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옛날 이야기

옛날이나 지금이나 - 4.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 : 조선과 이태리

까브드맹 2009. 12. 2. 09:37

이미지 출처 : http://cafe.cha.go.kr/com/listBrdArtByTagWord.vw?getTagWord=%EC%B6%94%EC%82%AC%EA%B9%80%EC%A0%95%ED%9D%AC

일찌기 추사(秋史) 김정희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을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一讀 二色 三

이 글에 대해 인터넷에는 

一讀이라, 책 읽고 글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二色이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변함 없는 애정을,

三酒라, 벗을 청해 술잔 나누며 세상과 인간사 얘기하며 가무와 풍류를 즐겼음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라는 해설이 돌아다니는데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원문의 글에 대해 너무 점잖은 해석을 붙여 놓은 것 같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조상님들이 맨날 점잔만 빼고 앉아 있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대놓고 솔직한 이야기도 많이 하곤 했는데요, 직설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책 읽고, 여자하고 놀고, 술마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굳이 김정희의 즐거움 뿐만이 아니라, 보통 남자들의 즐거움 중에서 위의 세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 것은 없을 겁니다. (때로는 별 시덥잖은 것이 연구주제일지라도) 뭔가를 탐구하고, 여자 좋아하고, 술마시면서 흥청망청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수컷의 본능 아닐까요?


그런데 비슷한 얘기가 물 건너 이태리에도 있다고 합니다.

청담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안토니오>의 주인인 안토니오 파텔라_Antonio Patella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이면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얘기했다고 합니다.

"좋은 음식, 좋은 와인, 그리고 예쁜 여자_Good food, good wine and good girl. 이거면 충분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의 행복한 인생을 거론하기에는 말이죠."

책과 음식의 차이는 두 사람의 차이가 글 읽는 선비냐, 레스토랑 오너냐의 차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요소인 술과 여자는 조선 남자나 이태리 남자나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부분이군요 ^^. 아니, 넓게 보면 동양 남자나 서양 남자나 인생의 즐거움에 대한 생각은 같은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hevine.com.au/gig-guide/art/good-food-and-wine-show-sydney.aspx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맛있는 술과 음식이 있고, 뭔가 열중할 만한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인생에 있어 달리 바랄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