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뱅 드 뻬이 독(Vins de Pays d'Oc)
뱅 드 뻬이 독은 프랑스 남쪽의 랑그독 루시용(Languedoc-Roussillon)에서 만드는 뱅 드 빼이(지방 명칭 와인, 3등급) 와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랑그독 루시용에서는 보르도나 부르고뉴처럼 뛰어난 와인들이 많이 나오진 않지만, 오래된 전통이나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와인 생산자의 뜻에 따라 신대륙 와인처럼 자유로운 스타일의 와인이 많이 생산됩니다. 예를 들어 보르도의 AOC 레드 와인은 규정상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 말벡(Malbec)만 사용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랑스 와인의 최고 등급인 AOC을 받을 수 없으므로 와인마다 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 위의 다섯 품종을 혼합한 형태에서 벗어나질 못하죠. 좋게 보면 보르도 와인의 정체성과 품질을 지켜나간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와인만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랑그독 루시용의 와인 생산자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정을 활용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개성적인 와인을 다양하게 만듭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와인을 만들 수 있으므로 진취적이고 규정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와인 회사들은 랑그독 루시용에서 재미난 와인을 많이 만들고 있죠.
2. 부시맨 루주 2008
"Yes I am Mr.Bushman., no I am not from Australia, no, I am not from California! I am a fantastic and proud Mediterranean oaked red wine."
모렐 베도의 부시맨 루즈는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에서 재배한 메를로(Merlot) 60%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40%를 섞어서 만드는 IGP Pay d'Oc(뱅 드 뻬이 독(Vin de Pays d'Oc)) 와인이지만 맛과 향은 신대륙 와인에 더 가깝습니다. 와인의 향을 맡아보면 달콤한 딸기잼과 포도잼의 향이 납니다. 잔을 흔들면 오크 향이 약간 나오는데 새 오크통에서 8개월간 숙성한 것 치고는 약한 편입니다. 이어서 말린 붉은 과일 향이 살짝 나오며, 졸인 잼의 향기도 납니다. 첫맛은 조금 달며 탄닌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부드러우며 가볍습니다. 와인을 삼키면 여운이 금세 사라지는 듯하더니 의외로 뒤에서 향이 이어지며 버팁니다. 산미는 너무 시지 않고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며 조금 쌉쌀한 맛을 제외하면 포도 주스와 딸기 주스를 섞은 듯한 느낌입니다. 다만 맛이 최고의 상태에서 오래 유지되지는 않으니 될 수 있으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한 풀 바디 와인의 복합적인 맛과 향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안 맞겠지만, 와인 초보자나 파티에서 가볍게 와인을 즐기려는 분들에겐 아주 즐겁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인은 천천히 즐기기보다 친구들끼리 '브라보!'하고 외치면서 신나게 들이키는 것이 더 어울리죠. 병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하기에 이상적인 즐거운 와인. 랑그독 루시용으로부터 온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 붉은 고기, 흰 고기, 바비큐, 혹은 그냥도 좋다."라고 와인의 특징을 적어놓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면 "친한 벗들과 함께 마시기 딱 좋은 와인으로 무서울 정도로 마시기 편한 스타일. 원숙한 붉은 과일의 달콤한 향이 흘러넘치며 활기차고 다양한 느낌을 주는 여운이 있다. 닭고기, 바비큐에 잘 어울린다."라고 나와 있는데 정말 그런 와인입니다. 친구들과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한 잔 한다면 가격으로나 맛으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적색육, 닭이나 칠면조 같은 백색육, 돼지 족발, 훈제 치킨, 피자, 구운 채소 등과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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