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규정

[프랑스] 남부 론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에 관하여

까브드맹 2018. 8. 15. 08:00

프랑스 남부 론 와인

1. 론 밸리(Rhone valley)

국내에서 인기 있는 프랑스 와인 생산지를 고르라 하면 우선 프랑스 서부의 보르도(Bordeaux)와 동부의 부르고뉴(Bourgogne)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앞의 두 지역보다 덜 알려졌지만, 비교적 값싸고 품질이 좋으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고 화끈한 향신료 풍미가 강한 와인이 나와서 화끈한 술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론 밸리 지역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론 밸리 와인을 말할 때 높은 알코올 도수와 화끈한 향신료 풍미 외에 들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한가지 품종만 쓰지 않고, 다양한 포도를 혼합해서 와인을 만든다는 겁니다. 북부 론(Northern Rhone)은 적포도로 시라(Syrah), 청포도로 비오니에(Viognier), 마르산(Marsanne), 루산(Roussanne)만 사용하므로 종류가 많지 않지만, 남부 론(Southern Rhone)은 정말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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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부 론의 양조용 포도

남부 론 와인을 만들 때 넣을 수 있는 포도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흑포도 : 17종

브륀 아르장떼(Brun Argenté, 바까레즈(Vaccarèse)라고도 합니다), 깔리토(Calitor), 까리냥(Carignan), 쌩쏘(Cinsaut), 끌래레뜨 로제(Clairette Rose), 쿠누와즈(Counoise), 그르나슈 그리(Grenache Gris), 그르나슈 누아(Grenache Noir), 마르슬랑(Marselan), 무흐베드르(Mourvèdre), 뮈스까르댕(Muscardin), 뮈스까 루즈 아 쁘띠 그랑(Muscat Rouge à Petits Grains), 삐카르댕(Picardan), 픽뿔 그리(Piquepoul Gris), 픽뿔 누아(Piquepoul Noir), 시라, 떼레 누아(Terret Noir)

2) 청포도 : 10종

부르불랑(Bourboulenc), 까리냥 블랑(Carignan Blanc), 끌래레뜨 블랑슈(Clairette Blanche), 그르나슈 블랑(Grenache Blanc), 마르산(Marsanne), 뮈스까 블랑 아 쁘띠 그랑Muscat Blanc à Petits Grains), 픽뿔 블랑(Piquepoul Blanc), 루산(Roussanne), 우니 블랑(Ugni Blanc), 비오니에

이렇게 다양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며 지역별로 쓸 수 있는 품종이 법으로 정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따벨(Tavel) 지역은 아래의 15종 포도만 사용할 수 있죠.

○ 부르불랑, 깔리토, 까리냥, 까리냥 블랑, 쌩쏘, 끌래레뜨 블랑슈, 끌래레뜨 로제, 그르나슈 블랑, 그르나슈 그리, 그르나슈 누아, 무흐베드르, 픽뿔 블랑, 픽뿔 그리, 픽뿔 누아, 시라

 

 

3. 샤토네프 뒤 빠프(Chateauneuf du Pape)의 양조용 포도

샤토네프-뒤-빠프 AOC 지역은 예전엔 레드 와인은 13종,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6종의 포도를 사용해서 만들었지만, 2009년에 규정이 변경되면서 현재는 흑포도 9종과 청포도 9종을 자유롭게 혼합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포도 품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흑포도

쌩쏘, 쿠누와즈, 그르나슈 누아, 무흐베드르, 뮈스까르댕, 픽뿔 누아, 시라, 떼레 누아, 바까레즈(브륀 아르장떼)

2) 청포도와 핑크 포도

부르불랑, 끌래레뜨 블랑슈, 끌래레뜨 로제, 그르나슈 블랑, 그르나슈 그리, 삐카르댕, 픽뿔 블랑, 픽뿔 그리, 루산

 

 

4. 남부 론에서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는 이유

남부 론에서 이렇게 다양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게 된 까닭은 많겠지만, 대략 세 가지 이유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 기본적으로 남부 론 일대를 비롯한 남부 프랑스의 무더운 기후는 포도를 키우기에 좋습니다.

② 프랑스 남부 지역은 지중해를 통해서 수많은 민족과 문명이 교류했던 곳이므로 자연적으로 다양한 포도가 전파되었습니다.

③ 예전에는 포도 품종을 뚜렷하게 구분해서 재배하거나 양조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포도밭에 여러 종류의 포도를 섞어서 재배한 다음 분류하지 않고 수확해서 와인을 만들었죠. 이러한 관습이 계속 이어지면서 남부 론 와인은 자연스럽게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형태로 확립되었습니다.

다양한 포도로 만드는 남부 론의 화이트 와인은 다른 지역의 화이트 와인과 조금 다릅니다. 대체로 향과 맛이 풍부하고 입안에 가득 차는 느낌을 주는 묵직한 풀 바디 와인이며, 비교적 높은 알코올 도수와 낮은 산도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시고 날카로우며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탐탁지 않다면 남부 론의 화이트 와인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_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영문 위키피디아 론 와인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