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북부 포르투갈(Northern Portugal) > 비뉴 베르데(Vinho Verde) DOC

<비뉴 베르데의 세부 생산지. 이미지 출처 : https://pbs.twimg.com/media/C_WEAKgXoAAQIfP.jpg>

‘녹색 와인(Green Wine)’이라는 뜻의 비뉴 베르데는 포르투갈 최북단의 비뉴 베르데(Vinho Verde) DOC에서 나오는 특색 있는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고 신맛이 뚜렷하며 품종과 스타일에서 지방색이 선명합니다. 화이트 와인의 색은 거의 물처럼 투명하고, 레드 와인은 붉습니다. 그런데도 녹색 와인이라 부르는 것은 색깔의 문제가 아니라 무르익지 않은 신선한 와인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숙성한 와인은 '마두로(maduro)’라고 합니다.

1. 비뉴 베르데의 역사

비뉴 베르데 DOC에 속한 지방의 포도 재배와 와인 역사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루시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Seneca the Younger)와 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는 도우루(Douro)와 미뉴 강 사이에서 자라는 포도나무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중세에는 포르토(Porto) 항 서쪽에 있는 마르코 데 카나베세스(Marco de Canaveses)의 알펜두라다(Alpendurada) 수녀원에 기증된 이 지역 와이너리에 관한 서기 870년의 기록이 존재하죠. 와이너리의 포도밭은 종교적인 관례에 따라 경작되었고,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받으며 수 세기 동안 확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비뉴 베르데 지역의 와인은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었지만, 12세기에 영국과 독일, 플랑드르 지방으로 일부 수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영국 수출건은 1788년에 존 크로프트(John Croft)에 의한 것입니다.

 

<비뉴 베르데 지역의 포도 재배 모습>

16세기에 포르투갈에 들어온 옥수수는 비뉴 베르데 지역의 포도 농사에 독특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옥수수 생산을 최대한 늘리려던 포르투갈 정부는 새로운 법령을 제정했고, 이로 인해 포도나무는 들판의 가장자리로 밀려났습니다. 또한 포도나무줄기를 주변의 나무나 울타리 위로 자라게 하고, 그 아래엔 곡물을 재배하도록 했죠. 농부들은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포도를 수확해야 했습니다. 오늘날엔 대부분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현대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만,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키우는 곳에선 나무나 울타리 아래에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작물을 재배하곤 합니다.

 

2. 비뉴 베르데 생산지와 생산량

원래 비뉴 베르데 와인은 비뉴 베르데 DOC에 있었던 미뉴(Minho) 지역에서 생산되었습니다. 그러다 1908년 10월 18일의 법과 같은 해 10월 1일의 법령을 통해 미뉴 지역과 남쪽의 인접 지역이 함께 ‘Vinho Verde’라는 지역 명칭을 받았고, 1976년에 미뉴 지역이 해체되었습니다. 1984년에 비뉴 베르데 지역은 최고 와인 등급인 데노미나사옹 지 오리징 콘트롤라다(Denominação de Origem Controlada, DOC) 생산지로 지정되었습니다.

 

와인 생산 관리에 관한 규정은 주로 1926년에 제정되었고, 현재 <비뉴 베르데 지역 와인 위원회(Comissão de Viticultura da Região dos Vinhos Verdes)>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감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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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뉴 베르데 DOC에는 9개의 하위 지역이 있고, 와인 레이블에 ‘Vinho Verde’라는 지역 명칭과 함께 하위 지역명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하위 지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아마란테(Amarante)

② 아비(Ave)

③ 바이옹(Baião)

④ 바스투(Basto)

⑤ 카바도(Cávado)

⑥ 리마(Lima)

⑦ 몬상 에 멜가소(Monção e Melgaço)

⑧ 빠이바(Paiva)

⑨ 쏘자(Sousa)

 

비뉴 베르데 지역의 포도밭 면적은 약 21,000 헥타르로 포르투갈 전체 포도밭의 9%를 차지합니다. 와이너리 숫자는 600여 개로 수많은 소규모 와이너리가 있고, 와인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은 2014년 기준으로 19,000명에 달합니다. 매년 8,500만ℓ의 와인이 생산되며 화이트 와인이 86%를 차지합니다.

 

 

3. 비뉴 베르데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 품종

비뉴 베르데 DOC에서 권장되거나 허용된 품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화이트 와인용 품종

가장 성공적인 품종은 알바링뉴(Alvarinho, 스페인의 알바리뇨(Albarino))와 루레이로(Loureiro)입니다. 리마 계곡과 스페인 국경 사이의 북부 미뉴에서 널리 재배하는 알바링뉴는 수확량이 적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죠. 루레이로는 수확량이 높고 매우 향긋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① 권장 품종 : 알바링뉴, 아린뚜(Arinto= Paderna), 아베소(Avesso), 아잘(Azal), 바또카(Batoca), 루레이로, 뜨라자두라(Trajadura)

 

② 허용된 품종 : 브랑코-에스콜라(Branco-Escola), 까이뉴 데 모데이라(Cainho de Moreira), 까스칼(Cascal), 도라디냐(Douradinha), 이스가닝뉴(Esganinho), 이스가노조 데 까스텔로 데 빠이바(Esganoso de Castelo de Paiva), 이스가노조 데 리마(Esganoso de Lima), 페르나웅 삐리스(Fernão Pires), 라메이루(Lameiro), 하비가또(Rabigato), 에스.마메드(S. Mamede), 세미라웅(Semilão)

 

 

2) 레드 와인용 품종

가장 성공적인 레드 와인용 포도는 비냐웅(Vinhão)이고, 아마랄(Amaral)과 아잘 띤토(Azal Tinto)와 이스파데이루(Espadeiro)가 뒤를 잇습니다. 이 품종들로 진한 보랏빛에 후추 향이 나오는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① 권장 품종 : 아마랄 띤토, 아잘 띤토, 보하살(Borraçal), 브랑셀료(Brancelho), 이스파데이루, 빠데이루(Padeiro), 뻬드랄(Pedral), 하보 데 오벨랴(Rabo de Ovelha), 비냐웅

 

② 허용된 품종 : 도살(Doçal), 도살 데 레포이오스(Doçal de Refóios), 이스파데이루 몰리(Espadeiro Mole), 라브루스코(Labrusco), 무리스코(Mourisco), 피칼 폴류(Pical Pôlho), 수저웅(Sousão), 베르델호 띤토(Verdelho Tinto)

 

 

4. 비뉴 베르데 와인의 양조

비뉴 베르데는 포도를 수확한 후 3~6개월 정도 지나서 판매하는 ‘젊은 와인(young wine)’이기에 셀러에서 추가 숙성할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습니다. 또한 스파클링 와인과 늦은 수확을 통한 스위트 와인으로도 생산되며, 비뉴 베르데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Brandy)도 있습니다.

 

와인 양조와 숙성 기간이 짧은 비뉴 베르데는 병에 담긴 상태에서 젖산 발효가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와인에 젖산 발효 도중 발생한 약간의 탄산가스가 들어가게 되죠. 거품이 있는 스틸 와인은 보통 결함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약간의 자연적인 거품은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비뉴 베르데 생산자들은 탄산가스가 미세하게 들어가도록 와인을 만듭니다.

 

그러나 젖산 발효가 일어나면 와인이 탁해지고 침전물도 발생하여 보기에 안 좋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불투명한 병에 와인을 담았죠. 오늘날엔 대부분의 비뉴 베르데 생산자가 병에서 젖산 발효 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미량의 탄산가스를 주입하기 때문에 투명한 병에 담겨 나옵니다.

 

 

5. 비뉴 베르데 와인의 스타일

비뉴 베르데 DOC는 연평균 강우량이 약 1,200㎜이고 기후도 습합니다. 이런 환경에선 포도나무가 놀라운 생장력을 보여주지만,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포도에 당분과 양분이 집중되지 못하죠. 그래서 사과산 함량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자연 당도는 낮고, 와인의 알코올 도수도 낮게 나옵니다.

 

레몬이나 밀짚색을 띠는 화이트  와인은 자연적인 산미와 포도 품종에서 나오는 과일과 꽃 향기 덕분에 매우 신선합니다. 알코올은 8.5~11% 정도로 꽤 낮죠. 탄산의 압력이 1 기압 미만으로 세미 스파클링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탄산가스가 약하게 느껴집니다.

 

비뉴 베르데 레드와 로제 와인은 화이트 와인보다 생산량이 매우 적습니다.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온과 높은 강수량이라는 기후 조건 때문에 레드 와인용 포도가 잘 익기 어려워서 그렇죠. 레드 와인은 보통 색이 붉고 후추와 모란, 신 자두의 맛이 섞인 과일 풍미가 나오며, 로제 와인은 연하거나 강렬한 핑크 빛으로 붉은 과일 풍미가 나옵니다.

 

최상급 비뉴 베르데 와인인 비뉴 알바링뉴(Vinho Alvarinho)는 몬상과 멜가소에서 재배한 알바링뉴 포도로 만듭니다. 알코올 도수가 11.5~14%로 일반 비뉴 베르데 와인보다 높고 잘 익은 열대 과일 향을 풍기죠. 비냐웅과 보하살, 아마랄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은 진한 빨간색에 탄닌도 강하며, 보통 이스파데이루와 빠데이루 포도로 만드는 로제 와인은 매우 신선하고 과일 풍미가 많습니다.

 

비뉴 알바링뉴 와인의 시음기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포르투갈] 신선한 사과부터 열대 과일의 향까지 - Aveleda Alvarinho 2017

[포르투갈] 완전 여름 와인! - Cabo da Roca Vinho Verde Bra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