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독일] 철판처럼 얇고 탄탄한 구조와 붉은 과일의 짜릿한 산미 - Jean Stodden Spätburgunder 2017

까브드맹 2020. 1. 16. 10:00

Jean Stodden Spatburgunder 2017

잔 스토덴(Jean Stodden)의 슈패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2017은 독일의 아르(Ahr) 지역에서 재배한 슈페트부르군더 포도로 만든 콸리태츠바인(Qualitätswein)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아르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와인 생산지입니다. 2008년 기준으로 포도밭 면적이 558헥타르밖에 안 되죠. "Ahr"라는 이름은 라인(Rhine)강의 지류인 아르 강에서 딴 것입니다. 독일의 고급 와인 생산지 중 북쪽에 있지만, 재배하는 포도의 86%가 레드 와인용 포도일 만큼 레드 와인 생산량이 많습니다.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피노 누아인 슈패트부르군더와 포르투기저(Portugieser)로 재배 비율은 각각 61.3%와 7.7%입니다.

이미 로마 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문헌 증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프루머 우바(Prümer Urbar)라고 부르는 893년에 작성된 베네딕트 수도회의 프룸 대사원(Prüm Abbey)의 부동산 목록에 8개의 포도밭이 적힌 걸로 봐서 적어도 9세기에는 아르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한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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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아르의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은 조금 달고 너무 묽어서 세계 와인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피노 누아 와인과 맛과 향이 매우 달랐습니다. 그래서 수출보다 내수 시장에서 주로 팔렸죠. 그러다 1980년대에 바인구트 메이어 나켈(Weingut Meyer-Näkel)의 베르너 나켈(Werner Näkel)이 포도 껍질에서 색소와 탄닌을 추출하는 침용 기간을 늘리고 오크의 영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와인이 1989년에 첫 수상을 하면서 아르뿐만 아니라 독일의 많은 와이너리들이 베르너 나켈의 와인을 따라가게 되었죠. 오늘날 드라이하고 비교적 탄닌이 많으며 묵직한 오크 풍미가 있는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은 아르 지역의 최고급 와인 스타일로 굳게 자리 잡았습니다.

2. 와인 양조

바인구트 메이어 나켈과 함께 아르의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을 국제 와인 시장에 맞게 드라이하고 묵직하게 만들어서 고급 슈패트부르군더의 모델을 개척한 주역 중 하나가 쟌 스토덴입니다.

쟌 스토덴의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은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14일 동안 알코올 발효해서 만들었습니다. 발효 후 1,000ℓ 크기의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해 오크의 영향은 가급적 줄였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Jean Stodden Spatburgunder 2017의 색

조금 연한 루비색입니다. 사향과 가죽 같은 동물성 향이 먼저 나오고, 산딸기와 덜 익은 레드 체리 같은 과일 향이 천천히 올라옵니다. 이어서 새순 같은 매콤하고 향긋한 식물성 향을 풍기네요. 나중엔 향신료와 쇠 냄새, 산딸기, 생 견과류 같은 향이 서로 어우러집니다.

얇고 탄탄한 구조와 질감은 마치 얇은 철판 같습니다. 드라이하며 붉은 과일의 짜릿한 산미가 가득합니다. 흙과 가죽, 낙엽 같은 풍미가 있고 산딸기와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풍미도 함께 합니다. 얇고 무겁지 않지만, 은근히 힘이 강하고 억센 기운조차 느껴집니다. 여운은 길고 쇠와 붉은 과일, 흙, 그을린 풍미가 느껴집니다.

 

 

짜릿하고 풍성한 산미와 얇고 탄탄한 탄닌, 12.5%이지만 의외로 강인한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과일과 그을린 느낌, 여러 숙성 향의 조화도 훌륭하군요.

이 와인과 맞는 음식은 그릴에 굽거나 삶은 닭고기 요리, 돼지고기와 상추쌈, 미트 소스를 사용한 파스타와 피자, 차돌박이, 표고버섯볶음과 새송이 구이, 육전과 동그랑땡 같은 한식, 까망베르와 브리처럼 부드러운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1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