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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와인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 (재업)

까브드맹 2023. 11. 16. 15:03

다양한 나라의 풀 바디 와인들
<다양한 나라의 풀 바디 와인들>

와인을 처음 접하는 많은 분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와인 배우기 너무 어렵다...."

라는 말이죠. 또 와인에 대한 게시물에는

"좋은 내용이네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요..."

라는 답글이 자주 보입니다.

와인 배우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원래 어려운 걸까요? 아니면 남들은 쉬운데 나만 어려운 걸까요?

저도 2001년에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와인을 처음 접하는 많은 분과 똑같았습니다. 와인 동호회의 와인 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가 기억나네요. 타이 음식과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자리였는데 와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고 음식 평만 잔뜩 했었습니다.

"고기가 잘 익었네... 소스가 맛있네 맛없네...(이러쿵저러쿵)"

어찌 보면 당연하죠.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어찌어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제 내 맘에 드는 와인 정도는 골라서 어울리는 음식과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그런 정도는 되었습니다. 싼 것이든 비싼 것이든 말이죠.

일반적으로 와인을 즐긴다면 이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소믈리에나 와인 평론가가 된다거나, 와인 수입을 해서 돈을 벌어보고 싶다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와인 메이커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정도 -많은 분이 바라시는- 가 되려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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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인은 음식입니다.

물론 술이지만, 입으로 넘어가서 위장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선 공통이죠. 입으로 넘어간다는 것, 즉 맛을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맛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 쌀국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많은 분이 외면했습니다. 쌀로 된 면의 조금 까끌까끌한 촉감과 '고수'라는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감촉과 향에 익숙해지면서 이제 쌀국수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럼 익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많이 마셔봐야 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꾸준히 마시다 보면 와인 맛을 알게 되고, 그만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익숙지 않은데 억지로 마시려 한다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겠죠.

2. 와인은 음식이기 때문에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와인을 알고 싶어서 이 글을 읽고 있는데 몰라도 상관없다니 대체 무슨 소리냐? 하실 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죠. 우리가 김치를 먹을 때

"이 김치는 경상북도산 배추에 전남 영광의 천연 소금을 넣어서 24시간 절인 후, 새우젓갈 30%에 굴 70%를 넣고 충청남도산 고추 95%에 매운맛을 강조하기 위해 청양고추 5%를 섞어서 버무린 후 3일간 숙성시켰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마늘은 중국산을 섞은 것 같은데?"

하며 먹습니까? 그냥 이 김치 맛있네, 맛없네, 내 입맛에 맞네, 안 맞네 하며 먹지요?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좋건 나쁘건, 비싸건 싸건, 미국산이건 프랑스 산이건 내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입에 맛있는데 가격조차 싸면 너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거죠. 다만 가격이 비싼 와인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맛있게 느끼기 때문에 비싼 거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명품이 보기 좋고 품질이 좋은 건 다들 알지만, 현명한 사람은 무턱대고 사지 않고 내 수입에 맞춰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은 좋은 것, 안 맞는 와인은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3. 마시다 보면 맛을 압니다.

마시다 보면 본인이 느끼건 못 느끼건 맛의 차이를 알게 됩니다. 입맛은 정직하거든요. 단순히 돈 자랑이나 폼 잡으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서 먹게 되면 자연히 그 음식에 대해 알게 됩니다. 커피광이면 커피의 종류나 커피 타는 방법 등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어 더 맛있는 커피집으로 향합니다. 고기를 좋아하면 고기의 원산지와 사육 방법, 부위, 화로의 종류(가스냐 숯불이냐), 양념의 차이에 따라 맛이 다른 걸 느끼게 되고 더 맛있는 집으로 향하게 되죠.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마시다 보면 선호하는 와인도 차이가 있는 걸 알게 되고, 돈이 넉넉할 때와 부족할 때 마실 와인을 구분하게 됩니다.

4. 그러다 보면 본격적으로 와인에 대해 궁금해지고, 와인의 산지나 등급, 양조법에 대해 알고 싶어집니다.

왜 똑같은 나라인데 차이가 있을까? 왜 똑같은 해에 만든 와인인데 맛이 다를까? 내가 좋아하는 와인의 레이블에 적힌 글자는 무슨 뜻일까? 이렇게 궁금해지다 보면 알고 싶어지고, 모르는 것들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이 정도 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와인을 탐구하는 시기가 됩니다. 그리고 이 단계를 거치면 이제 와인을 미친 듯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죠. 와인광 말입니다.

이 단계를 거쳐 더 나아가면 그때는 와인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 단계가 됩니다. 일반인이면 거기까지 갈 필요 없고, 와인에 대해 더 욕심이 나는 분만 알아보면 되겠죠.

 

 

그렇다면 4단계까지 어떻게 하면 빨리 도달할 수 있을까요? 와인을 일상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 와인에 대해 정통해지는 단계 말입니다.

하나. 어쨌든 많이 마시고 볼 일입니다.

그런데 주량이 강한 사람이면 모를까, 와인 한 잔이면 알딸딸해지는 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혼자 마시지 말고 와인에 관심 있는 분들을 모아서 함께 드세요. 기왕이면 음식과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음식과 같이 마시는 술이고, 남들이 뭐라 적어 놓은 것보다 본인 입맛에 맞는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중요하니까요.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장소로는 일단 집이 있습니다. 치킨이나 중국요리 하나 시키고 와인 한 병 사서 함께 마시면 됩니다. 또, 와인을 가져갈 수 있는 음식점이 있으니 그런 곳에 가서 음식 시키고 주인장의 양해를 얻은 후에 마시면 됩니다. 와인 동호회의 게시판에는 와인을 가져갈 수 있는 식당들이 글로 올라오니 참조하도록 하세요. 주변에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으면 동호회 모임이나 공개시음회에 나가면 됩니다. 언제든지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둘. 주량이과 돈이 허용되면 두 가지 이상의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가지 음식의 차이를 알고 싶을 땐 함께 먹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 와인과 프랑스 와인, 미국 와인과 호주 와인의 차이를 알고 싶을 때 각각의 와인을 비교 시음해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본인이 어떤 나라의 와인을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되죠.

 

 

셋. 책이나 동호회의 게시물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생소한 단어도 많고 내용도 모르겠다고 좌절하면 안됩니다. 한 번 보고 다 알 수 있으면 세상에 전문가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일단 한 번 읽어보고, 대강의 내용만 알면 됩니다. 어느 정도가 대강이냐고요?

"와인은 미국이나 유럽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도 만드네?"

"까베르네 소비뇽이란게 와인 이름이 아니라 포도 품종이었네."

"레드 와인 뿐만 아니라 화이트 와인도 있었어?"

"샴페인도 와인이구나."

정도면 됩니다. 다만 책을 한 번만 읽고 헌책방에 팔아버리진 말고, 와인을 계속 마시고 즐기면서 궁금할 때마다 수시로 책이나 게시물을 뒤져보고 읽어보세요.

'아항, 이게 그 소리였구나.'

'와인병에 적혀 있는 글자가 이런 뜻이었네.'

하고 알게 되고 머릿속에 남게 될 겁니다.

 

 

넷. 마지막으로 와인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중남미의 살사 댄서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살사 수준은 매우 놀랍다. 이 사람들이 추는 살사 솜씨는 본고장에서도 보기 힘들다.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왜 다들 이리 심각하냐? 즐거우라고 살사 추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항상 정해진 패턴대로 춘다."

춤을 추는 건 즐거우려고 추는 거죠. 와인을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거워지라고 마시는 거고, 웃고 떠들라고 마시는 겁니다. 그런데 와인 지식에만 너무 얽매여 와인을 즐기지 못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와인을 마시는 걸까요? 와인을 너무 어렵다 고민하지 말고, 일단 와인 잔 들고 마셔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