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챌, 싸이월드 Wine&Joy 고문 회원이었던 나훈태 님의 글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내용이라 생각되어 본인의 허락을 얻고 포스팅합니다.
와인에 있어 초보냐 고수냐, 그런 것은 사실 무의미할 수도 있고,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겠죠. 사실 와인은 향을 맡고 맛을 보며 여러 사람이 모여(혹은 혼자) 즐기는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와인에 대한 관심은 크게 "지적인 관심" 쪽과 "감각적인 관심"으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너무 "지적인 관심"에만 치중하다 보면, 와인 본연의 가치라고도 할 수 있는 "감각적 관심"에는 좀 소홀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너무 "감각적 관심" 에만 치중한다면, 그것도 와인을 접하는 좋은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와인에 대한 일을 業으로 하는 분이 아니라면, 너무 높은 수준의 "지적인 관심"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은 해요. "지적인 관심"도 "감각적"인 부분을 더욱 발전, 확장시킨다는 보조적인 의미에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와인에 대해 알고 싶어 가입한 동호회의 일원인데 너무 와인에 대해 모르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지적인 관심"의 부분을 무시하고 도외시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알고 마시는 것이 자신의 와인 life에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의 "지적인 관심"은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과연 와인을 "어떻게 알고 즐길까?" 하는 문제 자체를 고민하는 분도 참 많이 계신 거 같아요. 그래서, 제 경험상 어떻게 하면 와인을 쉽게 접하고 와인을 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간략한 조언을 드리는 바입니다.
1.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서적을 하나 구매하여 본다.
혹은, 와인 전문 사이트의 와인 관련 내용을 체계 있게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도 좋겠죠.
2. 어떻게든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혼자 마시는 분위기도 좋고, 동호회도 좋고, 친구들을 "포섭" 하여 같이 마시는 것도 좋겠죠.
3. 와인샵에 가서 아이쇼핑을 자주 한다.
와인샵에 가서 안 사고 계속 와인만 째려보고 있으면 좀 쪽팔리기는 하겠지만, 그냥, 일단 와인의 라벨(특히, 라벨에 적힌 정보)과 병 모양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름대로 의문점들을 스스로 정리해 봅니다.
4. 일단 와인은 "다양하게" 많이 마셔보는 것이 장땡입니다.
그리고, 한 잔을 마시더라도 무심코 마시지 말고 그 와인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려고 노력을 하고, 맛을 볼 때도 "집중"을 하여 되도록 그 와인의 맛을 기억하도록 노력을 합니다. 미각이 아주 뛰어난 분이라 할지라도, 같은 와인을 단 한 번 마시고 그 맛을 기억해내기는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셔서 맘에 드는 와인은 몇 번 더 마셔보실 것을 권합니다.
5. 집에 와인을 몇 병이라도 사다 놓는다. 그리고, 되도록 자주 마신다.
식사 때나 밤에 심심할 때 와인을 편하게 접하는 습관을 지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부담 없는 와인이라도 식사 때나, 아니면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서 집에서 홀짝거리는 습관을 지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6. 여러 와인을 마셔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정한다.
여러 와인을 관심 있게 마셔보면 분명히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의 스타일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부류의 와인들을 더욱 집중적으로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단,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의 틀을 너무나 완고하게 고집하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와인을 자꾸 마시다 보면 입맛도 발전하게 되는데, 너무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의 부류를 미리 딱 정해놓고 마시다 보면 스스로를 구속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일단 처음에는 다른 부류의 와인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아무거나 편하게 드셔 보시기를 권합니다.
7. 와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자주 질문을 한다.
우리 동호회에도 와인에 대한 지식을 아주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궁금한 것이 생길수록 질문을 많이 하여 의심 나는 부분을 해소하시기 바랍니다. 본인보다 와인을 많이 마셔본 분들에게 질문을 하다 보면 좋은 점이 본인은 "A 것에 대해서만 질문을 했는데, 답을 하시는 분이 얘기를 하다 보면 "A" 뿐만 아니라 덧붙여 "B" 나 "C"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주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 와인은 하나를 알아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되도록 어정쩡하게 아는 분들에게 보다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어느 정도는 되는 분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네요. 그래야 되도록 정확한 지식을 가질 수가 있겠죠?
8. 일단 나라별/지역별 와인의 종류와 특징, 나라별/지역별 와인의 등급과 라벨 보는 법, 레드/화이트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의 종류와 각 포도의 특성,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제조공정과 공정 중에 일어나는 화학적인 면에서의 변화, 와인의 올바른 보관과 시음 방법 등은 정말 필수적으로 아시고 드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 이 정도 항목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 문제이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요하는 험난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9. 자기가 마신 와인에 대해서 되도록 자세히 기억한다.
보통 와인을 마시고도 자기가 뭘 마셨는지 모르는 분이 많이 계십니다. 그럼 자기가 마신 와인이 좋았는데, 그것을 어디 가서 사려면 살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마신 와인에 대해서 되도록 정확히 기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와인 엔 조이 회원 중에 한 분은 본인만의 "TASTING NOTE"를 아예 책자화 해서 가지고 다니는 분도 있는데, 아주 성실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10.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을 항상 생각한다.
본래 와인은 와인 자체만을 즐기는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와인 마실 때는 그냥 와인만 마시는 것이 와인 자체의 맛을 더욱 정확히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그런 것은 일종의 "TASTING"이죠. 제가 소믈리에도 아닌데, TASTING 같은 것을 많이 해서 뭐 하겠습니까?
차츰 와인을 많이 마시게 되니,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에 대해 많은 생각과 관심을 두게 되더군요. 저는 제 경험상 아무리 좋은 최고의 와인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단지 "50"의 의미밖에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머지 "50" 부분을 음식이 채워주어야 비로소 그 와인은 "100"점짜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11. 억지로 와인을 마시지는 말라. 무리해서 마시지도 말라.
보통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와인을 억지로 드시는 분들도 좀 계신 거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 와인의 맛을 "감별"해내는데 너무 집착한 나머지, "와인을 마시며 즐기는 부분"을 도외시하는 분도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다 좋지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 와인을 좋아해야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와인이 싫은 분도 당연히 있는 것이죠. 이런 분이 굳이 와인을 비싼 돈 들여서 마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와인도 생활과 기호의 하나인데, 자신의 관심만큼만 와인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에 대한 식견은 별 볼 일 없는 분이 무리하게 비싼 와인만 고집한다든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냥 자신이 와인에 대해 아는 정도, 사랑하는 정도만큼, 그런 정도의 와인을 무리 없이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단, 한두 번 마셔보고 와인이 좋다 싫다 하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와인이 좀 안 맞는 거 같아도 몇 번은 마셔보고 좋다 싫다 가부 간의 결정을 하는 게 좋다고 느껴지네요.
12. 와인 외에 와인 마시는 사람의 CHARACTER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나 관심을 가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통 와인 좀 마시게 되면, 남의 와인에 대한 "내공" 이나 그 사람의 와인을 접하는 CHARACTER 같은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남들이 본인에 대해 (와인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 그런 부분도 크게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과 나와의 대화이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같이 마시는 사람들과의 대화입니다. 와인과 관련하여 남이 이러쿵저러쿵... 그런 부분에 너무 관심을 가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13. 어느 정도는 투자할 각오를 하십시요.
와인이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싼 주류에 들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와인은 많이 공부도 하고 많이 마시기도 하고 그래야 와인에 대해 점점 깊이 빠지게 되는 것인데, 시간적인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할애와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와인을 좀 드신 분들은 와인의 가격대나 수준을 좀 " 과감하게" 올려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와인 마시기로 한 거, 맨날 비슷한 수준의 와인만 마시면 별로 발전이 없겠죠(지금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나중에 혹시 와인 때문에 패가망신하신 후에 저 탓하지는 마세요… ㅋㅋ)
이상 몇 가지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입니다. 이것은 곧 이 글이 한 사람의 "편견"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저는 누구보다 와인을 많이 알고 그런 입장에서 쓴 게 아니고, 그냥... 좀 "많이" 마셔본 사람의 입장에서 제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일 뿐입니다. 와인을 막 접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만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