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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 10편. 프리뫼르 - 보르도 와인 스쿨 제작

까브드맹 2014. 12. 15. 06:00

샤토 르 물랭(Chateau Le Moulin)의 2012년 프리뫼르 와인.
(샤토 르 물랭(Chateau Le Moulin)의 2012년 프리뫼르 와인. 국내에서도 이 와인을 맛본 분이 소수 계십니다.)

18세기경 유럽 와인업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전보다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옛날 와인은 보통 1~2년 정도밖에 보관할 수 없었고, 그 이상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품질 좋은 몇몇 와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기술 발전으로 유럽 와인, 특히 보르도 와인의 보관 기간은 크게 늘어납니다.

1. 양조 기술의 변화

탄닌이 와인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서 포도 껍질과 씨에서 더 많은 탄닌을 추출하려고 노력합니다.

2. 새로운 품종의 등장

기존 포도보다 탄닌이 더 많은 새로운 품종이 나오면서 널리 재배됩니다. 이때 등장한 대표적인 포도가 까베르네 소비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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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관 용기와 마개의 변화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가 널리 보급되면서 공기와 거의 접촉하지 않는 상태로 와인을 보관할 수 있게 됩니다.

4. 이산화황의 사용

세균이 와인의 변질에 밀접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산화황으로 세균의 번식과 산화를 막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로 ‘보호된 와인’, 즉 뱅 드 가르드(Vin de Garde)가 탄생했고, 곧 유럽인들은 장기 숙성한 와인의 맛과 향이 훨씬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은 더 나은 와인의 맛과 향을 위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와인 생산 비용이 올라가자 와인업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와인 시장에 '선물(Futures)' 개념을 도입했죠. 이것이 보르도 와인 선물 시장인 ‘엉 프리뫼르(En Primeur)’입니다.

엉 프리뫼르에서는 새로 만든 와인을 여러 번에 걸쳐 사고 팝니다. 이러한 행위를 뜨랑쉬(Tranches)라고 하는데, 처음엔 와인을 테스트하려고 매우 적은 양만 팔다가 나중엔 점점 많은 양을 내놓게 되죠. 와인 가격도 여기에 맞춰 올라갑니다. 판매된 와인은 2년 정도 샤토에서 숙성된 후 병에 담아서 구매자에게 넘겨집니다.

엉 프리뫼르를 구매하는 것은 스포츠 토토 복권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능숙한 구매자는 좋은 와인을 싸게 구매할 수 있고, 다시 시장에 비싸게 팔 수 있죠. 엉 프리뫼르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린 와인업자도 꽤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