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48

[7인 7색]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 - 비냐 톤도니아 알 로페즈 데 헤레디아 리오하 그랑 레세르바 1987

흔히 젊음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의미로도 통용됩니다. 확실히 푸릇푸릇 생기 넘치는 젊음처럼 아름다운 것도 드물죠. 하지만 아직 세상 모르는 젊음은 풋내기의 또 다른 말인지도 모릅니다. 원숙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충분히 숙달되어 능숙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지요. 자연스러우면서 막힘 없는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젊은 나이에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한 와인이 있습니다. 26년의 세월이 이 와인의 맛과 향을 빚어냈습니다. 그윽한 향의 나무, 마른 과일, 여러 가지 향신료, 향긋한 허브, 덜 익은 딸기, 이스트, 꿀, 꽃, 가죽, 졸인 과일, 조청, 메이플 시럽, 나무 수지 등등. 셀 수 없이 다양한 향이 흘러나옵니다. 매끈하면서 편안..

[7인 7색] 장어구이가 떠오르는 맛 - 31 데 노비엠브레

비가 오고 날이 덥습니다. 얼마 전에 초복이었죠? 여름철 보양 음식을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장어구이를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장어구이에 복분자주처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어구이에 곁들일 와인을 고를 땐 애로사항이 꽃 피죠 여기 복분자주처럼 달콤한 과일 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이 있습니다. 그르나슈와 템프라니요를 100% 탄산침용발효(carbonic maceration)해서 만드는 와인이죠. 그동안 가메(gamay)를 탄산침용발효해서 만드는 보졸레는 있었어도 그르나슈와 템프라니요를 오로지 탄산침용발효만으로 만드는 와인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와인 생산자는 세상에 있지 않은 와인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31 데 노비엠브레(31 de Noviembre)', 우리 말로 ‘1..

[7인 7색] 단점 말고 장점을 보세요! - 토후 소비뇽 블랑

한 사람이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습니다. 몸 쓰는 걸 잘하는 사람은 머리 쓰는 일을, 머리 쓰는 걸 잘하는 사람은 몸 쓰는 일이 서툴기 마련이죠. 물론 만능형 인간도 있지만 전체 인구 중에 몇 %나 되겠습니까? 와이너리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레드 와인을 잘 만들면 화이트 와인이 부족하고, 화이트 와인을 잘 만들면 레드 와인이 부족하고. 화이트 와인이 좋은 와이너리에 가서 레드 와인 찾고, 레드 와인이 좋은 와이너리에 가서 화이트 와인을 찾으면 센스 없는 일이겠죠? 토후(Tohu) 와이너리의 와인은 국내에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 와인이 들어와 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답게 소비뇽 블랑은 꽤 좋습니다. 구즈베리와 그레이프 후르츠, 마카다미아, 올리브, 아스파라거스, 린덴 꽃 향기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졌고, ..

[7인 7색] 메독, 그 이상의 와인 - 샤토 오 콘디사스 2006

바-메독(Bas-Medoc), 통칭 메독이라 부르는 지역은 보르도의 가장 하류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모래가 많은 토양 때문인지 이곳의 와인은 좀 더 상류의 오-메독이나 다른 생산지와 비교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죠. 그랑 크뤼 와인은 하나도 없고, 크뤼 부르주아 와인도 숫자가 많지 많습니다. 실제로 메독 와인들을 시음해보면 좀 묽은 편이고, 맛과 향의 농축도가 떨어지는 것이 많죠. 하지만 때때로 예상 못한 뛰어난 와인이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레이블을 떼고 마셔보면 메독 와인이라고 생각 못할 정도로 훌륭한 풍미를 보여주죠. 이런 와인은 오히려 메독이라는 지역 명칭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와인 중 하나가 샤토 오 콘디사스(Château Haut Condissas)..

[7인 7색] 귀여운 새콤한 맛 - 브루몽 그로 망상 소비뇽

날이 덥습니다. 요 며칠 비가 오면서 날이 흐려져 더위가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습한 기운과 함께 강렬한 햇빛이 사정 없이 내리쬐이겠죠? 이럴 때는 입맛도 떨어지고 쉽고, 뭔가 시원하면서 새콤한 걸 마시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와인은 참 신 술입니다. 곡물을 사용한 술도 발효 도중에 산미가 생기긴 하지만, 와인은 애초에 원재료인 포도에 산미가 잔뜩 들어있어서 신맛이 있어서는 다른 술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렇게 신맛 나는 와인을 차갑게 해서 마시면 짜릿한 느낌과 함께 입에 침이 고이면서 갈증이 가시고 더위도 조금은 극복할 수 있죠. 신맛이 나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라면 부르고뉴의 샤블리 와인이나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때론 지겹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

[7인 7색] 아이스크림에 올려서 드세요. - 벨트악스 베렌아우스레제

여름이 다가올수록 술을 멀리하게 됩니다. 알코올은 몸에서 열이 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더워지거든요. 그래서 여름에 찾는 술은 맥주 정도? 아니면 차게 얼린 소주 정도겠죠. 와인의 경우엔 스파클링 와인 정도일 겁니다. 유럽에선 화이트나 로제도 많이 마시지만, 아직 와인이 완전히 대중화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여름에 화이트 와인을 드시는 분조차 드물죠. 여름에 끌리는 음식이라면 역시 찬 음식. 면 종류는 냉면이나 메밀국수겠고, 마실 것이라면 냉커피와 냉홍차가 인기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이스크림을 빼놓을 순 없겠죠. 아이스크림을 드실 때 그냥 먹기 보다 위에 간단한 토핑을 얹으면 맛이 더 좋아집니다. 아몬드 칩이나 과자 칩, 진한 커피 소스나 딸기 소스 등을 얹으면 좋고, 체리나 딸기 같은 과일을 올려도..

[7인 7색] 복날에 시원하게~ 페랑 에 피스 라 비에이유 페름 로제

날씨가 아주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더 이상 레드 와인은 선택 대상이 아니죠. 차갑게 마시기 힘든 레드 와인은 여름철의 술로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확실히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가 땡기지만, 와인 중에도 여름에 어울리는 와인이 있습니다. 탄산이 입안에 짜릿한 감각을 전해주는 스파클링 와인, 상쾌한 산미가 입맛을 돋워주는 화이트 와인, 연어색에서 주홍색까지 다채로운 색깔로 빛나며 여름철 피서지에 어울리는 로제 와인이 그런 와인들이죠. 이제 날이 더 무더워지고 복날도 곧 다가올 텐데요, '복날에는 개고기!'라고 하지만 많은 분에겐 닭과 수박이 더 친숙한 음식일 겁니다. 닭은 더운 여름철에 떨어지기 쉬운 체력을 보양 해주고, 수박은 체온을 조절하면서 갈증을 해소해주기에 더운 여름철 음식으로는 최고라 할 수 ..

[7인 7색] 빠에야 잘 하는데 아세요? - 토레스 아트리움 샤르도네

"향의 교향곡(Symphony of Aromas)" 토레스가 아트리움 씨리즈를 기획하면서 내세운 모토(Motto)입니다. 아트리움 샤르도네는 그 모토를 아주 잘 구현한 와인이랄 수 있죠. 레몬, 사과, 오렌지, 조금 덜 익은 파인애플, 복숭아, 살구, 농익은 배, 모과로 이어지는 희고 노란 과일 향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여기에 노란 꽃과 꿀 내음을 살짝 풍기며, 오크와 미네랄 같은 다양한 향이 나오죠. 시간이 지날수록 바닐라와 버터, 토스트 향이 점차 진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수 없이 다양한 향이 어우러져 멋진 풍미를 자아내는 것이 실로 향의 교향곡이라 할만 하네요. 이처럼 멋진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토레스는 샤르도네와 스페인 토착 품종인 빠레야다(Parellada)를 썼고, 와인의 1/3을 헝가..

[7인 7색] 얌전한 모습 뒤에 숨은 강인한 기질 - 르 오-메독 디쌍

"왕의 만찬과 신들의 제사를 위한 와인(Resum Mensis, Aris que Deorum)". 샤토 디쌍(Chateau d'Issan)의 레이블에 적힌 글귀입니다. 이러한 글귀가 무색하지 않게 보르도 그랑 크뤼 3등급인 샤토 디쌍은 등급에 어울리는 품질로 많은 와인 애호가를 매혹시켜왔죠. 샤토 디쌍에게는 세 명의 동생 같은 와인이 있습니다. 첫째 동생은 블라종 디쌍(Blason d'Issan)으로 슈퍼 세컨드라 불릴 만큼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둘째 동생인 물랭 디쌍(Moulin d'Issan)은 보르도 슈페리어 등급 와인으로 일반 보르도 와인보다 알코올이 더 강한 와인이죠. 그리고 막내 동생이 르 오-메독 디쌍(Le Haut-Medoc d'Issan)입니다. 원래 르 오-메독 디쌍의 이름은 샤..

[7인 7색] 바베큐 시즌이 돌아옵니다. - 바베큐에 어울리는 로버트 몬다비 우드브릿지 카베르네 소비뇽

날씨가 많이 더워졌죠? 한낮에는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을만큼 기온이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되면 삼삼오오 시원한 야외로 나가 고기 구워먹기 좋은 환경이 되죠. 강원도 팬션도 좋고, 난지도 캠핑장도 좋고, 시원한 계곡도 좋습니다. 정 갈데가 없다면 옥탑방 문 앞에 놓인 평상 위에 부루스타 올려놓고 지글지글 자글자글 구워 먹은 들 어떻겠습니까? 친구랑 고기 한 점 술 한 잔 마시면서 이러저러 수다 떨고 놀다보면 일주일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 겁니다. 이런 자리에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고 그러면서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와인이 최고죠. 우드브릿지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하우스 와인입니다. 모두 14종을 생산하는데 카베르네..

[7인 7색] 파스타가 마구마구 당기는 - 피치니 키안티 클라시코 발리아노

동서양이 모두 즐기는 밀가루 음식이라면 국수를 사용한 면요리를 들 수 있을 겁니다. 그중 파스타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면요리이자 서양을 대표하는 면요리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는 이탈리아 면요리가 스파게티 밖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워온 분들이 레스토랑을 열면서,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면요리인 파스타의 일부일 뿐이고 파스타의 세계는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태에 따라 크게 국수처럼 생긴 롱 파스타, 마카로니처럼 짤막한 숏 파스타, 그외의 파스타. 소스 따라 토핑따라 알리오 올리오, 뽀모도로, 볼로네제, 봉골레, 까르보나라, 네로, 프루티 디 마레 등등… 정말 다양한 파스타가 있습니다. 파스타는 대부분..

[7인 7색] 생햄과 먹어봅시다 - 토레스 이베리코스 크리안자 뗌프라니요

생햄은 돼지 뒷다리를 통으로 잘라 천일염을 바른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9~12개월간 발효시켜 만듭니다. 돼지 뒷다릿살은 정육점에 가면 600g에 2,000~3,000원에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싸구려 부위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발효라는 마법을 사용해서 짭짤하면서 독특한 풍미를 지닌 최고의 돼지고기로 탈바꿈시켜 버렸죠. 대표적인 생햄으로는 스페인의 하몽(Jamon)을 들 수 있지만, 이탈리아의 프로슈토와 중국의 금화햄, 미국의 컨츄리햄 등도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연구 개발에 성공한 국산 생햄도 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죠. ‘와인을 마시면 하몽이 당기고, 하몽을 먹으면 와인이 당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햄은 와인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강화 와인인 쉐리도 잘 맞고, 멜론에 둘러..

[7인 7색] 양꼬치랑 먹고 싶어랑~ 산타 헬레나 그랑 레세르바 까르미네르

얼마 전 회사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양꼬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중간중간 기름기가 박힌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서 숯불에 돌려가며 은근하게 구운 후 쯔란(孜然, 커민)과 고춧가루, 소금, 깨를 혼합해 만든 양념에 찍어 먹으면, 캬~ 그 맛이 일품이죠. 여기에 청도 맥주나 저렴한 백간(白干)을 하나 마시면 환상의 마리아쥬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맥주나 백간도 좋지만 저는 와인 애호가. 과연 양꼬치에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와인이 있습니다. 바로 칠레의 산타 헬레나에서 나오는 산타 헬레나 그랑 레세르바 까르메네르(Santa Helena Gran Reserva Carmenere)이죠. 이 와인은 블랙 체리 같은 검은 색 과일과 말린 과일 향이 나오며 볶은 헤이즐넛 같..

[7인 7색] 복잡하게 마시지 맙시다~! - 보가 스파클링

우리나라 사람에게 와인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 이름으로 마을 명칭이나 회사 이름, 포도 품종명 등이 사용되는데, 이게 우리나라 사람에겐 복잡하게 느껴지고 외우기 힘들기 때문이죠. 극단적인 예로 '샤토 피숑 롱그빌 꽁테스 드 라랑드(Cha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를 단번에 기억할 분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가 스파클링(VOGA Sparkling)은 "알아보고 기억하기 쉬운 와인"입니다. 다른 와인과 단번에 구별되는 대담 하고 세련된 병 디자인, 외우기 쉬운 이름과 단순한 레이블, 누구나 맛있다고 느낄 만한 맛과 향을 갖췄죠. 그래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시고 기억하기 쉬운 와인입니다. 복잡한 것은 딱! 질..

[7인 7색] 회 한 접시 놓고 밤 벚꽃을 바라보며 - 산 페드로 까스띠요 데 몰리나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요즘 길을 가다 보면 "광어 두 마리 15,000원"이라고 써서 붙인 횟집이 눈에 띕니다. 결코 고급 횟집은 아니고 활어가 든 수조와 함께 실내외에 플라스틱 테이블이 깔린 서민적인 식당이죠. 이런 횟집의 특징은 생선회만 팔 뿐이지 끓인 음식이나 술을 팔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바깥에서 컵라면을 사 와도 통과! 술을 사 와도 통과! 치킨을 사 와도 통과! 좌우지간 회 한 접시만 시키면 외부에서 음식과 술을 반입해도 아무 소리 안 합니다. 아예 "음식과 술을 사 와서 드셔도 됩니다."라고 친절히 적혀있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생선회와 화이트 와인을 함께 먹고 싶을 때 이런 식당을 종종 이용합니다. 친구와 함께 화이트 와인 두 병 들고 가서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2만 원짜리 광어+방어+농어 회 모둠을 안주..

[7인 7색] 굴의 시간이 다 가기 전에 - 루이 막스 푸이 퓌세

'바다의 우유'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영양가가 높은 굴은 동서양 모두에서 맛있다고 인정하는 식자재입니다. 특유의 향과 물컹한 질감 때문에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많은 식도락가가 바닷냄새 가득한 굴 한 접시 먹을 생각에 입맛을 다시죠. 다양한 형태로 굴을 조리해서 먹지만, 개인적으론 싱싱한 굴을 날로 먹는 것과 쪄 먹는 게 제일 맛있더군요. 다만 굴은 산란기 때 독성이 있어서 이 시기엔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보리가 패기 시작하면 굴을 먹지 않았고, 일본에선 벚꽃이 지면, 서양에선 알파벳 R자가 빠진 달이 되면 굴을 먹지 않는다고 하죠. 그러고 보니 지금이 4월 초순, 이제 20여 일이 지나면 굴을 피해야 할 때가 되는군요. 서양에선 굴과 와인을 함께 먹는 일이..

[7인 7색] 곱창이 생각날 땐 - 후안 길 모나스트렐 12 메세스

얼마 전에 형과 함께 동네 언덕 너머 곱창구이집에서 곱창과 대창을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집이 서울에서 소문이 자자한 곱창구이집이더라고요. 저는 집 근처인 데다 그만한 집이 드물어서 자주 갔었던 것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곱창을 먹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와인이 아니라 소맥을 곁들였다는 겁니다. 곱창뿐만 아니라 술이 매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한적한 가게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곳이라 쉽게 와인을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곱창과 와인을 함께 먹은 적이 없었어도 다른 곳에선 곱창에 와인을 곁들여 마셔본 적이 있었습니다. 곱창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풍미가 강한 육류이므로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이겠..

[7인 7색] 고르곤졸라 피자와 함께 먹어봅시다 - 마르퀴스 드 샤스 쏘떼른

어제 치즈와 와인의 매칭에 관한 수업이 있었습니다. 저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만, 수업이 끝난 후 치즈를 시식할 기회는 있었죠. 치즈를 하나하나 먹던 제 눈에 띈 치즈 하나. 밝은 미색에 푸른색 줄이 죽죽 들어간 블루치즈였습니다. 블루치즈의 꼬리꼬리 하고 중독적인 맛을 음미하는 순간 제 머릿속에선 노오란 황금빛 와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피자집 메뉴를 보면 고르곤졸라 피자가 있는 걸 종종 봅니다. 고린내 때문에 쉽게 먹기 힘든 고르곤졸라 치즈를 넣은 피자가 어느 새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 된 모양이더군요.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을 땐 대개 꿀을 발라 먹는데, 고르곤졸라의 풍미와 달콤한 꿀이 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꿀과 잘 맞는 고르곤​ ​졸라 피자라면 달콤한 디저트 와인과 함께 먹어도 당연히 맛있..

[7인 7색] 호주 바로싸 밸리에서 나온 밸류 와인 - 글래처 와인의 월레스

세상에 맛있는 와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Great'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와인도 많이 있죠. 그러나 가격까지 착한 와인은 드물죠. 때때로 맛과 향이 괜찮으면서 가격까지 착한 와인이 보이곤 하는데, 이런 와인들을 '(살만한) 가치가 있다' 하여 밸류 와인(value wine)이라 부릅니다. 오늘은 호주의 밸류 와인 하나를 소개합니다. 2008년 '매력적인 호주 문화의 다섯 아이콘' 중의 하나로 뽑히고 로버트 파커가 2005년 와인 인물로 선정했으며 바로싸 밸리의 문화 발전에 대한 공헌으로 '바로싸의 남작 칭호'를 받은 벤 글래처(Ben Glaetzer)가 만든 레드 와인 "월레스(Wallace)"입니다. 쉬라즈와 그르나슈를 8:2로 섞어서 만드는 월레스는 검은 과일과 말린 과일 풍미와 함께 진한 나무..

[7인 7색] 순대가 생각날 땐~ 로스 바스코스 까베르네 쇼비뇽 로제

어제 집에 가다가 순대를 파는 포장마차를 봤습니다. 순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새 제 손에는 순대 1인분이 들려 있더군요. 순대 마니아로서 잠시 정줄을 놨나 봅니다. 모양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지만 순대는 참 매력적인 음식입니다. 기본적으로 동물 내장 안에 당면과 야채, 피가 들어가지만, 지역마다 종류마다 다양한 변형이 있죠. 고기가 많이 들어간 것, 당면 대신 찹쌀이 들어간 것, 순대 껍질이 두꺼운 것 등등…공통점은 모두 맛있다는 것입니다. 전통 스타일일수록 더 맛있고요. 순대는 좋은 간식거리이며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술안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데요, 문제는 어울리는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레드 와인을 함께 하면 와인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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