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페드로 8

[7인 7색] 회 한 접시 놓고 밤 벚꽃을 바라보며 - 산 페드로 까스띠요 데 몰리나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요즘 길을 가다 보면 "광어 두 마리 15,000원"이라고 써서 붙인 횟집이 눈에 띕니다. 결코 고급 횟집은 아니고 활어가 든 수조와 함께 실내외에 플라스틱 테이블이 깔린 서민적인 식당이죠. 이런 횟집의 특징은 생선회만 팔 뿐이지 끓인 음식이나 술을 팔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바깥에서 컵라면을 사 와도 통과! 술을 사 와도 통과! 치킨을 사 와도 통과! 좌우지간 회 한 접시만 시키면 외부에서 음식과 술을 반입해도 아무 소리 안 합니다. 아예 "음식과 술을 사 와서 드셔도 됩니다."라고 친절히 적혀있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생선회와 화이트 와인을 함께 먹고 싶을 때 이런 식당을 종종 이용합니다. 친구와 함께 화이트 와인 두 병 들고 가서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2만 원짜리 광어+방어+농어 회 모둠을 안주..

[7인 7색] 순대나 곱창볶음에 어울리는 검은 고양이 -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1980년대에 신림동에서 새로운 서민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금에 찍어 먹기만 했던 순대에 갖가지 채소와 쫄면을 넣고 고추장으로 만든 소스를 부어서 철판에 볶은 "순대볶음"이 등장한 것이죠. 이 새로운 형태의 서민 음식은 돈이 없던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등장한 지 30년 가까이 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림동의 별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도 친구들이랑 신림동에 갔을 때 순대볶음을 종종 먹곤 했는데요, 와인을 마신 후론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궁금했습니다. 매콤한 양념에 향이 강한 깻잎이 잔뜩 들어간 음식이니 와인도 스파이시한 향이 나는 게 어울리겠죠? 순대볶음의 강한 맛에 눌리지 않도록 힘도 어느 정도 있는 와인이어야겠고요. 서민 음식인 순대볶음에 어울리도록 대중적인..

[칠레] 좋은 횟감과 잘 어울릴 깨끗하고 정갈한 산미 - San Pedro Castillo de Molina Reserva Sauvignon Blanc 2011

산 페드로 까스띠요 데 몰리아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San Pedro Castillo de Molina Reserva Sauvignon Blanc) 2011은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운두라가(Undurraga)와 함께 칠레에서 역사와 전통이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인 산 페드로(San Pedro)가 칠레 북단의 코킴보 리젼(Coquimbo Region)에 있는 엘퀴 밸리(Elqui Valley)에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산 페드로 까스띠요 데 몰리아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2011 엘퀴 밸리에 있는 산 페드로의 포도밭은 매일 아침 엘퀴 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기온을 낮게 유지시켜 주기에 포도에 생생한 산미가 깃들게 됩니..

[칠레] 햇볕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달콤한 꿀물 - San Pedro Butterfly Ritual Reserva Riesling 2009

산 페드로 버터플라이 리투얼 레세르바 리슬링(San Pedro Butterfly Ritual Reserva Riesling) 2009는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전(Central Valley Region)에 있는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의 하위 지역인 론뚜에 밸리(Lontue Valley)에서 재배한 리슬링(Riesling) 포도로 만드는 스위트 와인입니다. 1. 비냐 산 페드로(Viña San Pedro) 1865년 칠레에서 보니파시오와 호세 그레고리오 꼬레아 알바노 형제가 설립한 비냐 산 페드로는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운두라가(Undurraga)와 함께 역사와 전통이 가장 오래된 칠레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에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

[칠레] 밤 하늘에 뜬 별처럼 빛나는 맛과 향을 지닌 와인 - Altair 2005

알타이르(Altair)는 밤하늘의 독수리자리에 있는 가장 밝은 별의 이름이면서 비냐 산 페드로(Viña San Pedro)에서 출자한 알타이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와인의 이름입니다. 칠레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지역인 까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85%에 시라(Syrah) 12%와 까르메네르(Carmenere) 3%를 혼합해서 만듭니다. 1. 알타이르 2005 2001년 6월 2일 산 페드로의 지주회사인 퀴넹꼬(Quinenco)사의 미스터 길레르모 루크식(Mr. Guillermo Luksic) 회장과 프랑스 쌩-테밀리옹에 있는 샤토 다소(Chateau Dassault)의 미스터 로랑 다소(Mr. ..

[칠레] 청량하면서 부드럽고 산뜻한 산미를 가진 - San Fedro 1865 Sauvignon Blanc 2008

1. 1865 소비뇽 블랑 1865 소비뇽 블랑은 아꽁까과 리젼(Aconcagua Region)의 레이다 밸리(Leyda Valley)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100%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물처럼 싱겁고 살짝 신맛이 들어간 칠레 소비뇽 블랑 와인 중에서 이 정도의 맛과 향을 가진 와인이라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꽤 매력적인 배와 사과, 시트러스 계열 향으로 소비뇽 블랑의 개성을 잘 살렸고, 청량하고 부드러우며 산뜻한 산미와 알코올이 균형을 갖췄습니다. 여운도 칠레 소비뇽 블랑치고 꽤 긴 편이죠. 솔직히 상당히 맛있는 와인이지만,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비교하면 아직 2%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가격이 4만 원대 후반이면 구태여 이 와인을 고르지 않고 뉴질랜드 소비뇽 ..

[칠레]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 - Gato Negro Carmenere 2008

1.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 와인을 마시다 보면 그 맛과 향을 종잡을 수 없는 와인들이 가끔 나오곤 합니다. '이 와인의 특징은 이것이다'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없는 와인들이죠. 그래서 마셔놓고도 좋은지 나쁜지, 다시 이걸 사서 마실지 안 마실지 결정을 못 내리게 되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나중에 다시 마셨을 때, 정말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 반대로 영~ 아니다 싶게 느껴질 때도 있곤 하죠.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서 수확한 까르메네르(Carmenère) 100%로 만드는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이 그런 경우의 와인이었습니다. 이 와인은 첫 잔을 마실 때부터 마지막 잔을 마실 때까지 맛과 향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2. 와인 시음기 처음 ..

[칠레] 편견의 틀을 깨자 - Gato Negro Cabernet Sauvignon 2008

1. 와인과 편견 편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죠. 와인을 마실 때도 그렇습니다. '비싸서 좋을 거야' 혹은 '○○ 품종은 내 입맛에 절대 안 맞아' 혹은 '프랑스 와인은 다 떫더라' 등등... 이런 선입견으로 인해 다양한 와인의 세계를 접하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몇 가지 와인만 고집만 하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되지요.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역시 국산 와인인 마주앙' → 대부분의 마주앙은 OEM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사실 국산 와인이 아니에요. '뭐가 와인이야.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역시 소주지.' → 삶의 다양성에 따른 즐거움을 스스로 포기하시는 분이십니다. '와인도 좋지만 내 입맛에는 소주가 더 낫더라'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편견과 선입견을 품게 되면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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