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개요
2. 샹볼 뮈지니 AOC
3. 메종 필립 파칼레
4. 와인의 맛과 향
5.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1. 개요
메종 필립 파칼레(Maison Philippe Pacalet)의 샹볼-뮈지니 프르미에 크뤼(Chambolle-Musigny 1er Cru) 2009는 부르고뉴 꼬뜨 드 뉘(Côte de Nuits)의 샹볼-뮈지니 AOC에 있는 1등급 포도밭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2. 샹볼 뮈지니 AOC
과거 시토 수도원(Abbey of Cîteaux)에 속해 있었던 샹볼-뮈지니는 두 개의 뛰어난 그랑 크뤼(Grands Crus) 포도밭이 있는 곳입니다. 그랑 크뤼인 본-마르(Bonnes-Mares)는 모레-생-드니(Morey-Saint-Denis)의 포도밭과 연결되며, 또 다른 그랑 크뤼인 뮈지니(Musigny)는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를 내려다보는 곳에 있죠. 그랑 크뤼 다음 등급인 프리미어 크뤼 포도밭은 25개가 있으며, 그중엔 명성 높은 레 자무레즈(Les Amoureuses)가 있습니다.
샹볼 뮈지니의 포도밭은 해발 250~300미터의 동쪽을 향한 경사면에 자리하며, 얕은 토양층 아래로 쥐라기에 생성된 석회암이 있습니다. 이 단단한 석회암의 균열은 포도나무뿌리가 깊게 뿌리내려 토양 속에서 영양분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죠. 계곡 바닥에는 자갈과 바위가 깔려 있어 배수가 잘됩니다.
꼬드 드 뉘 지역의 와인 중에서 가장 “여성적”으로 평가받는 샹볼-뮈지니의 레드 와인은 강렬함과 섬세함이 우아함과 미묘함으로 표현됩니다. 밝은 루비 빛의 색조는 반짝반짝 빛이 나며, 숙성되면서 약간 어두워질 수 있지만 그 깊이는 유지됩니다. 숙성 초기엔 제비꽃과 라즈베리, 딸기 같은 작은 붉은 과일 향을 풍기지만, 점차 익은 과일과 건자두, 향신료 향이나 송로버섯, 숲 속의 흙, 동물 향으로 발전합니다.
풍부하고 향기롭고 복합적인 샹볼 뮈지니 와인은 입안을 비단과 레이스로 감싸듯 부드럽게 채워줍니다. 질감은 섬세하고 살집이 있으나 구조는 단단하고 내구성이 있습니다. 탄닌은 매끄럽고 실키(silky)하며, 달콤한 풍미가 풍부해서 산미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샹볼 뮈지니는 1936년 9월에 AOC(원산지 명칭 통제)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프랑스에서 제일 먼저 지정된 곳 중 하나입니다.
3. 메종 필립 파칼레
양조학자(Oenologist)이자 토착 효모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부르고뉴 최고의 비오디나미(Biodynamie) 와인 생산자 중 한 명인 필립 파칼레는 부르고뉴의 와인 메이커 중에선 젊은 세대에 속합니다. 그러나 도멘 르루아(Domaine Leroy)와 DRC(Domaine de la Romanee-Conti) 등에서 저명한 전문가들과 접촉하며 양조 기술을 익혔고, 10년 동안 꼬뜨 드 뉘의 와이너리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며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았습니다.
1999년까지 도멘 프리에르 로크(Domaine Prieuré Roch)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필립 파칼레는 양조장을 맡아달라는 DRC의 지속적인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고, 2001년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Beaune) 지역에 자리를 잡은 후 부르고뉴의 세 곳에서 8헥타르의 포도밭을 임대하여 자신만의 와인을 직접 양조했습니다.
다른 위대한 와인 메이커들처럼 필립 파칼레도 와인의 "모든 것은 포도밭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와인에 떼루아가 표현되려면 비옥한, 말하자면 발효되는 토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기 위해선 포도나무가 스스로 토양과 지질, 일조량, 미세 기후와 같은 조건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토양의 생명력에는 발효 과정에서 떼루아의 효과를 더해주는 다양한 종류의 토착 효모도 포함되죠.
그는 생체역학 원리에 가까운 유기농법인 비오디나미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지만, 외부에서 인증된 방식이나 원칙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와인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생산 과정을 직접 관리합니다. 떼루아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각 기후의 정보를 와인에 가장 정확히 전달하기 위하여 양조와 숙성 과정에서 이산화황(SO2)을 사용하지 않고 토착 효모와 함께 양조하죠. 동시에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고 숙성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부르고뉴의 기후가 까다로운 만큼 필립 파칼레는 와인의 숙성을 결정적인 요소로 간주합니다. 각 떼루아는 고유한 차별성을 가졌으며, 와인 숙성은 각 기후의 수만큼 다양한 속도로 진행되죠. 숙성 기간은 14~18개월로 매달 시음과 분석을 통해 세심하게 관리됩니다. 샹볼-뮈지니 프르미에 크뤼는 16~17개월 정도 숙성됩니다.
숙성을 마친 와인은 적당한 순간에 필터로 거르지 않은 체 큰 대형 용기로 옮겨집니다. 이후 1~2개월 동안 안정된 후 병에 담깁니다.
오늘날 메종 필립 파칼레는 꼬뜨 드 뉘와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샤블리(Chablis)에서 구매 계약을 통해 포도를 확보하고 직접 수확합니다. 구매 계약을 맺은 포도밭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유기농 방식으로 관리되죠. 전체 면적은 10헥타르 이상이며, 매년 약 50,000병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맑고 연한 루비색입니다. 처음엔 무 같은 흰 채소와 풋풋한 풀 향이 올라옵니다. 총각김치처럼 발효된 채소 향도 나오네요. 이윽고 덜 익은 딸기와 크랜베리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퍼지고 정향 같은 향신료 향도 올라옵니다.
섬세하고 우아하면서 빈틈이 없습니다. 입에 닿는 느낌은 물처럼 가볍고 시원하지만 유리처럼 탄탄합니다.
드라이하며 산뜻한 채소와 새콤한 과일 풍미가 하나 가득합니다. 나무 풍미도 은근히 올라오고요. 채소 풍미가 먼저, 과일 풍미는 나중에 나오기에 제대로 맛보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주 우아하고 섬세하며 가볍지만, 강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마신 후에 입에 남는 느낌은 매우 길고 느낌도 맑고 깨끗합니다.
우아하고 탄탄한 탄닌과 상큼하고 섬세하며 강도 높은 산미, 충실하게 구조를 이루지만 튀지 않는 알코올이 만드는 균형이 아주 좋습니다. 여성적이지만 강인한 와인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3년 3월 22일 시음했습니다.
5.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와인이 섬세한 만큼 음식도 섬세해야 합니다. 수비드로 익혀서 가볍게 팬에 구운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부드럽게 익힌 로스트비프 등이 잘 맞습니다.
소고기 카르파초 같은 전채요리와 메추라기나 칠면조 같은 조류 요리도 어울립니다.
양념 안 한 육사시미도 좋습니다. 그러나 달걀을 올리고 참기름을 둘러서 향기 강한 육회는 피하는 것이 낫겠죠. 오븐에 구운 채소와 차돌박이처럼 얇게 구운 소고기도 괜찮습니다.
치즈는 경성 치즈보다 브리(Brie)나 까망베르(Camembert) 같은 부드러운 치즈가 맞습니다.
<참고 자료>
1. 방 드 부르고뉴 <CHAMBOLLE-MUSIGNY> 항목
2. 와인21닷컴 <필립 빠깔레> 항목
3. 메종 필립 파칼레 홈페이지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