매는 화려하고 상쾌하지만, 가볍고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것이 딱 기생 같다는 느낌이고, 대포는 그윽하고 부드러우며 입안에서 요동치지 않는 것이 큰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며 나아가는 고래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야외에서 땀을 흘린 후에 막걸리를 마신다면 월매를, 주점이나 식당에서 잘 차린 음식과 막걸리를 먹을 때는 대포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