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88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음주에 관한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

그리스인은 인간관계에서 와인이 가진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비극작가인 아이스퀼로스(Aeschylos)는 다음과 같이 말했죠. "청동이 겉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와인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다." 좌담회에서 그리스인은 본심을 감추지 않은 채 정직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와인은 이런 분위기를 유도하는 매개체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대화를 부드럽게 해주는 선까지만 마시고, 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는 자제력을 시험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죠. 그리스인은 와인을 문명의 척도라고 생각했지만, 물로 희석해서 약간 기분 좋을 정도만 마시는 것을 문명인이 갖춰야 할 교양이라고 봤습니다. 와인에 물을 타지 않고 그냥 마시거나, 정신을 잃을 만큼 취하거나, 와인 대신 맥주를 마시는 것은 바르바로이, 즉 야만인..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고대 그리스인의 와인 평가

오늘날 품질에 따라 와인에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인도 와인에 등급을 매겼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최고의 와인은 키오스 와인이었고, 그 뒤를 이어 타소스 섬의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손꼽혔다고 합니다. 그리스산 와인은 아니지만, 이집트의 마레오틱 와인을 최상급으로 여기기도 했죠. 알렉산드리아 남서부에서 나오는 타이니오틱과 나일강 삼각주 한가운데에서 나오는 세베니스 와인 역시 그리스인이 높게 평가한 와인이었습니다. 그리스 와인 생산자들은 그리스산 와인의 명성과 품질을 유지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타소스 와인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지키며 만들어야 했죠. •특정 크기의 용기에 담아서 물을 섞지 않은 채 판매할 것. 이것은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조치입니다. •타소스의 선박에 ..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고대 그리스의 좌담회 풍경

고대 그리스인이 어떻게 와인을 즐겼을까요? 고대 그리스 상류층 남성들이 저녁 만찬을 끝낸 후 벌인 좌담회를 통해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좌담회를 뜻하는 심포지엄(symposium)이란 말은 그리스어인 심포시온(symposion)에서 나온 것이며, ‘함께 마신다’란 뜻입니다. 그러니 좌담회에 역시 ‘마시기 위한’ 와인이 빠질 수 없겠죠? 좌담회를 벌이는 장소에는 으레 와인과 물을 섞을 때 쓰는 ‘크라테르’라는 단지가 있었습니다. 좌담회 주최자는 이 단지에 물을 넣고 와인을 붓는데, 이때 와인에 섞는 물의 양을 정하는 것이 주최자의 역할이었습니다. 물과 와인의 비율은 보통 3대 1, 5대 3, 3대 2였는데, 섞는 비율이 중요하지 도수는 문제가 아니었죠. 그래서 고급 와인을 쓰면 도수가 올라가고, ..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와인 대중화를 이룬 그리스

기원전 1,000년까지만 해도 와인은 소수 계층을 위한 특별한 술이었습니다. 가격도 당시 서민들의 술이면서 와인의 최대 경쟁자였던 맥주와 비교해 훨씬 비쌌죠. 게다가 와인에 종교적, 문화적 의미가 결부되면서 와인은 지배층을 위한 특별한 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과 달리 고대에는 술이 일상적인 음료였습니다. 술은 칼로리와 영양소의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알코올 때문에 다른 음료보다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일반인들이 즐겨 마신 술은 ‘액체빵’이라는 별명을 가진 맥주였습니다. 왜 와인은 널리 보급되지 못했을까요? 종교, 문화,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동과 지중해 동부, 이집트가 포도 재배의 한계선이었던 것이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포도를 키우기에 딱 알..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고대 그리스 와인의 흔적, 암포라

요즘에도 와인 산업은 수익이 좋은 편이라는데, 고대 그리스 시절에도 상당히 수지 맞는 산업이었나 봅니다. 그리스인은 곳곳에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만들어 유럽 각지로 수출했는데, 오늘날 유럽 전역에서 발굴되는 수천 개의 암포라를 통해 그리스 와인이 뻗어 나간 지역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세기에 오크통이 개발되기 전까지 와인 운반용으로 가장 널리 쓰인 용기는 ‘암포라(Amphora)’라는 토기였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암포라의 용량은 25~30ℓ 정도였고, 대체로 길쭉한 모양에 손잡이가 양쪽으로 달려있어 두 사람이 한쪽씩 잡고 나를 수 있었습니다. 바닥이 뾰족해서 똑바로 세우기 힘들었지만, 버팀대를 쓰거나, 나무 상자에 넣거나, 모래를 깔고 세워두기도 했죠. 암포라는 와인 뿐만 아니라 기름과 올리브..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고대 그리스의 와인 산업

고대 그리스의 와인 산지는 처음엔 도시 주변이었지만, 점차 섬이나 해안가에 옮겨집니다. 그 이유는 바다를 통해야 와인을 운송하기 쉬웠기 때문이죠. 와인 생산지의 성쇠는 의외로 교통의 편의성에 좌우되는 일이 많은데, 보르도 와인이 널리 수출되어 명성을 떨친 것도 지롱드강을 통해 와인을 수출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19세기 후반에 랑그독 와인의 생산량이 급증한 이유 중에는 이곳을 지나는 철도의 가설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타소스섬의 포도밭은 290,000㎢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고, 포도 농사에 수많은 남녀 노예와 일꾼들을 동원했습니다. 당시 그리스의 포도 재배법은 놀라웠는데, 격자 시렁을 설치해서 포도 생장을 돕는 동시에 관리와 수확을 쉽게 했고, 전문적인 가지치기 꾼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

[역사] 히스토리 오브 와인 - 또 다른 와인 전도사, 고대 그리스인

페니키아인과 그들의 후예인 카르타고인이 북아프리카 연안과 스페인 일대에서 와인 산업을 발전시켰다면, 그리스인은 지중해 북쪽 지역과 바다 건너 유럽 땅에 와인을 퍼트렸습니다. 그리스인이 포도를 키우고 와인을 만든 것은 페니키아인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그리스에서 기원전 4,500년 경에 와인을 양조했던 흔적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와인 유적이면서 와인을 만들려고 포도를 으깬 자취로는 가장 초기의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스는 평야가 적고 산지가 많습니다. 토양도 거친 편이죠. 그래서 그리스인은 척박한 산지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와 포도를 골라 키웠습니다. 페니키아인 못지않게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했던 그리스인은 도시 주변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의 수출을 가..

[시음회] 제 15회 테이스팅 세션 - 변방의 와인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를 고르라면 구세계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을 선택할 수 있겠고, 신세계에서는 미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더 많은 와인 생산국이 있죠. 그 나라들은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아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계 와인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소 낯선 맛과 향을 가졌을지언정 나름 개성을 갖춘 와인이 나오며 이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층도 거느리고 있죠. 2012년 11월 9일에 열린 제15회 테이스팅 세션의 주제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오랫동안 와인을 생산해 온 나라의 와인과 와인 양조 역사는 짧아도 품질이 제법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들의 와인을 테이스팅해..

시음회&강좌 20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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