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아직 갈 길이 먼 칠레산 피노 누아 와인 - Agustinos Winemaker Selection Reserva Pinot Noir 2010

까브드맹 2012. 7. 17. 06:00

아구스티노스 와인메이커 셀렉션 레세르바 피노 누아 2010

아구스티노스 와인메이커 셀렉션 레세르바 피노 누아(Agustinos Winemaker Selection Reserva Pinot Noir) 2010은 칠레 남단의 서던 리전(Southern Region)에 있는 비오-비오 밸리(Bio-Bio Valley)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1. 아구스티노스 와인메이커 셀렉션 레세르바 피노 누아 2010

칠레의 아구스티노스(Agustinos) 와이너리는 "와인 업계에 새로운 콘셉트를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중요성과 유산을 강조하려고" 세워졌습니다. 이 목표는 고스란히  아구스티노스 와이너리의 철학이 되었죠. 그래서 아구스티노스는 자연과 문화, 전통이 완벽하게 결합한 최고의 와인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아구스티노스 와이너리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글을 참조하세요.

피노 누아는 우아하고 섬세하며 붉은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향이 나오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이지만, 이 와인에선 그런 걸 느끼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칠레의 피노 누아 와인 역사가 아직 짧아서 포도나무가 품질 좋은 열매를 맺을 만큼 자라지 못했고, 관련된 양조 기술과 경험도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겠죠. 더구나 피노 누아는 흑포도 중에서 가장 키우기 까다롭고, 와인을 잘 만들기도 힘든 품종이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칠레 와인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기에 오래지 않아 다른 신세계 피노 누아 와인에 뒤지지 않는 피노 누아 와인이 나올 거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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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2010 빈티지로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오래 숙성한 와인에서 볼 수 있는 옅은 루비와 가넷 사이의 색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자두와 산딸기 향이 나옵니다. 덜 익어서 비린내가 섞인 과일과 비린 식물 줄기 향도 약간 섞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비린내는 사라지고 과일 향만 남지만, 잘 익은 과일 향은 아닙니다. 오크와 삼나무, 다른 나무의 향긋한 향이 강하고 과일 향은 약해서 한쪽으로 향이 기운 느낌입니다. 나중에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올라와 향의 균형을 보완하면서 전체적인 느낌이 다소 좋아집니다.

생각보다 두껍고, 밀도 있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약간 기름진 맛도 납니다. 피노 누아 하면 떠오르는 가볍고 탄력적인 느낌보다 제법 묵직하고 튼튼한 구조가 느껴집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신맛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냥 세기만 한 신맛입니다. 과일보다 마르지 않은 식물 줄기 같은 풍미가 강하고, 떫고 쓴 맛도 피노 누아치고 강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과일 풍미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맛있어지지만, 그래도 부르고뉴와 미국, 뉴질랜드 같은 피노 누아 강국의 와인과 비교해 보면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습니다. 가격을 고려할 때 맛이 꺾이지 않고 오래가는 것은 장점이군요.

 

 

몇 년 더 숙성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와인만 마시기엔 마땅치 않고 음식과 함께 먹어야 좋습니다. 14%라는 높은 알코올 도수가 여운과 함께 어울리면서 마신 후에 길게 자극을 남깁니다.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균형이 안 맞는 건 아니지만, 섬세하고 우아한 피노 노아 특유의 맛을 기대하긴 어렵고 많이 부족합니다. 다른 명산지의 피노 누아 와인을 따라가긴 아직 멀었군요. 마치 모나스트렐(Monastrell)과 피노 누아 와인의 뮤턴트 같은 느낌입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직화로 구워서 풍미가 강한 고기구이, 내장 요리, 구운 채소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5월 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