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마리아쥬

[마리아쥬] 여름철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들 4/5 - 스파클링 와인편

까브드맹 2012. 7. 2. 06:00

샴페인 사진
(이미지 출처 : http://www.luxuo.com/wines-spirits/latest-art-of-champagne.html)

1. 스파클링 와인의 특성

여름철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들. 네 번째 편은 다소 엉뚱하게도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입니다. 물론 와인을 구분할 때 스파클링 와인은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과 다른 종류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은 기본적으로 화이트 와인에 탄산가스를 넣은 것이라서 성격이 화이트 와인과 매우 비슷하죠. 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최근 호주에서 많이 생산하는 레드 스파클링 와인도 탄닌을 거의 느낄 수 없어서 느낌이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와인 공부의 영역이 아니라, 더운 여름철에 시원하고 즐겁게 마시려는 와인을 알아보자는 취지로 화이트 와인을 소개하는 이 글에 슬그머니 스파클링 와인을 끼워 넣어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앞의 포스트에서 얘기했던 화이트 와인들이 기후와 양조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듯이 스파클링 와인도 사용하는 포도와 제조법에 따라 풍미가 달라집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므니에(Pinot Meunir) 포도를 사용해서 메쏘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elle)이라는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샴페인입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나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은 기본적으로 샴페인과 비슷한 맛과 향을 추구하죠. 그래서 사용하는 포도와 제조 방법, 숙성 기간이 가능한 한 샴페인과 같아지도록 노력합니다. 특히, 샤르도네를 넣었을 때 거품 크기가 가장 작게 나오므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 되도록 샤르도네를 함께 써서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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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후와 토양 같은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되도록 토착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도록 하는 유럽 각국의 와인 법 때문에 모든 스파클링 와인에 샤르도네가 들어가진 않습니다. 스페인에선 토착 품종인 샤렐로(Xarel-lo), 마까베우(Macabeo), 빠레야다(Parellada)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며, 프랑스의 루아르 밸리(Loire Valley)에서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이란 포도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죠.

또 샴페인처럼 전통 방식으로 만들면 생산 방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과정을 단순하게 해서 좀 더 빨리 값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과 비교해서 품질이 많이 떨어지죠. 포도의 특성 때문에 아예 다른 방법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포도와 제조법에 따라 스파클링 와인의 스타일은 달라지지만, 잔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거품의 모습과 입안을 톡톡 쏘는 청량감 때문에 모든 스파클링 와인은 파티에 가장 어울리는 와인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럼 스파클링 와인의 종류를 제조 방식에 따라 알아보죠.

 

 

 

2. 제조 방식에 따른 스파클링 와인의 종류

1) 메쏘드 트라디시오넬

이 방식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에서 처음 고안된 스파클링 와인 제조법입니다. 이름의 뜻은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뜻이죠. 미국에서는 "traditional method", 이탈리아에서는 "metodo classico", 또는 "metodo tradizionale",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método tradicional", 독일에서는 "klassische Flaschengärung"라고 표기합니다.

제조 방법을 간단히 알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포도 수확

② 포도 으깨기와 포도즙 짜기

③ 일반 화이트 와인을 만들 듯 1차 발효하기

④ 아상블라쥬(Assemblage). 품종별로 만든 와인을 혼합해서 하나로 합치기

⑤ 화이트 와인을 당분과 이스트, 청징제(淸澄劑)와 함께 병에 넣은 다음 병에서 2차 발효. 발효하면서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조금 높아지고 탄산가스가 생깁니다.

⑥ 발효가 끝난 후 죽은 이스트가 자가분해하면서 토스트와 누룩 같은 특유의 풍미 발생합니다.

⑦ 뤼미아쥬(Remuage). 특별한 선반에 병을 거꾸로 끼워 넣고 천천히 돌려서 이스트 찌꺼기 모아 주기. 요즘은 지로팔레트(Gyropalette)라는 기계로 처리합니다.

⑧ 데고르쥬망(Degorgement). 이스트 찌꺼기 제거하기

⑨ 도자쥬(Dosage) : 데고르쥬망할 때 흘러나온 와인을 보충하고 당분 첨가하기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2/2

5. 샴페인 명칭의 (사용) 권리(Right to the name Champagne) 샹파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샴페인은 탄산가스를 주입하려면 규정상 반드시 병에서 2차 발효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선 "Champagne"이라는 단..

aligalsa.tistory.com

메쏘드 트라디시오넬은 원래 샹파뉴식 방법을 뜻하는 "메쏘드 샹파누아즈(Methode Champenoise)"라고 불렀는데, 1994년에 EU가 명칭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나온 와인 책에는 메소드 샹파누아즈라고 적힌 것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만든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우선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샴페인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병에서 숙성하는 샴페인은 누룩 같은 이스트의 자가분해 향이 강합니다.

도츠 브뤼 샴페인모에에샹동 임페리얼 브뤼 샴페인앙드레 끌루에 브뤼 샴페인

항상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샴페인은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신세계 계열 와인 샵에서 판매하는 앙드레 끌루에가 저렴한 편이죠.

듀발 르로아 로제 샴페인뵈브 끌리코 퐁사르뎅 로제 샴페인

로제 샴페인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혼합해서 만듭니다. 2차 발효와 숙성 과정은 일반 샴페인과 같습니다.

크레멍 드 부르고뉴크레멍 드 쥐라

프랑스에는 메쏘드 트라디시오넬 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멍(Crémant) 생산지가 일곱 군데 있습니다. 샴페인과 크레멍은 포도 품종에서 차이가 납니다. 크레멍은 각 지역의 특산 포도를 주로 사용하죠. 병에서 2차 발효하고 숙성하는 기간도 다릅니다. 넌 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15개월, 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36개월 동안 숙성해야 하지만, 크레멍은 9개월 이상만 숙성하면 됩니다.

프레시넷 꼬르동 네그로 까바뻬레 벤추라 브뤼 레세르바 까바
로저 구라트 그랑 뀌베 2011 까바콰트로 까바

스페인에서 만드는 까바(CAVA)는 사용하는 포도만 다르고 제조 방식과 최소 숙성 기간은 크레멍과 같습니다. 최근엔 거품을 아주 작게 만들려고 샤르도네를 섞는 와이너리도 늘고 있습니다. 위의 까바 중에서 콰트로(Cu4tro)는 샤렐로, 마까베우, 빠레야다 세 품종에 샤르도네를 합쳐서 네 가지 포도로 만든 것입니다.

빌라르 나우 로제 까바뻬레 벤추라 로제 까바

까바도 로제 까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샴페인은 피노 누아와 피노 므니에가 적포도이므로 로제로 만든다고 해서 포도가 바뀌진 않지만, 일반 까바는 청포도로만 만들므로 로제 까바를 만들 땐 사용하는 포도가 달라집니다. 위의 까바는 피노 누아와 트레파(Trepat)라는 적포도로 만든 것이죠.

슈램스버그 로제 스파클링 와인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슈램스버그(Schramsberg) 같은 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메쏘드 트라디시오넬 방식을 사용합니다.

2) 트렌스퍼 방식(Transfer Method)

메쏘드 트라디시오넬 방식은 너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생산 과정을 약간 단순하게 만든 것이 트랜스퍼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병에서 숙성하는 과정까진 전통 방식과 똑같지만, 이스트 찌꺼기는 와인을 큰 압력 탱크에 부어 넣은 후 필터로 걸러냅니다. 이렇게 하면 데고르쥬망과 도자쥬 과정이 빠지고 기계로 처리하기도 쉬워서 좀 더 싸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죠. 또 품질도 전통 방식에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주로 미국과 호주 같은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3) 탱크 방식(Tank Method)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샤르마(Charmat) 방식이라고도 부르며 메쏘드 트라디시오넬과 완전히 다릅니다. 탱크 방식은 처음부터 밀폐된 압력 탱크에서 2차 발효한 후 필터로 이스트 찌꺼기를 제거하고 병에 담는 방식입니다. 탱크 방식은 병 숙성을 통해 이스트의 자가분해 향을 갖게 하기 어려워서 뮈스까(Muscat)나 리슬링(Riesling)처럼 과일 향이 풍부한 포도를 많이 씁니다. 또 생산비가 적어서 대량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도 사용하죠.

헨겔 트로켄 젝트

독일의 젝트(Sekt)는 탱크 방식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메쏘드 트라디시오넬로 만드는 젝트는 아주 적죠.

운두라가 브뤼

칠레에서 생산하는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 중에도 탱크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4) 아스티(Asti) 방식

이탈리아 와인인 아스티(Asti)와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포도를 수확하고 포도즙을 짠 다음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 온도에서 냉장 보관합니다. 냉장 보관한 포도즙을 필요할 때마다 밀폐된 압력 탱크에서 발효하다가 원하는 알코올 도수가 되면 필터로 효모를 걸러낸 다음 병에 담습니다. 탱크 방식과 다른 점은 2차 발효 없이 탱크에서 1차 발효만 해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다는 겁니다.

발레벨보 아스티빌라 요란다 아스티

뮈스까 포도로 만드는 아스티는 과일 향이 풍부한 대신 이스트의 자가분해로 생기는 토스트와 누룩 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르 프롱데 모스까토 다스티라 스피네타 브리꼬 콸리아 모스까토 다스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좋은 모스까토 다스티도 전부 이 방법으로 만들죠.

5) 카보네이션(Carbonation)

일반 와인에 강제로 탄산가스를 주입해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콜라나 사이다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주 값싸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품질 역시 조잡합니다.

3. 스파클링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들

1) 해산물

스파클링 와인은 어울리는 음식이 대단히 많습니다. 특히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 요리와 잘 어울리죠.

흰살 생선회참치 회

생선회처럼 날생선을 사용한 요리와 잘 맞으며, 참치회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먹어야 좋습니다.

생선 초밥캘리포니아 롤
잡탕밥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 잡탕밥처럼 해산물과 밥이 함께 든 음식에도 잘 어울리죠.

농어찜조개찜
홍합찜조개 관자 스테이크
훈제연어

농어찜, 조개찜, 훈제연어처럼 찌거나 굽거나 훈제한 해산물과 먹어도 좋습니다.

문어 샐러드동남아풍 새우 샐러드
해산물 샐러드해산물 볶음

해산물과 채소를 함께 사용한 요리가 스파클링 와인과 어울리는 것은 물론입니다.

꽃게 마늘 볶음새우 볶음
동태찜메기 매운탕

향신료를 많이 써서 매콤하고 향이 풍부하도록 조리한 해산물 요리도 스파클링 와인과 궁합이 좋습니다.

오징어 튀김

해산물 튀김 역시 좋은 안주가 됩니다.

2) 육류

스파클링 와인은 화이트 와인보다 육류에 더 잘 어울리며, 특히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육류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동남아풍 닭고기 볶음바비큐 치킨
깐풍기훈제 오리
오리탕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로 만든 요리는 맵거나 스파이시해도 OK!

가라아게오븐구이 치킨

후라이드 치킨과 가라아게 같은 닭튀김 요리와 스파클링 와인 조합은 치맥 못지않습니다.

돼지고기 바비큐삼겹살 구이

돼지고기도 스파클링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등심구이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소고기와 잘 맞죠.

3) 채소

채소구이치즈 샐러드

채소 요리 역시 잘 맞습니다.

송이버섯 구이

버섯도 좋은 친구가 되고,

카프레제

치즈를 얹은 토마토와 먹어도 참 좋죠.

4) 기타

스파클링 와인은 아주 다양한 음식과 마리아쥬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해물 토마토 파스타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크림 파스타마르게리따 피자

서양 요리인 파스타와 피자에 잘 맞습니다. 스파게티는 어떤 소스를 쓴 것일지라도 잘 어울리죠.

타파스

타파스 같은 간단한 안주도 좋습니다.

모듬 치즈

부드럽든 딱딱하든 다양한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스콘바게트 샌드위치

빵과 잘 맞는 것은 당연하죠.

계란말이연두부 요리
버섯전, 새우전스프링 롤

계란말이, 두부, 전, 춘권 같은 동양 음식에도 잘 맞고요,

전통 순대철판 순대볶음
순대 전골

순대 볶음, 순대 전골처럼 맛과 향이 자극적인 음식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해물 떡볶이

떡볶이와 먹어도 좋습니다.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도 어울리지만, 모스까토 다스티처럼 단맛 나는 것이 더 좋죠.

양고기 카레

카레와 먹어도 좋습니다.

오렌지와 포도수박, 멜론, 바나나, 파인애플
크림과 딸기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은 과일과 함께해도 좋습니다.

빵파운드 케익
딸기 무쓰

단맛 나는 스파클링 와인은 케이크 같은 디저트와 함께 먹을 때 황홀한 느낌을 선사해주죠.

스파클링 와인은 이외에도 아주 많은 종류의 음식과 멋지게 어울립니다. 조금 과장되게 얘기해서 사이다나 데미 소다 애플, 혹은 데미 소다 포도와 맞는 음식이라면 다 어울린다고 보셔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안주 없이 그냥 마셔도 술술 잘 들어가는 것이 최대 장점이죠.

무더운 여름 날씨에 친구들과 어떤 와인을 마실까 고민된다면 스파클링 와인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샴페인처럼 비싼 것을 살 필요 없습니다. 2~3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도 짜릿한 맛과 함께 한여름의 무더위를 깨끗이 날려줄 테니까요.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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