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데가 라 이리데(Boega La Íride)의 꼬르데나다 말벡(Coordenada Malbec) 2018은 아르헨티나의 멘도사(Mendosa) 주에서 재배한 말벡(Malbec)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아르헨티나 와인
아르헨티나는 우리에게 한 때 경제 부국이었던 중진국 정도의 이미지이지만, 세계 8위의 영토대국으로 비옥한 농지와 다양한 기후대(아열대, 온대, 건조, 한냉), 연중 정기적인 강우, 풍부한 태양 에너지를 갖춘 세계 유수의 농업대국입니다. 2002년 기준 농업 부가가치액은 148억 달러 수준이며 농업무역수지는 105억 달러(약 14조 490억 원)로 농산물 수출대국이죠. 주요 농산물인 대두유, 대두박, 해바라기씨유, 해바라기씨박, 레몬, 꿀, 배, 옥수수, 수수 등은 세계 수출량 순위(2003년 기준)에서 1∼2위를 차지합니다.
와인 애호가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농산물 제품은 역시 멘도사에서 재배한 말벡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과 아르헨티나 북동부에 있는 팜파스 초원에서 방목해 기른 소의 고기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멕시코, 미국, 캐나다, 칠레, 우루과이, 네덜란드, 덴마크 이외의 지역에선 소고기를 수입할 수 없어서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를 맛볼 수 없지만요.
2. 보데가 라 이리데
2001년에 설립된 보데가 라 이리데는 설립자의 할머니인 <노나>, 이리데 파포티(the «nona», Iride Papotti)의 이름을 딴 가족 경영 와이너리입니다. 1906년 이탈리아 파르마 지방에서 태어난 이리데와 그녀의 남편 지노(Gino)의 집안은 적어도 19세기 초반부터 파르마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했던 가난한 농민들이었습니다. 포도밭을 돌보고, 그들만의 와인을 만드는 법은 아버지로부터 아이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었죠. 부부가 아르헨티나로 이주하면서 그 지식은 함께 아르헨티나로 건너왔고, 그들은 뛰어난 포도 재배지인 멘도사에서 계속 포도를 길렀습니다.
두 부부가 아르헨티나에서 낳고 기른 아이들은 포도 재배와 소규모 와인 생산 외에도 산업 가공에 익숙해졌습니다. 수년 동안 이리데와 지노의 아들들은 포도 재배 기계와 임대하거나 팔기 위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설계하고 제조했죠. 마침내 축적된 관련 지식과 가문의 궤적에 따라 자신들의 와이너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생겼고, 국내 시장과 국제 시장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우수한 와인을 생산해서 자기 자신들과 고객에게 선보이자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라 이리데 와이너리에서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샤도네이(Chardonnay) 와인도 생산하지만, 역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말벡 와인으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이 넘습니다.
3. 와인 양조
꼬르데나다 말벡(Coordenada Malbec)은 자갈과 진흙이 섞인 땅에서 기른 말벡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4월에 포도를 수확해서 상태에 따라 12~24시간 동안 서늘한 곳에서 사전 침용하여 과일 풍미가 살아나도록 했고, 포도를 으깬 머스트(must)에서 약 25%가량 주스를 뽑아내서 탄닌과 각종 추출물의 비중을 늘려 와인이 진해지도록 했습니다. 그다음에 발효 탱크에서 26℃를 넘지 않도록 온도를 조절하면서 전통 방식에 따라 10~20일 동안 알코올 발효하며 탄닌과 색소, 각종 추출물을 껍질과 씨에서 추출했습니다. 숙성은 미국산 오크통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4~30개월 간 진행했죠.
4. 와인의 맛과 향
이렇게 만든 꼬르데나다 말벡의 테두리 색은 진한 퍼플빛입니다. 잔에 따르면 잠시 뒤에 부드러운 바닐라와 견과류, 연유 향이 올라오고 검은 자두와 프룬(prune) 향이 이어집니다. 초콜릿 향과 함께 흙과 흙 비린내 냄새도 올라오네요. 점차 볶은 콩과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퍼지고 구수한 찐 옥수수 향으로 발전합니다.
진하고 탄탄합니다. 대패로 깎은 나무처럼 매끈하면서 탄닌 느낌이 은근하게 남습니다. 바로 땄을 땐 조금 허술한 듯했던 구조는 차차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과 달리 맛은 드라이합니다. 검은 과일의 산미가 있지만 태운 나무와 다크 초콜릿 풍미가 도드라지네요. 입안을 꽉 채우는 탄닌 느낌이 좋습니다. 그을린 콩과 호두 풍미 뒤에 바닐라 느낌이 이어집니다. 알코올은 추출물과 어울리면서 도수보다 더 강한 힘을 느끼게 합니다. 차차 단맛이 살아나며 블랙베리와 서양 자두의 산미와 풍미도 강해집니다. 여운은 길게 이어집니다. 처음엔 태운 나무 위주로 조금 단순하지만, 나중엔 블랙베리와 기름진 견과류 풍미가 남습니다.
탄탄한 탄닌과 부족하지 않은 산도, 13.2%의 알코올로 힘차고 강인하며 균형 잡힌 맛이 납니다. 다만 마시기에 조금 일러서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병에서 3~5년 정도 숙성한 후에 마시면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지금 딸 거라면 한 잔 따른 후 50분 정도 지난 후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소고기와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언젠가 팜파스의 풀을 먹고 자란 아르헨티나산 유기농 소고기와 꼬르데나다 말벡 와인을 함께 먹어볼 날을 기대해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바비큐 같은 고기구이, 훈제 오리, 오리 진흙 구이, 오향장육, 초리소와 살라미 같은 소시지, 하몽 같은 생햄, 오래 숙성된 경성 치즈 등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2년 11월 12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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