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와인 리퍼블릭 주관 제 1회 와인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 - 남미 대륙의 중저가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까브드맹 2011.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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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저녁에 '와인 리퍼블릭(Wine Republic)'에서 주관하는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시음회는 와인 교육업 및 유통 업계에서 종사하는 분들을 패널로 초청하여 다양한 와인을 시음한 후, 그 결과를 토론하고 와인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행사입니다. 저는 와인 블로거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와인 리퍼블릭에서 업계 종사자와 와인 애호가를 초대해서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를 진행하는 목적은 첫째, 체계화된 시음과 평가 과정을 통해 참석자의 테이스팅 능력을 향상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둘째, 공정한 평가를 거쳐 찾아낸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와인을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소개하는 것이랍니다.

시음은 철저하게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병과 레이블을 봤을 때 무의식적으로 작용할 편견과 고정관념을 피하려는 것이죠. 와인병과 레이블을 가릴 뿐만 아니라 시음회 주제조차 알려주지 않더군요. 이날 시음한 와인 10종도 처음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시음이 끝난 후에 알게 된 주제는 ‘남미 대륙의 중저가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이었습니다. 

시음회에 참석해서 자리에 앉으니 테이블 위에 와인 채점표와 빈 와인잔만 있었습니다. 시음회는 7시 30분에 시작했는데, 처음에 약 20분간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의 취지 설명과 패널 소개가 있었습니다. 패널은 저 말고 모두 열 분이었습니다. 모두 오랫동안 와인을 접해왔고 와인 테이스팅에 관한 전문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시더군요.

패널 소개에 이어 채점 기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채점 기준은 IWSC(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Competition)의 점수 체계를 바탕으로 정해졌고, 채점 항목은

① 균형과 구조(Balance & Structure)

② 강도(Intensity)

③ 복합성(Complexity)

④ 여운(Length)

⑤ 전반적인 느낌(Overall Impression)

의 5가지였습니다. 색과 향처럼 평가 대상에 흔히 들어가지만 정작 와인 품질엔 직접적인 상관이 없고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은 빠져있더군요. 순전히 와인 자체의 품질과 관련된 항목만 평가대상에 들어 있었습니다.

패널 소개와 점수의 기준에 대한 설명 후에 약 40분간 와인 시음이 진행되었습니다. 시음이 다 끝난 다음 서로 와인에 대한 느낌을 얘기했습니다. 애초에 지역과 품종, 가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에 패널들의 의견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때때로 품종과 가격 부분에서 굉장히 다른 내용을 언급하는 일도 있더군요. 시음 와인에 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솔직히 와인을 평가해보려던 주최 측의 의도가 잘 맞아떨어진 셈이죠. 

채점 기준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패널들은 다른 곳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채점 기준에 당혹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의 유명 와인 잡지인 와인 리뷰(Wine Review)에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항목으로 ① 색깔과 외양 ② 향과 부케 ③ 맛과 여운 ④ 조화와 균형을 채점하고, 오픈 테이스팅 항목으로 ① 잠재력과 ② 가격 대비 품질을 채점합니다. 위의 평가 항목과 다른 것을 알 수 있죠.

실제로 거의 같은 품종에 비슷한 가격의 와인을 대상으로 시음했는데도 와인의 점수 차이가 너무 크게 나와서 시음하는 내내 패널들이 곤란했을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최 측은 패널들의 의견 중 합리적인 내용을 받아들여 다음번 시음회에서는 좀 더 보완된 채점표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음이 끝난 후 주최 측에서는 와인 점수를 집계하고 등수를 발표하며 어떤 와인인지 공개했습니다. 와인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여기저기서 놀라움과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왔죠. 비슷한 지역과 가격의 와인들이기는 했지만, 좋게 생각했던 와인이 낮은 등수를 받고, 별로라고 평가했던 와인이 높은 등수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좋았다고 평가했던 와인이 예상대로 높은 등수를 얻었을 때는 역시! 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무엇보다 패널들이 놀라워했던 것은 평소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칠레 중저가 와인들이 생각보다 훌륭한 맛과 향을 가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전체 와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뽑힌 것은 가격이 10만 원에 육박하는 '하라스 엘레강스 까베르네 소비뇽(Haras Elegance Cabernet Sauvignon) 2007'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격만큼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다른 중저가 와인도 생각보다 매우 뛰어난 퍼포먼스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우리가 평소에 가졌던 편견이 와인을 고르고 마실 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느낄 수 있었죠.

점수와 등수 발표 후에 패널들은 와인을 시음할 때 느꼈던 점, 채점할 때 난감했던 부분, 와인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떠올랐던 생각 등을 서로 얘기하며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래는 이날 시음한 10종의 신대륙 와인과 그 결과입니다.

1위. 차카나 까베르네 소비뇽 (Chakana Cabernet Sauvignon) 2009

딸기와 라즈베리, 블랙커런트까지 다양한 과일 향이 나오고, 강한 알코올과 중간 이상의 탄닌이 들어 있어서 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좋은 균형, 살짝 달콤한 풍미를 가진 와인입니다. 

2위. 에라주리즈 와인메이커 셀렉션 까베르네 소비뇽(Errazuriz Winemaker Selection Cabernet Sauvignon) 2010

말린 자두를 비롯한 농후한 검은 과일 향과 오크, 삼나무 같은 나무 향이 강하게 나옵니다. 탄닌이 풍부하지만 아직 억세서 마신 후에 입안을 강하게 조여줍니다. 좋은 균형과 좋은 강도를 지닌 와인입니다.

3위. 산타 헬레나 레세르바(Santa Halena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9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과 후추 같은 향신료 향, 잘 혼합된 오크 풍미가 느껴집니다. 풍부한 탄닌과 높은 산도가 과일 풍미와 어울려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고 벨벳 같은 부드러운 감촉을 맛볼 수 있습니다.

4위. 코노 수르 버라이어탈 까베르네 소비뇽(Cono Sur Varietal Cabernet Sauvignon) 2009

신선한 검은 과일과 후추, 정향 같은 향신료 향이 나옵니다. 바닐라와 구운 헤이즐넛 향도 있죠. 높은 산도와 부드러운 질감을 지녔고 균형도 무척 좋습니다. 무게는 미디엄 바디 정도로 좋은 느낌을 남겨줍니다.

5위. 몬테스 까베르네 소비뇽(Montes Cabernet Sauvignon) 2008

블랙커런트 같은 농익은 검은 과일 향이 오크 향과 함께 잘 어우러집니다. 커피와 박하, 미네랄, 향신료, 흙 내음도 느낄 수 있죠. 균형이 좋고 탄닌과 산도가 두드러져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6위. 비냐 마이포 까베르네 소비뇽(Vina Maipo Cabernet Sauvignon) 2010

검고 붉은 과일 향에 피망과 풀 같은 초록색 식물 향을 함께 풍깁니다. 후추와 정향 같은 향신료 향도 강하게 피어오르죠. 느낌은 강렬하지만 탄닌의 양은 평범합니다. 마시기 편한 스타일로 여러 종류의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맛입니다. 

7위. 트라피체 버라이어탈스 까베르네 소비뇽(Trapiche Varietals Cabernet Sauvignon) 2010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 향이 발랄하지만 오크 향도 상당히 강합니다. 후추와 아몬드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상큼한 산미의 느낌이 좋고, 탄닌은 다소 거칠지만 밸런스는 좋습니다. 

8위. 데 마르티노 레세르바 347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De Martino Reserva 347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2010

서양 자두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색 과일 향이 나오고 오크와 박하, 후추 향도 느껴집니다. 산도는 높지만, 탄닌은 다소 적습니다. 평균적인 스타일의 와인입니다.

주제에 맞게 선정된 와인들의 등수는 이와 같습니다. 여기에 재미를 위해 따로 추가된 와인이 두 개 더 있었는데, 하나는 품종과 지역은 같지만 좀 더 비싼 와인이고, 또 하나는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높은 프랑스 보르도의 오-메독 지역 와인이었습니다. 두 와인은 나머지 와인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서 실질적으로는 1, 2등을 차지했죠. 가격과 품질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입니다.

● 하라스 엘레강스 까베르네 소비뇽(Haras Elegance Cabernet Sauvignon) 2007

강하고 농후한 검은 과일, 신선한 크림과 시가 박스의 향이 좋고 삼나무 풍미도 훌륭합니다. 산도가 높고 탄닌이 풍부해서 상당히 묵직한 느낌을 주지만, 매우 부드러워서 마치 실크 같은 느낌입니다. 좋은 숙성 잠재력을 가진 존재감이 뚜렷한 와인으로 여운 또한 일품입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뛰어나서 이날 시음한 와인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샤토 소시앙도 말레(Chateau Sociando Mallet) 2004

검고 붉은 베리류의 향과 오크 계열의 향이 조화를 이루며, 향신료와 가죽 같은 동물 향이 함께 해 풍성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적당한 산도가 과일 향과 조화를 이루지만, 탄닌이 많은 데다 매우 강하게 느껴져서 아직 숙성 기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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