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 애로건트 프로그 투티 푸르티 루즈

까브드맹 2013. 5. 16. 06:00

제아무리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도 언젠간 봄이 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날씨가 날로 따뜻해지고 있죠? 봄을 알리는 전령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목련이 눈을 틔우고 개나리가 꽃 피울 채비를 하는 것이 보입니다. 얼음 풀린 개울 소리 들리는 가운데 돌 아래 송사리도 헤엄치기 시작하죠. 개구리 역시 바야흐로 봄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을 알려주는 사절단의 일원입니다.

개구리하니 생각나는 와인이 있습니다. "신대륙의 모습을 가진 구대륙 와인"이란 모토로 와인을 만드는 애로건트 프로그 와이너리의  투티 푸르티 루즈(Arrogant Frog Tutti Frutti Rouge)입니다. 청정지역에서 사는 개구리를 마스코트로 삼은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애로건트 프로그 와이너리는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100% 유기농은 아니지만 프랑스 정부가 인증하는 합리적 농업(Agriculture Raisonnée) 시스템을 쓰고 있다네요.

투티 푸르티 루즈는 이러한 농업 시스템으로 기른 건강한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랑그독 지방의 레드 와인답게 무려 6종의 흑포도가 들어가죠. 많이 들어간 포도부터 살펴보면 그르나슈(Grenache) 28%, 메를로(Merlot) 25%, 시라(Syrah) 24%,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8%, 무흐베드르(Mourvèdre) 8%,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7% 순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포도를 섞다 보니 색이 무척 진합니다. 체리부터 자두,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말린 자두까지 이어지는 검붉은 과일 향을 아주 강하게 풍기죠. 탄닌은 떫은맛도 약간 있으나 전체적으로 부드럽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제안하는 어울리는 음식은 파스타, 바비큐, 닭과 오리고기, 가벼운 식사,  소프트 치즈, 과일 디저트랍니다.

한 손에 개구리 와인을 들고, 따스한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바람을 느끼며 봄을 노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2013년 2월 27일 작성되어 와인비전(winevision.kr)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