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로 붉게 물들어가는 거리 사이로 한 사내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이곳은 로마 북쪽의 몬테피아스코네(Montefiascone). 대로 근처의 여관에서 이제 막 오크통을 따서 와인을 옮겨 담고 있었는지, 신선한 과일의 향기가 거리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향기를 맡은 사내는 홀린 듯이 여관으로 들어갔다. 사내가 자리에 앉자 여관 주인은 와인이 담긴 병을 가져왔고, 사내는 와인을 잔에 따라 향을 맡은 후 목구멍으로 넘겼다. 순간, 사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품에서 펜을 꺼내 여관의 벽에 빠르게 글씨를 써나갔다. 'Est! Est! Est!' 며칠 뒤 독일에서 한 주교가 로마로 가기 위해 이 마을에 들르게 되었다. 어서 오시라는 여관들을 뒤로하고 주교는 오로지 여관의 벽만을 살펴보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