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그리스 와인 만찬회가 있었습니다. 그리스 대사관과 와인리뷰_Wine Review가 주관해서 열리는 만찬회였죠. 저도 그리스 와인센터의 유병찬 대표님 초대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그리스 와인을 시음하는 일이 많았는데, 마실 때마다 그리스 와인의 잠재력에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이번 그리스 와인 만찬회에서는 그리스 토착 품종을 사용한 100% 단일 품종 와인들이 나와서 재미 있었는데, 각 품종의 개성이 드러나는 와인들이었습니다. 이날 마신 와인들의 시음기를 적어봅니다.
1. 사바티아노 밀로나스_Savatiano Mylonas 2015
1) 품종 : 사바티아노 100%
2) 품질 등급 : PGI 아티키_Atiki
3) 와이너리 : 밀로나스_Mylonas winery
4) 홈페이지 : www.mylonas-wines.gr
5) 시음기
밝은 금색 혹은 진한 밀짚색을 띠고 있습니다.
레몬과 진한 사과향이 나고 돌 내음도 약하게 풍기네요. 희고 노란 과일 향과 기분 좋은 허브 향, 노란 꽃 향 등이 나타납니다.
가볍고 크리스피_crispy한 느낌에 라이트 바디 정도의 무게감을 지녀 상쾌합니다. 미네랄리티가 느껴지고, 약간의 탄산 느낌과 함께 기분 좋은 씁쓸함을 맛볼 수 있죠. 강한 산미는 매우 신 사과를 연상시키고, 레몬이나 자몽 같은 시트러스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마신 후엔 기분 좋은 여운이 이어집니다.
빵이나 해산물 샐러드 같은 가벼운 음식과 어울리는 맛입니다.
2. 말라구지아_Malagousia 2015
1) 품종 : 말라구지아 100%
2) 품질 등급 : PGI 에비아_Evia
3) 와이너리 : 리코스_Lykos winery
4) 홈페이지 : www.lykoswines.com
5) 시음기
진한 레몬색입니다.
말린 사과와 향기로운 노란 꽃, 달달한 열대과일 과즙 향이 납니다.
사바티아노보다 조금 두터운 라이트 플러스 바디의 와인으로 좋은 밸런스를 지녔습니다.
드라이하며 끝부분에 말린 과일과 꽃의 풍미가 피어납니다. 그래서 단 내음이 나죠. 산미는 기분 좋고 쌉싸름한 기운이 있습니다. 청량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역시 데친 새우나 삷은 문어 같은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3. 만티니아_Mantinia 2015
1) 품종 : 모스코필레로_Moschofilero 100%
2) 품질 등급 : PDO 만티니아_Mantinia
3) 와이너리 : 보시나키_A.Bosinaki & Co
4) 시음기
아주 연한 연분홍색을 띤 와인입니다. 모스코필레로는 보통 밀짚색의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어지지만, 포도 껍질에 붉은 색소가 있어서 침용을 하면 귀여운 연분홍색을 얻을 수 있죠.
밍밍한 복숭아의 미세한 단 향이 나고 연한 돌 내음도 납니다.
부드러운 산미에 약한 유질감이 도는 미디엄 마이너스 바디의 와인으로 밸런스가 좋습니다.
기분 좋은 광물과 복숭아 풍미가 나고, 살짝 단 기운이 있어 마치 알코올이 들어간 ’2% 부족할 때’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제법 긴 여운 속에 복숭아 풍미가 잔잔히 이어집니다.
4. 탈라시티스_Thalassitis 2015
1) 품종 : 아씨르티코_Assyrtiko 100%
2) 품질 등급 : PDO 산토리니_Santorini
3) 와이너리 : 가이아_Gaia winery
4) 홈페이지 : www.gaia-wines.gr
5) 시음기
강한 성질을 암시하는 진한 레몬색입니다. 아씨르티코는 샤도네처럼 레드의 성질을 많이 띤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이죠.
노란 꽃과 식물성 향이 진하게 나고 레몬 향이 살짝 드러납니다. 조금 거친 식물성 기름 내음 속에 오크와 나무 수지 향이 섞여 있습니다. 레드 커런트 싹의 풋풋한 향도 느낄 수 있고요.
무겁고 풀바디한 와인으로 구조는 단단하고 질깁니다.
드라이하고 산미는 매우 높습니다. 미네랄 풍미 속에 약간 씁쓸한 맛이 있네요. 나무와 열대 과일, 과도한 견과류 풍미가 있고, 오크 느낌이 풍성합니다. 와인은 힘이 느껴지고, 여운이 강하고 길게 이어집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진하게 오크 숙성한 샤도네처럼 강인한 와인으로 좋은 밸런스를 지녔습니다. 어패류보다 닭고기나 칠면조 같은 백색육과 먹는게 좋습니다.
이제 레드 와인 시음으로 넘어갑니다.
5. 찬탈리 마로니아 마브루디_Tsantali Maronia Mavroudi 2013
1) 품종 : 마브루디 100%
2) 품질 등급 : PGI 이즈마로스_Ismaros
3) 와이너리 : 찬탈리
4) 홈페이지 : www.tsantali.gr
5) 시음기
중간 농도의 루비색이지만 주변부에 살짝 퍼플 기운이 있습니다.
강한 오크와 허브 향이 풍기며, 스모크_smoke와 검은 과일의 어두운 향이 퍼져 나옵니다.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색 과일 향도 살짝 피어나고요. 말린 자두인 프룬_Prune과 꿀의 그윽한 단 향도 풍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분 좋은 나무향에 살짝 마른 과일의 달달한 내음, 코코아와 커피의 어둡고 고소한 향도 흘러나옵니다.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미디엄 바디의 와인입니다. 맛에선 검은 과일의 풍미가 강합니다. 서양 자두_Plum의 진한 풍미 속에 살짝 블랙커런트의 모습이 느껴지네요. 오크와 스모크의 무겁고 그윽한 풍미가 있고, 미세한 제비꽃 풍미도 감지됩니다.
여운은 길게 이어지고, 그 속에서 검은 과일과 나무 풍미가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6. 네메아 리저브_Nemea Reserve 2012
1) 품종 : 아기오르기티코_Agiorgitiko 100%
2) 품질 등급 : PDO 네메아
3) 와이너리 : 세멜리_Semeli
4) 홈페이지 : www.semeliwines.gr
5) 시음기
중간 농도의 루비색이 예쁜 와인입니다.
말린 검은 과일향이 진하게 납니다.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프룬, 건포도, 말린 베리류 과일에서 맡을 수 있는 무겁지만 달달한 향들이 퍼져 나오네요. 오크의 향에 스모크도 살짝 끼어있습니다. 좋은 향을 태울 때 맡을 수 있는 그윽한 내음도 섞여있습니다.
고급 그랑 크뤼 와인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진 못하고, 약간 허술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도 제법 잘 짜여진 구조를 지닌 묵직한 풀바디 와인입니다.
초반엔 오크 같은 나무의 풍미가 강하고 식물성의 강한 풋내도 느껴집니다. 점차 삼나무와 말린 과일 풍미가 나면서,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의 풍미도 살짝 감지됩니다.
여운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래도 나무와 검은 과일의 풍미가 이어지는 것이 좋군요. 밸런스는 양호하지만 탄닌의 느낌이 살짝 아쉽습니다.
7. 끼르야니 람니스타_Kir-Yianni Ramnista 2011
1) 품종 : 시노마브로_Xinomavro 100%
2) 품질 등급 : PDO 나우싸_Naoussa
3) 와이너리 : 끼르야니
4) 홈페이지 : www.kiryianni.gr
5) 시음기
중간 농도의 루비빛입니다.
우아한 나무와 향긋한 스파이스 향 속에서 잘 익은 라즈베리와 레드 체리 향이 퍼집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붉은 과일향이 펼쳐지고, 그 속에 살짝 블랙베리와 빌베리(bilberry)의 향도 섞여 있습니다.
맑고 깨끗하면서 존재감 있는 바디를 지닌 와인으로 강하면서 조화로운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단단한 탄닌으로 인해 기분 좋은 떫은 맛이 느껴지죠. 아주 복합적인 풍미를 지녔고, 후반에는 역시 달콤한 바닐라와 고소한 볶은 견과류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길고 우아한 여운과 뛰어난 밸런스를 지닌 와인으로 스테이크와 함께 먹으면 탄닌감이 두드러지면서 강한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네 번째 마셔보는 와인인데, 마실 때마다 늘 만족합니다.
8. 마브로트라가노 시갈라스_Mavrotragano Sigalas 2014
1) 품종 : 마브로트라가노 100%
2) 품질 등급 : PGI 키클라데스_Cyclades
3) 와이너리 : 도메인 시갈라스_Domaine Sigalas
4) 홈페이지 : www.sigalas-wine.com
5) 시음기
색이 제법 진하며, 루비와 퍼플의 중간 색조를 띠고 있습니다.
식물성의 야생적인 향이 진하게 퍼져나옵니다. 생나무 가지나 레드 커런트 싹에서 맡을 수 있는 풋풋한 식물성 향이지요. 블랙체리 같은 검은 베리류의 향도 있으며, 삶은 콩 내음과 토마토 소스 내음도 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소한 견과류와 그윽한 나무의 향도 풍겨나오지요.
탄닌은 부드럽고, 견고한 나무의 질감도 있지만 거칠기 보단 질긴 느낌입니다.
풀바디 와인으로 살짝 단 뉘앙스가 있습니다. 매우 진하고 끈끈한 검은 과일 풍미가 나는 것이 마치 말린 블랙베리와 블랙체리를 먹는 듯 합니다. 또 흑연을 갈아넣은 듯 어둡고 진한 맛이 나죠. 마치 깊은 암흑 같습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볶은 견과류의 고소하고 달달한 풍미와 스위트 스파이스의 밀키한 풍미도 좋습니다.
검은 과일과 오크를 농축한 듯한 느낌을 주는 여운은 편하진 않지만 인상적이군요.
마지막으로 입안을 달콤하게 해주는 디저트용 스위트 와인이 나왔습니다.
9. 사모스 넥타_Samos Nectar 2007
1) 품종 : 화이트 스몰베리 뮈스카_White small-berried Muscat 100%
2) 품질 등급 : PDO 사모스
3) 와이너리 : 사모스 포도재배 협동조합_Union Of Vinicultural Cooperatives Of Samos
4) 홈페이지 : www.samoswine.gr
5) 시음기
붉은 빛이 도는 호박색입니다.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과 구기자 같은 한약재 향이 진합니다. 꿀향과 사향 내음도 있고, 단 내음을 폴폴 풍기는 꽃 향도 납니다. 나무의 은은한 향도 섞여 있습니다.
기름기 있는 질감이 도는 풀 바디 와인으로 마치 진한 꿀물 같은 느낌입니다.
매우 달지만 산도가 높아 질리지 않는 상큼함이 느껴집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풍미가 나는데요, 말린 과일, 밤 꿀, 꽃 내음, 기분 좋은 나무 풍미, 스위트 스파이스 등등의 다양한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단 내음과 말린 과일, 스위트 스파이스 풍미가 이어지는 여운 또한 일품입니다.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드시면 좋습니다. 과일은 어지간히 단 과일이 아니라면 이 와인의 단맛에 밀릴터이니 함께 먹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말린 과일이라면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