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살롱 뒤 뱅 2015 마스터 클래스 2 세미나 참석기

까브드맹 2015. 6. 8. 07:00

서울 성동구 서울숲 부근의 갤러리아 포레 지하 3층에 자리잡은 서울숲 와인아울렛에서 6월 4일부터 6월 7일까지 살롱 뒤 뱅_Salon du Vin 2015 행사가 열렸습니다. 본격적인 시음을 하는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에 앞서 마스터 클래스 세미나가 열렸는데, 아래와 같이 3가지 주제로 3일에 걸쳐 진행되었죠.

1. ‘까스텔라레’의 숨은 보석들 : 6월 5일

2. 이태리 전국 투어 1 : 6월 6일

3. 이태리 전국 투어 3 : 6월 7일

저는 6월 6일에 열린 이태리 전국 투어 1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보니 북으로 삐에몬테부터 남으로 시칠리아까지 이태리 각지의 와인이 골고루 나올 모양인 것 같았습니다. 

잔이 네 개인 것으로 봐서 최소 네 곳의 와인이 나올 거라고 추측했고, 아마 삐에몬테, 베네토, 토스카나, 아부르쪼 와인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 두 배인 8개의 시음 와인이 나왔죠.

배포해준 와인 관련 자료입니다. 날이 더우니 로제 와인이 땡기네요..ㅎㅎ

서울숲 와인아울렛의 대표이신 박흥규 사장님이 직접 통역을 맡아주셨습니다.

예상 밖으로 화이트 와인이 두 종이나! 하나는 삐에몬테 와인으로 사용된 품종은 삐에몬테 전통 품종인 에발루체_Erbaluce, 다른 하나는 베네토 와인으로 사용된 품종은 삐노 그리지오_Pinot Grigio 입니다.

첫 번째 와인은 테누타 로레토_Tenuta Roletto에서 만든 에발루체 디 카루소_Erbaluce di Caluso DOCG 2013. 삐에몬테의 전통 포도인 에발루체에 대한 설명과 시음이 이어졌습니다. 향굿한 사과와 아카시아 꽃 향이 특징적이고, 깨끗하고 부드럽지만 매우 강한 신맛이 인상적입니다. 아주 좋네요!!

와이너리 담당자인 미스 시모네타 제다_Simonetta Gedda 양이 설명을 해줬습니다.

두 번째 시음 와인은 테누타 디 꼬르테 삐노 그리지오_Tenuta di Corte Giacobbe Pinot Grigio 2014. 이 와인은 앞서 마신 에발루체 와인에 비해 좀 더 묵직하면서 기름집니다. 일반적인 이태리 삐노 그리지오 와인보다 더 무게감이 있는 것이 프랑스 와인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부드럽고 풍부한 산미가 일품이면서 레몬과 오렌지 풍미가 섞여 있는 맛이 납니다. 미네랄 느낌이 잘 살아있고, 감칠맛도 느껴집니다. 이태리 피노 그리지오 와인 중에서 실망한 것이 많았는데, 이 와인은 참 맛있군요.

와인을 설명한 레이디는 와이너리 오너의 따님입니다. 

레드 와인 타임 개시! 토스카나 지역 와인부터 시작합니다. 

첫 와인은 테누타 몬테키에시_Tenuta Montecchiesi에서 산지오베제 50%, 시라 50%를 블렌딩해서 만든 로쏘 토스카나 IGT 프레지오사테라_Rosso Toscana IGT “Preziosaterra” 2013. 6개월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다시 4개월간 병 숙성한 와인입니다. 처음엔 향이 잘 안열렸고, 마셔보면 아직 단단했습니다. 3년 정도 지나야 제 맛이 돌 듯 하더군요. 점차 산딸기와 블랙체리, 나무진의 스파이시한 내음이 나타납니다.

네 번째 와인은 삐에몬테의 리비오 파바세_Livio Pavese에서 만든 몬페라토 로쏘 IGT 몬타루코_Monferrato Rosso IGT “Montarucco”. IGT 등급 와인으로 바르베라 85%, 까베르네 쇼비뇽 15%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우아하고 매콤한 나무향이 코를 찌르고, 블랙체리와 산딸기향이 지배적입니다. 부드럽고 진하며, 뒤에 남는 탄닌 느낌도 좋습니다. 훌륭하네요. 오크통에서만 장기 숙성할 경우 사라지기 쉬운 신선한 과일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오크 숙성 후에 스테인리스 탱크에 추가 숙성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답니다.


다섯번 째 와인은 테누타 니콜라 디 시피오_Tenuta Nicola di Sipio에서 만든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리세르바_Montepulciano d’Abruzzo Riserva DOP. 잘 익다 못해 약간 건포도가 된 것 같은 포도의 달고 진한 향기와 체리, 산딸기 향이 납니다. 부드러운 탄닌과 신맛이 잘 어우러져 입안에 감칠맛을 선사하네요. 구조감도 좋구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지만, 결코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좋은 와인입니다. 파스타가 땡기는 맛!^^

여섯번째 와인은 이 카피타니_i Capitani의 주마라_Jumara 2010. 이르피니아 아르리아니코 캄피 타우라시_Irpinia Aglianico Campi Taurasi DOC 와인으로 아클리아니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거지조차 모델이라는 이태리 남자답게 설명하시는 분의 옷태가 장난이 아니군요. 이태리 남부의 와인답게 스파이시한 느낌이 강합니다. 향나무와 송진향이 나고, 산딸기와 서양자두, 레드 커런트 풍미가 있습니다. 후반부엔 초콜릿 향이 작렬하구요. 파워는 강하지만 바디감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 마시기 좋네요. 어제 먹은 양깃머리와 소곱창이 떠오르는 맛. ^^

일곱번째 와인은 로마 부근의 움브리아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인 까스텔로 델레 레지네의 움브리아 로쏘 IGT 프린켑스_Umbria Rosso IGT “Princeps” 2005. IGT등급 와인으로 까베르네쇼 60%, 산지오베제 20%, 메를로 20%를 블렌딩해서 만들었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과 메를로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향이 많고, 보르도 와인 같은 풍미가 납니다. 부드럽고 묵직한 것이 마치 빌로드 같기도 하고, 실크 같기도 하네요. 저절로 스르륵 넘어가는 맛이 초보자에게 적합하고, 맛과 향에 깊이가 있어 애호가들도 만족할 만한 맛입니다. 7년 숙성 후 출시해서 탄닌의 숙성은 충분히 이뤄졌습니다. 향후 최대 55년간 숙성 가능한 포텐셜을 지닌 것도 장점입니다. 다양한 육류와 잘 어울리겠지만, 저는 양고기와 먹고 싶군요.

마지막 와인은 돌리오티_Dogliotti 1870에서 만든 모스카토 다스티_Moscato d’Asti DOCG 2014. 말린 사과와 꿀향이 나고, 산뜻하고 깨끗한 단맛이 일품입니다. 지나치게 달지도 시지도 않으면서 약한 버블이 즐거운 기분을 선사합니다. 아주 맛있어요. 말린 과일이나 케익류, 설탕과 버터를 잔뜩 넣고 구운 과자와 먹으면 참 좋을 듯 하군요.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되는 동안 설명이나 통역이나 와인이나 어느 하나 나무랄 것 없는 즐거운 세미나였습니다. 역시 이태리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다른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프랑스 와인만큼 다양성을 지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시간에 초대해주신 박흥규 서울숲 와인아울렛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