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단조롭고 무난한 스타일의 와인 - Kangaroo Ridge Shiraz 2006

까브드맹 2009. 11. 6. 08:50

캥거루 릿지 쉬라즈 2006

1. 호주 쉬라즈 와인

칠레 와인에 밀려 유명세는 좀 떨어지지만, 호주에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 꽤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호주에서 가장 강세를 나타내는 레드 와인 품종인 쉬라즈가 과일 향 외에도 자극적이고 스파이시한 향과 맛을 보여주는데 이게 또 우리나라 음식을 비롯한 동양권의 음식에 잘 어울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처음 와인을 시작하시는 분 중에 소주를 즐겨 드시는 분들에게는 호주 와인을 자주 권하는 편이지요. 다만 인지도가 좀 떨어지다 보니 대부분 칠레 와인을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호주 와인을 드시고 나서는 꽤 만족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주 사우쓰 이스턴 오스트레일리아(South Eastern Australia)의 쉬라즈 포도 100%로 만드는 캥거루 릿지 쉬라즈는 맛이 단순한 편이고 떫은 맛이 없어 드시기 편하여서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무난히 권할 만한데요, 다만 향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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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잔에 따른 후 첫 향을 맡았을 때 감지되는 향은 체리 계열의 과일 향이 조금 뿐 아직 이렇다 할 다른 향은 감지 되지 않습니다. 첫맛은 신맛과 단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신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 편이지요. 쓰거나 떫은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입안과 혀에 닿은 와인의 질감은 매끄럽고 약간 탄탄한 느낌.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 쉬라즈 품종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화끈한 향신료의 느낌이 조금씩 피어오르지만, 아직 두드러지게 느껴지진 않는데요, 독특하게도 고무 냄새라고나 할까? 타이어의 냄새라고나 할까? 뭐 그런 향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맛은 점차 달아지지만, 밑바닥에 신맛은 살짝 깔린 듯한 느낌이 계속 나옵니다. 역시 쉬라즈답게 입안에 후추를 먹었을 때처럼 매운 자극을 주는 느낌도 나옵니다. 약간의 캐러멜 향. 그리고 군내...과일을 불에 그을리면 이런 향이 나올까요? 단조로운 맛과 향, 마시기 편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이 와인을 특징 지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맛이 단조롭고 이렇다 할 개성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돼지고기, 파스타, 고기를 넣은 파전 등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릴 듯싶습니다.

 

 

햄하고 함께 먹어 보았습니다. 의외로 레드 와인하고 햄은 잘 안 어울리는 경향이 있는데, 왜냐하면 햄 안에 들어간 조미 성분이 레드 와인의 맛과 잘 안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캥거루 릿지 쉬라즈하고는 제법 잘 맞는 편이군요. 시간이 1시간 정도 지나니 매끄러운 질감에 단맛이 피어나고 약간의 산도를 갖춘 초보자가 아주 마시기 쉬운 맛의 와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달콤한 과일 향이 나오고 그 안에서는 여전히 고무 향이 살아 숨 쉽니다. 마신 후의 여운도 조금은 느껴지지만 이렇다 할 감흥은 없군요.

떫은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단맛이 강해 와인에 처음 도전하시는 분에게 권할 만 합니다. 다만 향은 별로니 향을 중시하시는 분들은 참아주시고요. 와인을 드실 만큼 드셔서 이제 향이고 뭐고 와인이기만 하면 될 분위기일 때 저렴하게 사서 드셔도 좋겠군요.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혹은 구이, 햄 같은 가공육 등과 잘 맞습니다. 2009년 11월 5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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