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아가는 와인 - Beaujolais Nouveau Carré de France 2012

까브드맹 2012. 11. 26. 06:00

보졸레 누보 까레 드 프랑스 2012

보졸레 누보 까레 드 프랑스(Beaujolais Nouveau Carré de France) 2012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보졸레(Beaujolais) 지방에서 재배한 가메(Gamay) 포도 100%로 만든 AOC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보졸레 누보 까레 드 프랑스 2012

'보졸레(Beaujolais)'는 프랑스 동남부의 와인 산지 이름이며, '누보(Nouveau)'는 영어로 'New'를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따라서 보졸레 누보는 'New Beaujolais' 곧, 새 보졸레(와인)이라는 뜻이 됩니다.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1월이면 보졸레 누보 출시를 예고하는 포스터가 와인 샵에 붙곤 하죠. 보졸레 누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보졸레 누보 까레 드 프랑스 2012는 프랑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와인 회사인 카스텔 그룹(Castel Group)에서 만들었습니다. 카스텔 그룹은 보졸레 지방에도 포도밭이 있고, 그곳에서 수확한 가메 포도로 해마다 보졸레 누보를 생산합니다. 2012 빈티지는 다른 보졸레 누보 와인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수입되었죠.

우선 와인 용기를 유리병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인 PET 병을 사용했습니다. PET 병을 쓰면서 같은 용량이지만 크기와 무게가 많이 줄어들었죠. 마개도 코르크나 금속제 스크루 캡이 아니라 플라스틱 스크루 캡을 쓰면서 이미지가 다른 와인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고급 와인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한 와인인 보졸레 누보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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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변화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보졸레 누보의 가격은 2~3만 원선이었고, 이렇게 높은 가격은 보졸레 누보의 정체(?)를 눈치챈 소비자들이 보졸레 누보를 외면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졸레 누보의 가격은 그리 낮지 않았습니다. 편의점에서 칠레 저가 와인을 끼워서 26,000원에 판매했으니 실질적인 가격은 16,000원 정도였지만, 어쨌든 보졸레 누보를 마시려면 2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죠. 하지만 보졸레 누보 까레 드 프랑스 2012의 가격은 14,900원입니다. 이 정도라면 보졸레 누보를 맛보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용기의 재질과 가격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올해의 보졸레 누보 와인은 비로소 원래의 성격에 맞는 위치로 내려왔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도 2만 원 이상의 보졸레 누보 와인이 판매되지만, 1만 원대 중반의 제품이 시장에 나왔으니 가격은 점차 하향평준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보졸레 누보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보졸레 누보의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중간 정도의 농도로 투명한 루비색입니다. 딸기와 산딸기,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향에 딸기 사탕 같은 달착지근한 향이 납니다. 싱그럽고 풋풋한 식물성 향도 함께 있습니다.

마치 화이트 와인처럼 깨끗하고 산뜻합니다. 무게는 가볍지만 구조는 허술하지 않고 제법 탄탄합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새콤하고 얌전한 산미가 인상적입니다. 기분 좋은 신맛이 입 안 전체에 퍼지면서 산뜻한 느낌과 함께 감칠맛을 더해주네요. 탄닌의 떫은맛은 전혀 없고 12%의 알코올도 잠시 열기를 전해줄 뿐 매우 얌전합니다. 딸기와 산딸기, 딸기 사탕의 풍미가 입에 가득하며 싱그러운 허브 느낌이 약간 더해집니다. 여운은 길지 않지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드라이한 맛, 도수는 낮지만 탄탄한 구조를 만들기엔 충분한 알코올, 넉넉하고 잘 익은 산미의 조화가 좋습니다. 균형 잡힌 맛을 보여주네요.

2012 빈티지는 작년만큼의 맛과 향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와이너리가 다른 것도 있겠지만 2012 빈티지가 별로 뛰어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일 겁니다. 병의 재질이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인 것도 심리적인 이유로 작용하는 듯하고요. 그래도 마시기 편하고 맛있는 데다 저렴해진 가격을 생각해 보면 매우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예전에는 3만 원이 넘었던 보졸레 누보. 하지만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점차 낮아졌고, 마침내 14,900원까지 내려왔군요. 이제야 비로소 햇와인인 보졸레 누보에 어울리는 가격이 된 것 같습니다. 가볍고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한 와인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좋아할 만한 맛이며 가격도 합당합니다.

친구, 특히 술에 익숙하지 않은 여자 친구와 마실 와인으로 강추합니다. 다만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병은 멋이 떨어져 좀 아쉽군요. 물론 쉽게 깨지지 않고 가벼운 점은 장점입니다.

참치 붉은 살, 가벼운 소스를 뿌린 닭튀김, 닭꼬치, 돼지 수육, 냉햄, 파스타, 피자, 나물 요리, 무염 크래커와 바게트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11월 1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