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종류

[종류] 스위트 와인의 양조법

까브드맹 2018. 3. 15. 12:00

다양한 스위트 와인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인이 매우 달콤한 술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수입 식품이 들어오기 어려웠던 옛 시절엔 일반인이 와인을 마셔볼 기회가 거의 없었고, 문학 작품 등에서 "와인의 달콤한 맛" 운운하는 식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죠. 자신의 작품 속에서 와인을 묘사한 작가 중에 실제로 와인을 마셔본 분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만, 와인을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채 와인 맛을 묘사했던 작가들도 상당히 많았을 것 같습니다. 와인이 대중화된 요즘에도 신문이나 문학 작품에서 와인에 관한 잘못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 와인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와인을 마시기 힘들고 정보도 별로 없었던 예전에는 오죽했겠습니까? 그 후 와인이 많이 보급되어 사람들이 쉽게 와인을 마시게 됐을 때, 꿀처럼 달 거라고 생각했다가 드라이하고 묵직한 맛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워한 사람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심지어 한 모금 마셔보고 시고 떫은 맛에 멀쩡한 와인을 상한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버려버린 일도 있다더군요. 

요즘은 와인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서 와인을 마시면서 예전처럼 당황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이한 맛보다 달콤한 맛의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판매량으로 따져봤을 때 달콤한 미국산 와인인 콩코드 와인이 아직도 많이 팔리죠. 아마 콩코드 와인의 단맛이 국산 포도에 소주와 설탕을 부어서 만든 '엄마표 포도주'와 맛이 비슷해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또한, 달콤한 약발포성 와인인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도 젊은 여성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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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스위트 와인을 서양에서는 주로 식후에 디저트로 마십니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다양한 스위트 와인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발명한 스위트 와인 제조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포도가 익어도 수확하지 않고 더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도알의 당분 함량이 최대로 높아졌을 때 따서 만드는 방법.

이 방법으로 만든 와인으로는 독일의 슈페트레제(Spatlese), 아우스레제(Auslese), 베어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가 유명하며, 미국이나 칠레 등지에서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라는 이름으로 만드는 와인도 여기에 속합니다.

2. 귀부 현상(Noble Rot)을 일으키는 잿빛곰팡이균(Botrytis Cinerea)을 활용하여 만드는 방법. 

포도 껍질에 생기는 잿빛곰팡이균은 자라면서 포도 껍질에 구멍을 뚫는데, 그 구멍으로 포도의 수분이 증발해서 나중엔 당분이 농축된 포도즙이 남습니다. 이렇게 당분만 남아서 쪼글쪼글 말라버린 포도로 만든 와인이 귀부 와인입니다. 귀부 현상이 일어나려 새벽에 포도알에 이슬이 맺혀 곰팡이가 필 수 있는 조건이 되고, 낮에는 고온 건조해서 포도알의 수분이 잘 증발해야 하므로 귀부 와인은 아무 지역에서나 만들 수 없죠. 대표적인 귀부 와인 산지는 프랑스의 쏘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 지역이며, 루아르 강 일대의 꼬또 뒤 레이용(Coteaux du Layon), 동북쪽의 알자스(Alsace)에서도 귀부 와인을 생산합니다. 헝가리의 토카이 지역도 귀부 현상이 잘 일어나는 곳으로 여기서 생산하는 토카이 앗쑤(Tokaji Aszu)는 세계 최고의 스위트 와인 중 하나지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도 귀부 와인을 생산합니다.

3.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짚을 깔고 위에 포도알을 놓아둔 후 자연 건조해서 당분이 농축되면 와인을 만드는 방법.

이탈리아의 스위트 와인인 빈 산토(Vin Santo)와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가 이 방법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와인입니다.

4. 겨울의 혹한에 얼어버린 포도에서 짜낸 과즙으로 만드는 방법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두면 겨울의 혹한에 포도가 단단하게 얼어버립니다. 얼어버린 포도를 영하 7도에서 딴 다음 프레스로 바로 압착하면 수분이 얼은 포도에서 당분이 농축된 과즙만 얻을 수 있죠. 이 농축 과즙으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독일이나 캐나다의 아이스바인(Eiswein) 또는 아이스 와인(Ice Wine)을 이 방법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네 가지 방법으로 만드는 스위트 와인은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입안에 황홀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설탕을 넣어서 만든 싸구려 술의 단맛과 비교를 불허하는 우아하고 감미로운 맛과 향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