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맥주] 흑맥주에 관하여, 그리고 국산 스타우트(Stout) 맥주

까브드맹 2010. 5. 17. 20:02

기네스 흑맥주

'맥주의 원형(原形)은 흑맥주'라는 말이 떠돌지만, 흑맥주의 역사는 250여 년 정도이며, 7,000년에 이르는 맥주 역사를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신종(新種) 맥주입니다. 흑맥주의 역사는 최고(最高)의 흑맥주인 기네스(Guiness)와 함께 시작하는데, 최초로 만든 흑맥주가 기네스이기 때문이죠.  

아일랜드인인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는 어느 날 우연히 불 위에 올려진 맥아(麥芽)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다가 그윽한 초콜릿 향과 캐러멜 향을 내며 흑단(黑檀)처럼 검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을린 맥아로 1759년에 더블린의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양조장에서 최초의 흑맥주를 생산하죠. 이렇게 탄생한 흑맥주는 이후 유럽 각지로 퍼지면서 발전합니다. 대표적인 흑맥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독일

•디벨스(Diebels) : 상면 발효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하는 쓴맛을 가진 독일 흑맥주.

•플라토 13(Plato 13) : 긴 숙성기간이 필요하며 진한 맛이 강한 산뜻한 맛의 흑맥주.

•벡스다크(Beck’s Dark) : 알코올 농도 5%로 마치 감기약을 먹은 것처럼 아주 쓴 맛이 나면서 톡 쏘는 느낌.

•카이져돔(Kaiserdom) : 알코올 농도 5.2%로 독일 흑맥주 특유의 깊고 풍부한 맛이 일품.

◼︎ 네덜란드

•하이네켄 다크(Heineken Dark) : 아일랜드산 정통 흑맥주로 암스테르담에서 양조하는 고급 흑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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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기네스(Guinness) :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슈퍼 프리미엄급 흑맥주. 커피와 양주에 가까운 특유의 맛으로 거품까지 고소하고 맛있다.

•올드 피큘리어(Old Peculier) : 정통 제조 방법에 충실한 잉글랜드 흑맥주. 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대량생산이 어려우므로 일부 특별한 곳에만 공급된다. 12개월 동안 오크통 숙성 과정을 거쳐 다른 흑맥주보다 부드러우며 고급 커피 향의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 벨기에

•레페 브라운(Leffe Brown) : 유럽 전통의 고전적 분위기와 현대적 감각의 고급스러움을 가졌으며 부드러운 첫맛과 진하고 담백한 끝 맛이 조화를 이룬다.

◼︎ 멕시코

•네그라 모델로(Negra Modelo) : 알코올 6%로 약한 양주 맛과 구수한 맛이 섞여 나오며 역시 톡 쏜다. 

스타우트 흑맥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국산 흑맥주랄 수 있는 스타우트(Stout)는 의외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991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1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 조선맥주에서 나온 흑맥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호프집이 있었는데, 당시 맥주 500cc 한 잔을 8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팔 때 200원 정도 더 비싼 가격으로 팔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선맥주는 훗날 하이트 맥주를 내놓으면서 국내 맥주 시장을 평정하지만, 당시만 해도 OB맥주를 앞세운 동양맥주에 밀리던 '별 볼 일 없는' 맥주 회사였지요. 하이트 맥주가 나오기 전까지 조선맥주의 주력 상품인 크라운맥주는 주류 도매상에서 OB맥주를 팔 때 끼워팔기로 넘겨질 정도로 소비자에게 호응받지 못하던 상황이었죠.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조선맥주에서는 다양한 맥주를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했고, 아마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스타우트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타우트가 시장에 나왔지만, 처음엔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워낙 OB맥주가 강세였고, 아직까진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던 시대에 일반 맥주보다 더 비싸고 맛도 익숙지 않은 흑맥주가 잘 팔릴 리 없었죠. 출시 후 5년 뒤인 1996년에 대학로의 한 맥줏집에서 학꽁치 안주에 스타우트를 마신 일이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스타우트는 일부 맥주 애호가들이나 즐기던 맥주였지 대중에게 인기 있는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외국의 프리미엄 맥주들이 국내 수입되면서 사람들은 '양도 좋지만 질도 우선시'하게 되었고, 스타우트의 인기도 점점 올라가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조선맥주에서 이름을 바꾼 하이트맥주는 2007년 12월에 스타우트를 재단장해서 독일산 고급 흑맥아(黑麥芽)와 호프 함량을 늘리며 알코올 도수를 기존 제품보다 0.5% 더 높인 새로운 스타우트를 출시합니다. 이렇게 새롭게 단장된 스타우트는 프리미어 맥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꾸준히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