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마리아쥬

[마리아쥬] 여름철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들 2/5 - 리슬링 와인편

까브드맹 2012. 6. 18. 06:00

리슬링 포도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Riesling_grapes_leaves.jpg)

여름철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들. 둘째 편은 귀부인처럼 우아하고 기품있는 포도인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리슬링은 추위에 매우 강해서 독일처럼 서늘한 가을 기후를 지닌 곳과 일교차가 심한 고지대에서도 잘 자랍니다. 포도는 날씨가 추울수록 산도가 강해지므로 추운 곳에서 재배하는 리슬링 포도는 자연스럽게 산미가 풍부해지죠. 다만 당분은 천천히 축적되기에 햇살이 내리쬐고 비가 오지 않는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지역에서 재배할 때 본래 가진 특성을 최대한 드러냅니다.

1. 리슬링 와인의 맛과 향

리슬링 와인은 레몬과 사과 향이 나서 언뜻 소비뇽 블랑 와인과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식물 향보다 과일 향과 아카시아 같은 흰 꽃 향이 더 강합니다. 또한 재배지의 기후에 따라 향이 조금씩 달라지죠. 그래서 서늘한 곳에서 재배한 리슬링으로 와인을 만들면 푸른 사과와 청포도 같은 녹색 과일 향에 레몬과 라임 같은 시트러스 향이 나오지만, 기후가 온화한 곳에선 라임과 감귤 향과 함께 복숭아 같은 핵과류(核果類)의 무르익은 향이 올라옵니다. 맑은 가을 날씨에서 오랫동안 익은 포도로 만들면 파인애플과 망고 같은 열대 과일 향이 발달하기도 하죠. 또한 오래 숙성한 리슬링 와인에선 석유(Petrol)와 비슷한 특유의 향이 나타납니다.

리슬링 와인은 기본적으로 신맛이 강하고 질감이 탄탄합니다. 그래서 어울리는 음식의 폭이 넓죠. 지역과 생산자에 따라 달콤한 와인도 있고, 달지 않은 와인도 있습니다. 독일산 리슬링 와인은 단것과 안 단것이 있는데, 국내에 들어온 와인은 거의 달콤합니다. 반면에 알자스와 호주산 리슬링 와인은 달지 않고 드라이한 것이 대부분이죠. 달든 달지 않든 리슬링 와인은 풍부한 과일 향과 산뜻한 신맛, 탄탄한 질감이 있어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심신이 지친 여름에 차게 마시면 아주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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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슬링 와인의 주요 생산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슬링 와인을 생산하는 국가는 세 곳입니다. 첫째가 독일, 둘째가 프랑스 알자스(Alsace), 셋째가 호주입니다. 물론 미국, 칠레,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좋은 리슬링 와인을 만들지만, 앞선 세 국가의 와인 품질을 따라가기엔 부족하죠. 오스트리아 리슬링 와인은 품질이 뛰어나지만, 명성이 모자라고요.

1) 독일

리슬링의 고향이랄 수 있는 독일에선 다양한 맛과 향의 리슬링 와인을 생산합니다. 크게 달지 않은 리슬링 와인과 단맛 나는 리슬링 와인으로 나눌 수 있죠.

돔 리슬링 트로켄

달지 않은 것은 레이블엔 "트로켄(Trocken)"이란 문구가 적혀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주앙 모젤모젤랜드 아우슬레제 리슬링

단맛 나는 리슬링 와인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약간 달콤한 카비넷(Kabinett)과 꽤 달콤한 아우슬레제(Auslese) 등급의 와인입니다. 둘 다 레이블에 등급 명칭이 적혀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죠.

독일의 여러 곳에서 리슬링 와인을 만들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모젤(Mosel)과 라인가우(Rheingau), 라인헤센(Rheinhessen)입니다.

에곤 뮬러 아우슬레제 리슬링

모젤 와인은 무게가 가볍고, 균형 잡힌 당도와 산도 때문에 맛이 질리지 않죠. 국내에는 다양한 모젤 와인이 들어와 있고, 레이블에 "Mosel", 또는 "Mosel-Saar-Ruwer"라는 지역 표시가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역 표시는 때때로 뒷면의 백-레이블(Back-Label)에 적혀있을 때도 있습니다.

슐로스 폴라즈 리슬링 카비넷

라인가우는 최고급 리슬링 와인 생산지입니다. 과일 맛이 풍부하면서 우아하고 균형 잡힌 와인을 많이 생산하죠. 모젤 와인보다 비교적 진하고 무게도 있습니다. 위의 와인처럼 레이블에 지역 명칭을 표시하니 알아보긴 어렵지 않습니다.

라인헤센의 리슬링 와인은 예전엔 이름 높은 것이 많았는데, 대량 생산에 몰두하면서 품질이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젤과 라인가우의 리슬링 와인보다 맛과 향이 못하지만, 그래도 가격보다 품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2) 프랑스 알자스

단맛이 많은 독일산 리슬링 와인과 달리 알자스 리슬링 와인은 일부만 제외하고 거의 달지 않습니다. 독일산보다 좀 더 묵직하고 알코올 도수도 더 높은 편이죠. 알자스 리슬링 와인은 감귤이나 사과처럼 산미가 있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나며 질감은 매끈하고 강인합니다. 신맛이 강하지만, 거칠지 않고 매우 부드러우면서 진하죠. 그래서 침샘을 기분 좋게 자극합니다. 해물 요리와 잘 맞지만, 닭과 오리, 돼지고기 같은 백색육과 함께 마셔도 좋습니다.

위겔 알사스 리슬링

위겔 리슬링은 와인 매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알자스 리슬링 와인입니다. 가격과 비교해서 품질이 아주 좋죠.

3) 호주

호주 리슬링 와인의 역사는 독일계 이주민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호주산 리슬링 와인이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지만, 훌륭한 품질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의 소산이죠. 호주산 리슬링 와인은 라임과 레몬,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나오고, 숙성하면서 토스트와 꿀 향이 더해지며, 점차 특유의 석유 향이 발달합니다. 맛은 대부분 달지 않거나 살짝 달콤한 정도입니다. 주요 생산지는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의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와 에덴 밸리(Eden Valley)이고, 사우쓰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의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에서도 품질 좋은 리슬링 와인을 생산합니다.

국내에서 호주산 리슬링 와인은 전문 와인 매장을 제외하면 찾기 쉽지 않지만, 점차 인기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3. 리슬링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

1) 달지 않은 리슬링 와인

① 해산물

달지 않은 리슬링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특히 해산물과 잘 맞죠. 소비뇽 블랑 와인이 날것과 잘 맞는다면, 리슬링 와인은 익힌 것과 더 잘 맞습니다. 찌거나 삶은 해산물 요리도 좋습니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이나 크림으로 만든 소스를 얹으면 금상첨화죠. 튀김도 잘 맞고 초밥처럼 산미가 있는 음식은 리슬링과 무척 잘 어울리죠.

② 육류

리슬링 와인은 소비뇽 블랑 와인보다 고기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에 잘 맞으며 새콤달콤한 오렌지 소스를 얹은 요리라면 더 좋죠. 탕 종류도 무난합니다. 차돌박이처럼 부드러운 쇠고기와 먹어도 좋고, 샤브샤브처럼 채소와 쇠고기를 함께 먹는 요리라면 양쪽을 모두 맞춰줄 수 있습니다. 생햄과 소시지도 잘 맞습니다.

③ 채소

다른 화이트 와인처럼 채소 요리와 잘 맞습니다. 구운 채소도 좋지만, 새콤한 소스를 뿌린 샐러드라면 리슬링과 좋은 매칭을 보여주죠.

④ 기타

그 밖에 다양한 음식과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의 전에도 잘 맞고, 샌드위치나 스프링 롤과 함께 먹어도 맛있습니다.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나 신선한 생치즈도 리슬링 와인에 잘 맞습니다. 카레에도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2) 달콤한 리슬링 와인

① 해산물

찌거나 삶은 해산물에 약간 매콤한 양념을 한 요리와 잘 맞습니다.

② 육류

튀긴 다음 매콤한 소스를 얹은 육류 요리는 달콤한 리슬링 와인의 좋은 안주가 됩니다. 그래서 사천식 중국요리는 아주 잘 어울리죠. 제일 잘 맞는 와인은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와인이겠지만, 리슬링 와인도 꽤 잘 맞는 편이죠. 새콤달콤한 소스를 얹은 가금류 요리나 얼큰한 탕과 마셔도 좋습니다. 불닭처럼 너무 맵지만 않으면 스위트 리슬링 와인은 양념치킨을 먹을 때 좋은 벗이 돼주죠.

③ 채소류

샐러드는 물론 잘 맞지만, 신맛과 단맛이 강한 소스를 쓴 것이 더 잘 맞습니다.

④ 디저트류

단맛이 아주 강한 스위트 리슬링 와인은 달콤한 디저트의 맛을 더욱 끌어올려 줍니다.

 

 

⑤ 기타

드라이 리슬링 와인처럼 스위트 리슬링 와인도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모둠전과 매운탕 같은 한식과 잘 어울립니다. 스프링 롤처럼 튀긴 음식과 먹어도 좋죠. 볶음 우동처럼 조금 매콤한 면 요리와 먹어도 제격입니다.

재미있게도 단맛이 강한 리슬링 와인은 꼬리꼬리한 냄새를 풍기는 블루치즈와 먹으면 아주 잘 어울립니다. 블루치즈의 일종인 고르곤졸라를 넣어서 만든 고르곤졸라 피자와 먹어도 좋죠. 고르곤졸라 피자를 꿀에 찍어 먹는 걸 생각해보면 달콤한 리슬링 와인이 왜 잘 맞는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리슬링 와인은 샤르도네 와인과 소비뇽 블랑 와인에 치여 국내에선 인기가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이하든 스위트하든, 어느 쪽이든 리슬링 와인의 참맛을 알게 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겁니다.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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