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규정

[독일] 콸리테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트(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등급

까브드맹 2018. 8. 3. 08:00

콸리테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트 와인들

경기불황으로 와인 시장의 성장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해마다 조금씩 성장했지만, 식약청의 와인 검사 비용과 창고 임대료, 매장 운영비 같은 기타 부대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 수입사, 도매상, 소매상 할 것 없이 실질적으론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죠. 게다가 대기업이 자본과 유통망을 등에 업고 와인 시장에 들어오면서 특별한 제품이나 관리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체는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별개로 와인 애호가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와인 동호회의 활동은 약간의 부침만 있을 뿐 더 활발해졌으며, 와인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도 역시 증가했습니다. 예전만큼 와인을 어려워하거나 부담스럽게 느끼지도 않고요. 다만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 보니 와인바나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와인을 마시기보다 마트나 샵에서 산 와인을 집에서 마시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 공병함에 빈 와인병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증거랄 수 있겠죠.

이런 분위기를 포착한 것인지 수입사에선 고품질의 고가 와인보다 적당한 품질의 저렴한 와인을 더 많이 수입하고 있습니다. 와인 판매점에 가보면 의외로 쓸만한 와인을 싼값에 파는 것을 볼 수 있고, 유명하지 않아서 예전 같으면 수입하지 않았을 지역의 와인이 저렴한 가격에 들어와 있기도 하죠. 그런 와인 중 하나가 독일산 QbA급 트로켄(Trocken) 와인입니다.

독일 와인은 EU의 분류 기준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일상적으로 마시는 테이블 와인(Table Wine)입니다. 다른 하나는 특정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고품질 와인인 QWPSR(Quality Wines Produced in a Specified Region)입니다. 이것은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EU의 모든 국가가 자국 생산 와인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분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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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테이블 와인은 다시 타펠바인(Tafelwein)과 란트바인(Landwein)으로 나뉩니다. 타펠바인이 더 낮은 등급으로 EU 각국에서 생산한 와인을 수입해서 만드는 유로 타펠바인(Euro Tafelwein)과 독일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도이처 타펠바인(Deutscher Tafelwein)이 있습니다. 유로 타펠바인은 레이블에 와인 혼합 여부와 사용한 와인의 생산국을 표기해야 합니다. 도이처 타펠바인은 지정된 4개 산지에서 허가된 품종만 사용해야 하며 최소 알코올 도수가 8.5% 이상이어야 합니다. 타펠바인은 품질이 낮은 포도로 만들어서 당분이 부족한 때가 많아 양조할 때 설탕을 첨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찹탈리제이션(chaptalization)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뱅 드 빼이(Vin de pays)와 비슷한 등급인 란트바인은 특정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야 하며 레이블에 반드시 포도 생산지를 표기합니다. 특정 지역은 1982년에 지정할 땐 15개였지만, 지금은 20개입니다. 트로켄(Trocken=Dry)과 할브트로켄(Halbtrocken=Medium Dry)으로만 생산하며 양조할 때 설탕 첨가를 허용합니다.

QWPSR라고 부르는 퀄리티 와인은 콸리테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게비트(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와 프레디카츠바인(Pradikatswein)의 두 등급으로 나뉩니다. QbA는 13개 주요 산지 중 한 곳에서 법으로 재배를 허가한 포도로 만드는 고급 와인입니다. 프레디카트바인은 "등급 와인"이란 뜻으로 단일 지역, 단일 지구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드는 최고급 독일 와인이죠.

QbA 등급은 프랑스의 AOC와 비슷한 개념인 안바우게비트(Anbaugebiete)라는 특정 지역에서 만드는 와인에 주로 붙습니다. 안바우게비트는 독일 전역에 13곳이 있으며 지역의 이름 아래와 같습니다.

독일 와인 생산지 지도

① 아르(Ahr) ② 바덴(Baden) ③ 프랑켄(Franken) ④ 헤시쉐 베르크슈트라쎄(Hessische Bergstraße) ⑤ 미터라인(Mittelrhein) ⑥ 모젤(Mosel) ⑦ 나헤(Nahe) ⑧ 팔츠(Pfalz) ⑨ 라인가우(Rheingau) ⑩ 라인헤센(Rheinhessen) ⑪ 자알레 운스트루트(Saale-Unstrut) ⑫ 삭소니(Saxony) ⑬ 뷔르템베르크(Württemberg)

QbA 와인은 위 지역의 특성과 전통적인 맛을 보증할 수 있도록 잘 익은 포도로 만듭니다. 지역적인 특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다른 생산지의 포도나 와인을 섞는 일은 금지하며 레이블에 반드시 지역명과 스타일을 표기해야 하죠. QbA 와인은 숙성기간이 비교적 짧으며, 애초에 숙성이 덜 되어도 식사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전통적인 스타일로 양조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과일 향이 화사하게 풍기는 가볍고 상쾌한 맛을 갖고 있죠. 

독일은 기후가 서늘하고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QbA 등급도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설탕 첨가를 허용합니다. 다만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올리려는 것이지 맛을 달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와인 중에서 QbA에 속한 와인의 생산량이 가장 많습니다.

2009년 8월 1일에 EU의 와인 규정이 바뀌면서 독일의 와인 등급 명칭도 변경되었습니다. 기존의 QWPSR 와인은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원산지 지명을 보호하는) 와인이 되었고, 테이블 와인은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지리적 표시를 보호하는) 와인이 되었죠. 그리고 콸리테츠바인과 프레디카츠바인은 게슛스터 울슈프롱스베자이휘눙(Geschützte Ursprungsbezeichnung)로, 란트바인은 게슛스터 게오그라피샤 안가베(Geschützte Geografische Angabe)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세부적인 규정은 바뀌기 전과 후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