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메독, 그 이상의 와인 - 샤토 오 콘디사스 2006

까브드맹 2013. 10. 16. 06:00

바-메독(Bas-Medoc), 통칭 메독이라 부르는 지역은 보르도의 가장 하류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모래가 많은 토양 때문인지 이곳의 와인은 좀 더 상류의 오-메독이나 다른 생산지와 비교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죠. 그랑 크뤼 와인은 하나도 없고, 크뤼 부르주아 와인도 숫자가 많지 많습니다. 실제로 메독 와인들을 시음해보면 좀 묽은 편이고, 맛과 향의 농축도가 떨어지는 것이 많죠.

하지만 때때로 예상 못한 뛰어난 와인이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레이블을 떼고 마셔보면 메독 와인이라고 생각 못할 정도로 훌륭한 풍미를 보여주죠. 이런 와인은 오히려 메독이라는 지역 명칭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와인 중 하나가 샤토 오 콘디사스(Château Haut Condissas)입니다.

메독에 있는 15헥타르 규모의 작은 포도밭에서 기른 메를로와 쁘디 베르도,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을 각각 6:2:1:1의 비율로 혼합해서 만드는 샤토 오 콘디사스는 아주 톡특한 와인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 재배에 유리한 보르도 좌안의 와인인데도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매우 적다는 점입니다. 반면 메를로를 매우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은 메독에선 보기 드물게 포도밭에 메를로가 잘 자라는 진흙 성분이 많기 때문이죠.

또한 메를로를 많이 넣어서 만들었는데도 까베르네 소비뇽처럼 블랙커런트와 잘 익은 블랙체리, 삼나무, 향신료 등의 향과 진한 블랙커런트와 플럼(Plum), 탄탄한 탄닌이 느껴지는 나무 풍미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매우 잘 익은 포도를 골라서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살롱 뒤 뱅 2013 행사에서 이 와인을 시음했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은 와인이라 느꼈습니다. 함께 마셨던 다른 사람들도 이 행사에서 마신 와인 중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더군요. 듣기로는 유럽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에서 유수한 와인들을 꺾고 몇 차례나 1등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시음해보시기 바랍니다.

(2013년 6월 29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